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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두 가지 묘수
신아연 2017년 02월 15일 (수) 00:37:53

저는 지난해 12월에 난생처음으로 장편 소설을 한 권 냈습니다. 지금까지 칼럼만 쓰던 제가 소설을 썼다고 하니 어떻게 그 일을 해냈냐며 지인들이 축하를 겸해 궁금해 하셨습니다. 저는 그 대답을 책 말미의 ‘작가의 말’에서 했습니다. 독자 중에는 그 내용에 힘을 얻어 그간 미뤄 뒀던 일을 해치우게 되었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저와 그분에게처럼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여 좀 길지만 옮겨보겠습니다.

안회가 어느 날 배를 타고 강을 건너게 되었습니다. 사공이 배를 젓는데 몸놀림이 가히 신의 경지에 달한 듯 보였습니다. 안회가 물었습니다. “배 젓는 법을 내가 배울 수 있겠는가?” 사공이 대답합니다. “물론입니다. 헤엄을 잘 치는 사람은 몇 번 저어 보면 금방 배웁니다. 잠수에 능한 사람 역시 배 같은 것을 본 적이 없어도 금방 노를 저을 수 있지요.”

그 말이 선뜻 납득되지 않은 안회가 사공에게 왜 그런지를 물었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안회는 스승인 공자에게 이 이야기를 하자 공자가 이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헤엄을 잘 치는 사람이 배를 저을 수 있는 것은 물을 의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에 빠지는 것이 두렵지 않으니 오직 배 젓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다. 또한 잠수를 할 수 있으면 배가 뒤집히더라도 결코 당황하지 않는다. 그 사람은 깊은 물속이 마치 발이 닿는 언덕처럼 여겨져서 배가 뒤집힌 것을 수레가 뒷걸음질 친 정도로 여긴다. 따라서 엎어지든 뒤집히든 물러나든 미끄러지든 어떤 역경과 위험이 닥치더라도 그것들이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는다. 그러니 늘 마음에 여유가 있는 것이다.”

『장자』 달생편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소설을 쓴 후 장자를 인용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소설이라는 걸 처음 써 보면서 제대로 쓸 수 있을지, 제대로 쓰고 있는지, 제대로 쓴 것인지 스스로 확신을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글을 쓴 지가 30년 가까이 되고 지금까지 책도 다섯 권이나 냈지만 소설만큼은 이번이 처음이라 두려움과 긴장이 컸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저는 헤엄을 칠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장자의 말대로 소설이라는 배를 무리 없이 저어 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또한 저는 글의 바닷속으로 유연하게 들어갈 수 있는 잠수부이기도 하기에 역시 소설이라는 노를 익숙하게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장자가 격려했습니다. 단, 헤엄을 잘 치고 배를 잘 젓기 위해서는 물을 의식하거나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단서를 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친절한 장주(장자의 이름) 씨는 그 방법도 일러 줬습니다. 즉, 오직 거기에 집중하라는 것이지요. 다만 몰두하고 전념하라고 당부했습니다.

둘째,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를 묻는 안회를 향한 공자의 답(실상은 공자의 입을 빌어 장자가 한 대답이지만)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답이기도 했습니다.

배가 뒤집히고 거꾸러지는 등 어떤 역경과 고난을 마주한다 해도 노련한 잠수부나 뱃사공이 그러하듯이, 마음을 흩뜨리지 않고 여유를 가질 것을 장자는 당부하고 있습니다.

저는 장자의 말에 의지하여 소설 쓰기의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지만 어찌 글쓰기뿐일까요? 저처럼 자신의 일에 적용하고 응용했다는 그 독자처럼 우리 모두는 노련한 뱃사공이자 잠수부입니다. 왜냐하면 자기 분야와 인생이라는 물에서 지금까지 익숙하게 헤엄을 쳐왔기 때문입니다.

단, 물을 두려워하거나 의식하지만 않으면 된다고 장자는 말하지만 우리의 문제는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중년 이후 세대로만 국한해서 말하자면 백세시대니 노후 준비니 재취업이니 하는 정형화된 틀이나 사회적 구호가 강박과 초조를 부추기며 걱정 근심을 낳습니다.

사는 것에 너무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고 죽을 때까지 뭔가를 성취하고자 집착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자유롭게, 현재에 집중하기가 어렵습니다. 제 경우는 젊었을 때도, 심지어 어렸을 때도 그때그때 주어진 시간을 유영하며 평화롭게 살아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더 우스운 것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먹어야 할 음식 목록까지 만들어 실제로 찾아다닌다는 사실입니다. 저라면 죽음의 침상에 누워 남들처럼 세상을 유람하지 못하고 식도락에 빠져보지 못한 것을 한탄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지금껏 세상을 헤쳐 온 자신의 경험을 신뢰하고 현재의 시간에 집중하는 것, 그것밖에는 인생의 묘수가 달리 없다는 장자의 가르침을 따라 한시적이나마 그렇게 했더니 소설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처럼, 저는 남은 생의 시간도 그런 자세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올 한 해를 그렇게 보내려고 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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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9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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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기웅 (61.XXX.XXX.180)
5,60대 기성세대에게 참 위안과 공감을 주시는 글이네요. 읽으면서 진심 축하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러나 시선을 개인에서 사회로 돌리면 신작가님의 생각만으로는 작금의 현실에 공허한 무언가가 있지 않나하는 생각입니다. 말씀대로 개인이 딱히 무슨 묘수가 있겠습니까마는 현재의 우리 한국사회의 실상은 너무 참담하기 때문입니다. 21세기 시작 전후무렵부터 소득의 불평등이 지속되어 온 결과 부의 편중은 극도로 심화되어 있고 대다수 젊은 세대는 3포,5포를 넘어 N포라는 말로 방향을 잃었읍니다. 이를 지켜보는 기성세대는 무대책과 한탄,절망으로 고개를 떨구엇읍니다.
이는 우리사회 리드세력이 의무를 다하지 않았는 결과로 밖에 볼 수 없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기성세대가 먼저 변화와 개선을 외쳐야 합니다. 특히 내 생각과 글로 남에게 영향을 미치는 엘리트라고 공인되는 분들부터 자신의 만족에먼 안주하고 있어서는 안되는 것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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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9 18:38:59
0 0
신아연 (211.XXX.XXX.168)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방선생님께서 가슴 아파 하시는 일을 저도 가슴 아파합니다. 그러나 어쩝니까... 사회는 늘 그래왔으니까요. 가진 자들의 수탈이 언제나 극성스럽고 그 아래 눌린 자들은 언제나 아프게 신음해왔으니까요.

