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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의 미국 소식
허찬국 2017년 12월 21일 (목) 00:12:09

미국 최대 명절이며 선물교환의 절기인 성탄절을 앞두고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 들리는 정치, 경제 분야 소식이 굵직합니다. 정치 소식은 보수적인 공화당 텃밭 앨라배마주의 연방 상원의원을 뽑는 특별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것이고, 경제 분야는 법인세를 대폭 낮추는 세제개혁법 확정이 임박했다는 것입니다.

먼저 앨러배마 선거 소식은 트럼프 대통령의 편협한 세계관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성탄절 선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달 12일 상원의원 특별선거는 그 주 출신 세션스 의원이 법무장관으로 입각하며 발생한 공석을 채우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공화당 경선에서 후보로 선출된 무어의 기행적 과거 행보에 더해 심각한 과거 미성년자 성추문 의혹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수하이자 자칭 민중을 대변한다는 지식인/혁명가 배넌이 무어를 계속 지지했습니다. 11월 버지니아주 선거에서의 민주당 승리에 이은 이번 민주당 후보 존스의 승리를 의미심장하게 해석하는 분위기입니다.

앨라배마주는 미국의 중남부에 위치한 대표적 낙후지역이며 매우 보수적인 곳입니다. 존스는 그곳에서 연방 검사로 재직할 당시 과거(1963년) 백인우월주의단체 KKK가 흑인교회에 폭탄 테러를 가해 4명이 사망한 사건을 다시 수사해 2000년대 초 공범 2명의 유죄 판결과 종신형을 이끌어냈습니다. 시대착오적 보수파 백인들의 미움을 받을지 모르나 정의로운 사회에 꼭 필요한 인물인 것이죠. 극명한 선택에 직면한 흑인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지지가 주효해서 존스가 모두의 예상을 깨며 이겼는데 1992년 이후 처음 있는 민주당 승리였습니다. 

낙선한 무어는 선출직인 주 대법원장을 두 번이나 지냈으나 두 번 모두 미국 헌법 정신과 절차를 어기는 기행(2003년 국가와 교회의 분리원칙 위배, 2017년 동성결혼 부정)으로 자격이 박탈된 경력의 소유자입니다. 무어는 보수적 기독교계의 철석같은 지지를 받았는데, 그런 그가 30대 때 14세, 16세 미성년 소녀들을 성추행했었다는 당사자들의 믿을만한 증언이 최근 나오며 사람됨의 저급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공화당 정치인들에게 그는 피하고 싶은 폭탄이었습니다. 심지어는 오코넬 상원 공화당 대표는 만약 무어가 당선되면 윤리위원회를 열어 의원직에 취임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존스의 승리는 트럼프/배넌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성탄절 선물 격입니다. 아울러 이번 승리는 내년 예정된 대규모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반대 세력의 결집으로 야당인 민주당이 선전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론가들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소식은 세제개혁입니다. 세제의 단순화, 세율 인하는 공화당의 숙원이자 작년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내세운 중요한 공약이었지요. 매우 중요한 사안이나 워낙 이해관계자들에 미치는 효과가 복잡다기해서 1986년 이후 크게 손을 보지 못했습니다. 중요한 사안에 대해 숙의와 합의를 존중하는 미 의회의 전통에 따르면 아마 최소 1년 이상의 청문회와 협의가 필요했을 일입니다.

그런데 불쑥 11월에 하원에 제출된 세법개정안이 통과된 후 일사천리로 상원에서도 12월 초 통과되었습니다. 상원 통과 때는 의원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거래를 하느라 법안이 사전에 의원들에게 배포되지도 않았고, 법안 여백에 수기한 내용이 포함된 급히 마련된 개혁안이 배포되어 표결을 했다고 합니다. 한국식 표현으로 하면 날치기인 셈이죠. 상, 하원의 다른 안을 조율한 단일 안이 지난 이틀 사이 하원과 상원을 통과했고 이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 남아있습니다.

트럼프 정부와 공화당 지도부는 개혁안이 법인세를 35%에서 21%로 낮추는 것을 내세우며 경제 활성화 효과가 엄청날 거라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경제학자들은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대표적으로 진보적 성향의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크루그먼은 이 세제개혁안을 ‘역사상 최대 세금 사기’(뉴욕타임스, 2017년 11월 27일자 칼럼)라고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핵심 쟁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超부자감세라는 점입니다. 법인세 인하와 더불어 소득세의 최대 세율도 39.6%에서 37%로 인하되는 등 고소득자들에 혜택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형태의 법인의 이익에 대해 과거에는 개발업자의 개인 소득에 해당하는 세율(통상 최고 소득세율)을 적용했으나 이제는 별도의 세율이 적용되며 세액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 외에도 각종 투자자들의 부담이 감면되는 반면 중산층 이하의 부담은 오히려 늘어나도록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뉴욕타임스 사설에 인용된 자료에 따르면 소득이 약 5만4천에서 9만3천 달러인 가족의 70%는 세금을 더 내야 하지만 소득 최상위 0.1%에 속하는 가족의 92%는 평균 약 27만 달러의 세금감면을 받는다고 합니다. 경제를 위한다면서도 기업들의 연구개발비에 대한 세금감면은 더 불리하게 바뀌었습니다. 

다른 쟁점은 감세로 세수가 줄며 정부 적자가 느는 것입니다. 신속통과를 위해 절차상 반대파의 의사진행방해(filibuster)가 불가능한 방식으로 법안을 처리해야 했습니다. 감세로 인한 재정적자가 10년 동안 1.5조 달러 이상 늘어나지 않아야 합니다. 때문에 이 제약에 맞추기 위해 소득세 감면은 2025년까지만 적용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재무장관은 감세로 인한 경제의 추가 성장으로 재정적자 증가가 완화될 거라고 선전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철 지난 주장을 믿을 경제학자는 많지 않습니다.

공화당 정치인들이 세법개혁을 무리하게 서두르는 것은 단적으로 대선 승리로 행정부와 입법부를 장악했음에도 불구하고 내세울 만한 성과가 없다는 조바심 때문으로 보입니다. 가장 큰 실패는 오바마 대통령 때 시작된 오바마 의료보험을 완전히 대체하겠다는 호기로운 약속이었습니다. 올여름에 대안부재와 유권자들의 반대로 폐지 시도가 무산되었습니다. 이러니 내년 중간 선거를 앞두고 내세울 성과가 절실한 것이지요. 

하지만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超부자감세는 중산층 및 민주당 지지층에 독입니다. 공화당 지지층에서도 문제가 심각합니다. 그동안 보수파의 금과옥조로 여겨지던 재정건전성은 부유한 지지층에 내세울 성과를 위해 무시되었습니다. 반세기 넘게 공화당의 전유물이었던 자유무역기조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완전히 실종상태입니다. 앨라배마의 무어 같은 인물이 법과 도덕을 설교하는 공화당의 연방 상원의원이 될 뻔했습니다. 이와 같은 무척추동물 행보는 과연 보수파와 공화당의 핵심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큰 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번 세법개혁안은 공화당 정치인들이 지지자들에 주는 성탄절 선물이기보다는 자신들의 명을 재촉하는 마약에 더 가까울지 모릅니다.

어쨌든 평화로운 성탄절과 더 밝은 2018년을 빌어 봅니다. 마지막으로 신자는 아니지만 미사곡을 들을 때 위안을 얻는 가사를 나누고 싶습니다. Dona nobis pac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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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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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옥 (14.XXX.XXX.27)
교수님. 상세히 설명해주셔서 공부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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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2 11:2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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