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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과 DMZ
임종건 2017년 11월 13일 (월) 00:00:30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11월7일~8일) 중에서 세인의 관심을 끌었던 것 중의 하나가 비무장지대(DMZ) 방문 여부였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가네, 안 가네 하며 연막을 쳤지만 방한 이튿날인 8일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을 통해 ‘깜짝 방문’ 계획이 세워졌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침 각자 헬기를 타고 DMZ로 향했으나 안개 때문에 회항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아쉽다”며 “다음 기회에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방문 후 참석한 베트남 다낭에의 APEC 정상회담 자리에서도 아쉬움을 여러 차례 토로했다는군요. 

비무장지대는 분단과 전쟁의 상징입니다. 주한 미군의 주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국을 방문한 모든 미국 대통령은 반드시 전투복 차림으로 비무장지대를 찾아가 미군을 격려하고, 북한 공산세력의 침략으로부터 한국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DMZ방문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정부관계자가 말했을 때 나는 북한의 실권자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을 겁쟁이라고 오해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했습니다. 북한에 대해 ‘화염과 분노’ ‘완전 파괴’ 등 말폭탄을 퍼부었던 트럼프 대통령이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정치인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너무 자주 쉽게 표명해서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그의 말에 신뢰가 적은 편입니다. 금방 북한을 공격이라도 할 것처럼 말하던 그가 정작 한국에 와서 분단의 현장을 찾아가지 않는다면 김정은의 입장에선 그가 허풍쟁이로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미국도 그것을 충분히 염두에 두었으나, 방문의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안 갈 것처럼 연막을 두껍게 쳤던 것 같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정상회담 후 단독회담 자리에서 문 대통령에게 DMZ 방문의사를 밝혀 함께 가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7일 밤 청와대 국빈만찬장에서 난데없이 “내일은 흥분의 날이 될 것”이라고 말해 궁금증을 자아냈는데 그것이 바로 DMZ 방문이었고, 거기에서 발표할 김정은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였던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미국 대통령으로선 24년 만에 국회에서 연설을 했는데, DMZ에서 발표할 메시지를 추가하느라 막판에 연설문을 다시 썼다고 합니다. 분단의 현장에서 전투복 차림으로 하는 연설보다는 극적 효과는 덜했지만 내용은 여전히 강렬했습니다.

그는 즉흥적인 연설이 아니라 프롬프터를 통해 준비된 원고를 읽는 연설을 했습니다. 그래서 돌출 발언으로 한국을 당혹케 할지도 모른다는 일각의 우려는 기우로 그쳤고, 역대 어느 미국 대통령보다 남북한 상황을 명확하게 비교하며 김정은에게 '미국에 대한 핵무기 협박은 자멸의 길'이라는 강력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가 북한 체제의 인권탄압에 관해 우리가 잘 몰랐던 사례까지 들어가며 비판한 내용은 국내의 종북세력들이 먼저 경청해야 할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의 국회연설은 필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를 다시 보게 하는 계기가 됐던 것 같습니다.

한국전쟁이 터지기 불과 5일 전인 1950년 6월20일 미국 국무장관 고문의 자격으로 방한한 존 포스터 덜레스(1953년~1959년 미 국무장관 역임)는 2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한 뒤 38선을 시찰했습니다.

당시 그가 북위 38도선의 군사분계선 이북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장면은 한국전쟁 휴전협상에서 큰 논란이 됐습니다. 북측은 당시 내외신 언론들이 보도한 그 사진을 미국이 북침을 지시한 생생한 증거라고 억지를 썼습니다.

북한과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에 가면 같은 장면의 사진이 찍혔 을 것이고 전쟁이 나든, 안 나든 북한은 똑같은 억지의 구실로 삼게 될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DMZ  방문이 기상조건으로 무산된 것은 그런 억지 구실거리 하나를 원천 제거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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