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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해변길, 걸어보셨습니까?
고영회 2017년 05월 16일 (화) 00:08:05

태안 해변길은 태안해안국립공원에 있는 걷기길입니다. 1길(바라길), 2길(소원길), 3길(파도길)은 학암포해변에서 파도리 해변까지 43km이고, 4길(솔모랫길), 5길(노을길), 6길(샛별길), 7길(바람길)은 몽산포항에서 영목항까지 57km입니다. 1~3길과 4~7길은 서로 떨어져 있습니다.

태안 해변길은 각 길에 붙인 이름이 멋진 만큼 실제 길도 참 좋습니다. 대부분 바닷가 모래언덕(사구)에 만든 것이라 바닥이 푹신합니다. 태안 해변에는 소나무가 참 많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소나무숲길을 따라 걸으면 시원한 바다 풍경이 들어옵니다. 모래언덕에는 해당화 서식지가 있고, 모래언덕 보호구역에서는 여러 가지 식물과 동물을 볼 수 있습니다. 틈틈이 지역에 얽힌 내력을 읽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태안 해변길을 걸을 때 해넘이를 즐길 수 있습니다. 전망대에서 해넘이를 볼 수 있으면 행운입니다. 노을을 배경으로 해가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바라보면 짜릿한 느낌이 다가옵니다.

길에는 안내판이 세심하게 설치되어 있습니다. 길이 갈라지거나 구간이 길어진다 싶으면 어김없이 안내판이 나타나 길을 헤맬 염려는 거의 없습니다. 길 안내판 디자인도 산뜻합니다. 길이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태안 해변길은 제주 올레길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습니다.

관광객이 많이 오는 동네일 텐데 인심이 훈훈합니다. 안면도 해변길을 걸을 때는 먹을 것을 잘 준비해야 합니다. 때에 맞춰 챙겨 먹기 어렵습니다. 음식점도 구멍가게도 잘 없습니다. 조개부리 마을에서 점심때가 됐는데 주변을 둘러봐도 밥 먹을 곳이 없습니다. 기웃기웃 가다 보니 작은 구멍가게가 나왔습니다. ‘신을 벗고 들어오세요’란 안내판이 있는 문을 열어봤더니 할머니 세 분이 얘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어렵사리 컵라면을 부탁했습니다. 그때, 할머니 한 분이 “새벽에 내가 잡아 온 고동이 있는데 사겠느냐”고 묻기에 좋다고 삶아달라고 했습니다. 푸짐하게 삶아온 고동은 별미였습니다. 조개부리 마을에서 점심때를 만난 게 행운이었습니다.

고남에서 승언 가는 버스를 타려고 버스정류장에서 기웃거릴 때, 트럭을 모는 어르신이 차를 세우더니 어디로 가냐고 묻습니다. 왜 묻나 했더니, 아까 정류장에서 기웃거리기에 방향이 맞으면 태워주겠다고 합니다. 세상에 이런 분도 계시구나! 7길(바람길)이 끝난 영목항부터 동쪽으로 둘레길이 마련돼 있지 않아, 없는 길을 걷기는 너무 힘들어 승언으로 가서 다음 길을 걸으려던 참이었습니다.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때 그분이 보셨나 봅니다. 덕분에 편하게 옮겨갔습니다.

태안 해변길을 걷다보면 몇 가지 아쉬운 것이 있습니다. 첫째는 둘레길 1~3구간과 4~7구간이 중간에 끊겨 있습니다. 당연히 이어져 있으리라 생각한 사람은 낭패스럽습니다. 둘 사이를 잇는 길이 만들어지길 기대합니다. 다음은, 영목항에서 7길이 끝난 뒤 안면도 동쪽 해변을 따라 올라가는 길이 없습니다. ‘기지포탐방지원소’에서 직원이 친절하게 안내해 주길, 동쪽은 국립해안공원이 아니라서 지자체가 개발해야 한다고 합니다. 걷는 사람은 누구 관할인지 모릅니다. 동쪽에도 걷기 좋은 길과 경치가 많으니 둘레길이 계속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셋째는 편의시설 문제입니다. 야영객을 위한 시설은 잘돼 있는 것 같은데, 걷는 사람은 생필품을 구할 가게와 음식점을 찾기 어렵습니다. 숙박시설은 거의 모두 펜션뿐입니다. 길을 걷는 사람이 쉽게 잘 수 있는 민박집이나 여관은 찾기 어렵고, 있더라도 무척 비쌉니다. 제주 올레길을 걸을 때와 비교하면 1.5에서 2배 정도로 비싸게 부릅니다. 숙박시설이 모자라서 그러는지, 한철 장사라 생각하고 그러는지 모르지만 떨떠름합니다.

제주 올레길에서와 마찬가지로 태안 해변길에서도 길 주변과 해안에 밀려온 쓰레기가 널려있습니다. 전국에서 비슷한 상황인가 봅니다. 길을 관리하는 지자체가 걷어 오거나 길을 걷는 사람이 버리지 않게 하고, 버려진 것도 주워오게 하는 대책을 마련해야겠습니다.

저는 즐겨 걷습니다. 요즘 걷기 좋은 철입니다. 걷기는 다리를 튼튼하게 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고, 걸을 때마다 신체 장기가 흔들려 장기를 둘러싼 근육을 튼튼하게 하고, 몸 상태를 정상으로 바로잡아 줍니다. ‘혈압이 높고, 몸은 무거워지고, 혈당도 위험 경계선에 다가가고, 고지혈’이라는 전형적인 성인병 증상이 나타나기에, 작년 7월말부터 9일 동안 걸었습니다. 270여 km를 걷고 온 뒤 혈압과 혈당이 정상으로 많이 돌아왔습니다.

몸과 정신이 건강하지 않은 것 같다고요? 걸어보십시오. 온종일 7일 이상 걸으면 분명히 상태가 좋아진 것을 느낄 겁니다. 걸어서 즐거움과 건강을 누려보십시오. 태안 해변길, 처음 걷는 사람이라도 걷기에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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