하지만 요즘은 밥은 먹지 않습니까. 굶지는 않는단 말이지요. 저 또한 입에 풀칠하기도 버거운 사람이라 밥은 먹을 수 있도록 사회가 이만큼이라도 도와주는 것에 감사할 뿐입니다.

개인 혁명과 사회 혁명 두 가지 축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밖에는 없네요... 무기력해서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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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1 08:26:42
0 0
김종우 (121.XXX.XXX.50)
와우!! ㅊㅋㅊㅋ!!

정말 그러네요. 할 수 있을까 신경 쓰면 할 수 없겠지요.
그냥 하면 되겠지요.
거 참! 옛 어른의 말씀이 와 닿습니다.
병상에서 후회할 것을 생각하지 말고 그냥 오늘을 살아가는 겁니다. ^&^
움직이는 자에게 기회는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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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6 12:34:34
1 0
신아연 (222.XXX.XXX.228)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그냥 살아가는 거지요. 우리는 시간을 쓰고 가는 존재, 지금 주어진 시간이 전부일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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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7 05:49:42
1 0
크낙새 (211.XXX.XXX.228)
신선생님은 인생을 달관한 듯이 살아가시고 있는 것입니다.
사공의 말을 장자또는 공자가 보완해서 해설한 것이나 장개석 주석이 處變不驚을 이야기 한 것이 사공과 함께 달관한 것이지요.
달관한 사람이 지금의 국내 政情을 두고 사태 초기에 해설하기를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내 뱉었는데요, 이것은 예언이 아닌 산전수전 다 겪은 나이든 달인의 말인 것이지요. 웬만한 나이든 사람이면 달관하지 않은 사람이 없어요. 나이들고도 철없는 사람은 이해관계에 얽매여 있거나 어느 정치인 처럼 얼토당토 않는 말을 내뱉는 경우가 많아요. 어느 집회에서 촛불을 예찬하는 사람들 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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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5 19:50:45
1 0
신아연 (222.XXX.XXX.228)
구름에 달 가듯, 그렇게 생을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제가 생을 달관하다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다만 지향점, 목표지점은 거기에 두고 있습니다.

또한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 달관한다는 것이 정작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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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6 10:35:37
1 0
임정훈 (220.XXX.XXX.44)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뱃사공의 이야기를 깊이 새겨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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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5 12:29:25
1 0
신아연 (222.XXX.XXX.228)
일상 중에, 스쳐지나는 사람 중에 큰 스승이 숨어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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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6 10:33:24
1 0
홍재기 (183.XXX.XXX.227)
신아연작가님 편히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당^^
좋은 아침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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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5 11:08:26
1 0
신아연 (222.XXX.XXX.228)
편히 살도록 하겠다는 말씀 속에 제 눈도 확 터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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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6 10:32:19
1 0
다름 (112.XXX.XXX.148)
소설을 읽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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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5 09:55:46
1 0
신아연 (222.XXX.XXX.228)
듣던 중 반가운 말씀! 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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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6 10:31:43
1 0
꼰남 (220.XXX.XXX.208)
그렇죠.
<지금 여기 당신 그리고 나>가
행복의 소재가 아닐까요...^^
<나중 어디 누구 그리고 나>보다는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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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5 09:41:42
1 0
신아연 (222.XXX.XXX.228)
지금, 여기, 당신 그리고 나- 이게 다 되면 도 닦은 경지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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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6 10:31:09
1 0
백두현 (119.XXX.XXX.99)
아침에 이불 밑에서 바로 이 글을 읽고 잠시 또 내가 현재에

집중하지 못했구나 그리고 그것이 바로 물을 의식하고

있었군 이렇게 되새기며 일어날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정말!

백두현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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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5 08:57:59
1 0
권혁찬 (220.XXX.XXX.5)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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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5 07:53:51
1 0
신아연 (222.XXX.XXX.228)
저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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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6 10:29:27
1 0
홍승철 (211.XXX.XXX.62)
이 글을 두 번째 대하는 사람으로서 감사 드립니다.
처음 읽을 때는 새로운 걸 깨우쳤습니다. 다시 접하니 기억을 되새겨 주어 더욱 좋군요.
소설 때문에 서울미술관의 초충도 전시도 가 보고, 스토리는 다르지만 드라마까지 봅니다.
그나저나 어제 교보문고 신간 매대에서 지금도 당당히 자리하고 있는 책의 모습을 보았기에 축하의 말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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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5 01:58:38
1 0
신아연 (222.XXX.XXX.228)
따스한 말씀 감사합니다. 마치 도반처럼 같은 것을 배우고 같은 것을 깨우친 느낌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드라마가 맥빠지게 전개된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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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6 10:29:04
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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