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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단체, 전쟁해서라도 직역 지키겠다는데
고영회 2017년 02월 21일 (화) 00:16:35

전문가는 특정 직역에 정통한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이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전문 영역이 늘어납니다. 일정한 자질을 갖추지 않은 사람이 특정 분야 업무를 한다면 의뢰인들에게 예측하지 못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분야의 일은 자격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게 제한합니다. 해당 전문자격자만이 그 일을 직접 처리하게 했습니다. 각 전문 자격자에게는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유 업무 영역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각 전문 영역을 인정합니다. 시대 상황이 바뀌면서 업무 영역은 조정되기도 합니다. 이것이 전문자격제도입니다.

지난 1월 새로 대한변호사협회장에 당선된 김현 변호사가 당선증을 받는 자리에서 "유사직역과 전쟁을 선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새로 변협을 이끌 사람이 뱉은 첫말로는 의외입니다. 전쟁을 선포할 대상은 변리사, 세무사, 법무사, 공인중개사, 노무사, 행정사 등 전문가 직역입니다. 변리사가 주 대상인 것 같습니다.

변리사와 변호사 사이에는 크게 두 가지 현안이 있습니다. 첫째는, 변호사에게 주는 변리사 자동자격 문제입니다. 전문영역이 다르고, 자격시험도 다르고 시험도 무척 어려운데, 변호사 자격이 있다는 것으로 변리사 자격을 덤으로 그냥 주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불합리합니다. 둘째는, 특허사건(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상표)의 소송대리권 다툼입니다. 현행 변리사법은 ‘특허에 관한 사항’이면 ‘법원’에서 변리사가 소송을 대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소송의 종류를 묻지 않고, 법은 특허법원이든 지방 법원이든 어느 법원인지를 묻지 않고, 오직 특허에 관한 사항이면 변리사가 소송을 대리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변호사들이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이에 공조하여 다툼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법을 다루는 사람이 법을 무시하여 생긴 일입니다. 그것을 변리사가 변호사 직역을 침범한다고 말머리를 돌렸습니다.

다른 직역에서는, 생활법률에 가까운 직역인 법무사에게 변호사가 거들떠보지 않는 소액소송사건 대리를 맡게 하자, 세무 관련 소송은 세무사도 하게 하자, 행정심판은 행정사가 대리하게 하자는 주장이나 법안이 제출되어 있습니다. 변협은 이런 움직임에 ‘전쟁을 선포’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변리사와 세무사 업무가 원래 변호사의 직역이었기 때문에, 변호사는 당연히 자동 자격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사회 환경이 복잡해지고,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전문성을 요구하는 것으로 환경이 바뀐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전문 자격은 전문가로서 일을 처리할 자질이 있는지를 검증하고 주는 게 당연합니다.

변호사는 다른 전문 직역을 법률 유사직역이라 합니다. 다른 직역 전문가에게 예의도 없고, 배려도 없습니다. 변호사는 본류이고 다른 직역은 아류라는 발상인가 봅니다. 변호사로서 품격을 떠올립니다.

변호사법의 문제는, ①변호사 배타적 직역에 ‘일반 법률사무’까지 들어가 있어 범위가 너무 넓어 다른 직역과 겹칠 우려가 많고, ②변호사법을 위반할 때 벌칙이 지나치게 무겁다는 것입니다.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일반 법률 사무를 했을 때,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세상살이에서 일어나는 일 대부분이 법률 행위인데, 변호사 아닌 사람이 대신 해결해 주면 엄청난 처벌을 받을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그래서 심부름, 때밀기, 맛사지까지 변호사 직역이냐는 우스개도 나돕니다. 실제 능력을 벗어나는 과도한 권한은 부조리입니다. 설령 권한이 주어졌다 하더라도 그 힘을 무리하게 휘두르면 갑질이 됩니다.

변호사의 사명은 정의와 인권을 지키는 것이라 합니다. 다른 직역과 전쟁 선포는 변호사 사명과 거리가 멉니다. 변호사 자격은 만능이 아닙니다. 지금 시대는, 자기에게 모자란 분야는 각 전문성을 존중하면서 협업으로 풀어나가야 합니다. 다른 전문분야와 변호사의 업무 영역은 전문성을 기준으로 슬기롭게 조정해야 합니다. 변협이 전쟁 선포에 대한 생각을 고쳐먹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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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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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119.XXX.XXX.232)
전문화시대에 전문성을 인정해야지 전문지식도 없이 타영역 주장하는것은
날강도짓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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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1 17:03:52
1 0
김하석 (39.XXX.XXX.162)
옳은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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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1 15:55:59
0 0
고영회 (119.XXX.XXX.232)
댓글 의견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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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1 20:39:11
0 0
lcwpat (14.XXX.XXX.75)
변리사법은 특허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변호사들이 변리사의 소송대리 문제를 밥그릇싸움으로 몰고 가기 전에는 변리사들이 소송대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많은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여러건의 특허침해 관련 소송에서 변리사의 소송대리가 허용된 일이 있습니다(이종완 저 특허법론 제270면). 그러다가 밥그릇의 문제로 변질되자 법원까지 가세하여 선례를 무시하고 변리사의 소송대리를 차단하고 있는 것입니다. 소송대리제도는 소송당사자의 부족한 소송능력을 보충하기 위함에 제1목적이 있으므로 소송대리인으로 변호사를 선택할지 변리사를 선택할지는 당사자의 자유선택 사항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를 완력으로 제한함은 변리사법을 위반함은 물론, 국민의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헌법 제27조)를 제한하는 것으로 위헌이라는 비난을 받아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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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1 11:23:10
0 2
고영회 (119.XXX.XXX.232)
맞습니다. 일반 소송(행정소송, 가처분 가압류 등 보전소송)을 수행한 사례도 있는데,
헌재는 이들 사례도 깡그리 무시했죠.
의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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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1 20:38:43
1 0
자작나무 (221.XXX.XXX.190)
업무영역의 중첩에 따른 분쟁을
조정하는 장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설사 그런 기관이 존재하더라도
결국 법적 분쟁이 되는 것이
아닌지요? 기관간의 양보와
타협이 우선해야 할듯
싶습니다만, 그것이 어려운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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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1 08:28:32
0 1
고영회 (119.XXX.XXX.232)
조정 장치도 필요히지만, 법률은 국회에서 개정하는 것이니. 국회에서 민주 절차를 따르면 됩니다.
지금 특검법 개정안에서도 보듯이, 단 한 사람만 반대해도 통과하지 못하는 관행에서는 변호사 직역을 건드리는 법안은 고치기 어렵죠.
의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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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1 20:35:11
0 0
적극지지 (203.XXX.XXX.133)
말씀에 적극 지지합니다.

동사무소가서 등본떼는 것도 법률 문제인데 이것까지 변호사 직역이라 교도소 집사를 변호사들이 떠맡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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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1 07:04:45
1 0
고영회 (119.XXX.XXX.232)
일반 법률사무라는 게, 참 웃기죠.
의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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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1 20:31:12
0 0
남동우 (211.XXX.XXX.190)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특허 쪽에 관심을 갖고 창업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이 문제를 알게 되었는데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변리사회 적극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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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1 02:53:48
1 0
고영회 (119.XXX.XXX.232)
전문성에 기준을 두고 풀면 될 텐세... 그럴 생각이 없나봅니다.
의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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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1 20:30:35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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