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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트럼프의 인질인가?
임종건 2017년 07월 17일 (월) 00:19:27

과문의 탓이겠으되 역대 미국의 대통령 중 트럼프처럼 설화(舌禍)가 많은 대통령이 있었는가 싶습니다. 대통령 취임 후 보통 6개월은 언론이나 야당에서 허니문 기간으로 쳐주는 게 관행이던 미국에서 취임 반년도 안 돼 하원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발의됐습니다.

야당인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이 탄핵안이 의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으나 취임 후 이처럼 짧은 시간 안에 탄핵 대상에 오른 대통령도 아마 트럼프가 최초일 듯싶습니다. 사실 그는 대통령 선거전 때부터 거친 입과 기행으로 임기를 제대로 마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그의 막말과 기행은 유례가 없는 것이어서 유권자들에게 새로움과 흥미의 대상이었고 그것이 주효해 대통령이 됐습니다. 부동산개발업으로 백만장자가 된 민간인 사업가 출신의 최초 대통령이기도 합니다. 기성정치에 염증을 느낀 미국인들이 뭔가 변화를 기대하며 선택한 대통령입니다.

정치인의 막말과 기행은 정치의 양념일 수는 있습니다. 정치는 고상한 말로 하는 것이긴 합니다만 말처럼 고상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은 다 압니다. 그 안에는 정당의 당리당략과 권모술수, 정치인 개인의 이기, 탐욕, 위선 등이 깔려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막말과 기행에 환호를 보내는 사람들은 트럼프 식 정치에서 정치의 고상함보다는 너저분함을 확인하며 즐기는 듯합니다. 그가 워싱턴 정치에 적응해 가는 과정으로 여겨 조금 기다려 보자는 분위기가 남아 있는 듯도 합니다.

그가 취임 이후 선거전 때보다 더 왕성하게 트위터를 하며 막말을 쏟아낼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럴 필요가 있냐고 했습니다. 아마 대통령 자리에 안정을 찾으면 그만둘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트위터 정치를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신식정치’라고 했습니다. 그것은 고치기 힘든 일종의 과대망상임을 알게 합니다.

임기 초 대통령의 지지도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그에 대한 기대가 걱정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대외 관계에서는 거의 ‘왕따’신세입니다. 전 세계가 합의한 파리기후협약에서 미국이 탈퇴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습니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회의에서 미국은 ‘G20’이 아니라 ‘G19+1’이라는 불명예스런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회의에 아버지를 수행한 딸 이방카까지 부전여전(父傳女傳) 아니랄까봐 구설수를 만들었습니다. 대통령이 앉을 자리에 대신 앉은 딸의 무례함에 다른 나라 국가원수들은 냉소를 보냈습니다.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수정헌법 1조에 규정한 나라가 미국입니다. 그런 나라의 대통령이 언론을 ‘가짜뉴스’ ‘미국의 적’이라고까지 매도하며 허구한 날 싸우고 있습니다. 그에게 비판적인 CNN TV를 공격하기 위해 방송사 로고가  들어있는 가면을 쓴 사람을 트럼프 분장을 한 사람이 메다꽂고 주먹질하는 동영상을 만들어 공개하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보여주었습니다.

문제는 아무리 트럼프가 못마땅해도 이를 저지할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최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찰스 블로우는 ‘미국이 트럼프의 인질이 됐다. 대통령직(Presidency)이 트럼프에게 납치당했다’고 썼습니다.

그 점을 누구보다 트럼프 자신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에 대한 공격을 모두 거짓으로 돌리고, 그런 상대에 대해서는 몇 배나 더 원색적인 언사로 반격을 가합니다. 선거 때 쓰던 방법 그대로입니다. 자기가 한 말도 예사로 뒤집습니다. 그는 결코 자신의 과오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의 이런 오만은 자신이 결코 탄핵당하지 않는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하원에서 집권 공화당이 다수당인 여건에서 탄핵안 가결은 어려운 과제입니다. 특히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하는 상원의 탄핵심판은 공화당의원의 대거 찬성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되는 사태는 한국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새누리당이 망한 것처럼 미국 공화당의 몰락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아니면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처럼 탄핵을 주도하게 될 야당인 민주당이 역풍을 맞아 곤경에 놓일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탄핵제도는 한국과 달라 대통령의 범죄행위를 확정한 뒤 탄핵합니다. 단순히 막말과 기행만으로는 탄핵사유가 안 됩니다. 한국에서라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적국과 내통한 혐의라면 벌써 촛불시위가 벌어질 상황이지만 미국의 여론은 여전히 관망세입니다.   

이처럼 정치적, 사법적, 시민적 견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저지할 세력이 없는 겁니다. 그점에서 현재 특별검사가 진행하고 있는 러시아 스캔들 조사결과가 주목됩니다. 과거 닉슨 대통령 탄핵 때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중죄 사실이 드러나면 정치인이나 시민사회도 외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미 도박사들도 올해 안 트럼프 탄핵에 돈을 걸기 시작했다는 보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건을 수사하던 연방수사국의 제임스 코미 국장을 해임함으로써 의혹을 키웠고, 최근에는 트럼프의 장남까지 이 사건에 연루돼 러시아 정부와 관련된 변호사를 만난 사실이 드러나 의혹은 증폭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미국우선주의는 미국이 국제사회로부터 ‘왕따’당할 소지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미국인들에게 이익이 된다면 그런 ‘왕따’쯤이야 대수롭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우선주의에 도취된 상태에서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인질이 된다면 미국이나 세계를 위해 큰 불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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