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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실패하면 안 되나요?
이정원 2018년 03월 30일 (금) 09:22:08

내가 50여 년 전 30대 초반이었을 때 신문과 방송에 '천재소년 김웅용' 이야기가 화제를 이루었습니다. IQ 210에 한 살 때 한문을 독파하고, 세 살 때는 우리나라말은 물론 영어와 독일어, 일본어를 읽었으며 다섯 살 때는 미분 적분을 풀었다고 합니다. 

일본에까지 그의 명성이 알려져 1967년 10월 다섯 살의 김웅용은 색동 한복을 입고 후지 TV의 ‘만국 깜짝쇼(万国びっくりショー)’ 생방송에 출연하여 수많은 방청객과 카메라 앞에서 미적분을 술술 풀어내고 4개 국어로 인사말을 하여 이를 시청하던 일본의 시청자들이 깜짝 놀라 감탄하는 장면을 TV 방송을 통해 본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당시 우리 부부는 67년에 결혼한 신혼 시절이었기 때문에 김웅용 같은 천재 아이가 우리에게도 태어났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부러운 눈으로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이듬해에 큰아들을 낳았습니다. 김웅용과 여섯 살 차이입니다.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김웅용은 일곱 살에 한양대학교에 청강생으로 들어갔고 여덟 살에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에 입학하여 유학을 떠났으며 미 국립 항공우주국(NASA)에 근무하고 있다는 아버지의 발언과 함께 바람처럼 자취를 감췄습니다. 한데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는 김웅용은 1979년도 9월 6일 대입 체력장 시험에 나타났다는 기사가 보도되었습니다. 그날 그의 아버지의 말을 인용한 경향신문은 “웅용 군이 일본 외에는 간 적이 없다”, 동아일보는 “미 콜로라도 주립대 등에 청강을 위해 잠깐 데려간 일은 있지만 맡길 만한 천재교육기관이 없어 바로 데려왔다”고 보도해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김웅용이 10여 년간을 외국에 간 것처럼 해두고 집에서 은둔하며 공부를 가르쳤다는 부모의 해명이 언론에 연이어 보도되면서 한국판 아인슈타인을 기대했던 많은 국민들은 실망감에 부모들을 손가락질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김웅용 교수도 무슨 말 못할 사정이 있는지 여러 매체의 회견에서 미국 시절의 활약상(?)이 뭐가 중요하냐면서 명백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김웅용은 천재임에 틀림없다는 점입니다. 일본 후지 TV에서 미적분을 푸는 다섯 살짜리 신동의 모습이 그대로 중계되었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왜 미국에서 공부한다고 아버지가 말했는지는 미스터리입니다. 아마도 우리 국민과 세계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부담감과 자식의 기를 죽이지 않으려는 부모로서의 애정이 본의 아니게 대외용(?) 발언을 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 우리나라에서 천재들이 성공하기에는 참으로 힘든 토양이라는 점에 한편으로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합니다. 한국의 천재를 범재로 만든 책임은 국민과 정부가 나누어 져야 할 것입니다. 요즘 많은 돈을 들여 억지로 만드는 영재교육과 영재교육에 대한 현재의 정부의 정책, 그리고 남이 잘되는 것을 시기하는 국민의식을 한 번쯤 반성해보아야 하겠습니다.

미국으로 건너갈 때까지 언론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던 김웅용은 그 후 별다른 특이한 활동 소식이 전해지지 않자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갔습니다. 천재 소년의 동정은 훗날 충북대학교에 입학했다는 짧은 뉴스가 전부였습니다. 그에게는 ‘실패한 비운의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그리고 천재라는 과거의 추앙과 지방대 출신이라는 꼬리표에 늘 좌절을 느꼈을 김웅용 박사를 생각하니 측은지심이 듭니다. 충북개발공사에서 처장으로까지 올라 근무하다가 2014년에 어릴 적 꿈이던 교수(신한대학교)가 되어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현재 56세입니다. 

내가 IQ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갖는 것은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인 장병림 박사의 테스트를 통해 우리 아들이 세 살 때 1Q가 160 이상이라는 결과를 통보받고 나서부터입니다. 세 살 때 한글을 읽고 초등학교 1학년 때 배우지도 않은 상대성원리와 도미노 이론을 6학년 학생들 앞에서 막힘이 없이 줄줄 설명하여 용문초등학교에서 과학천재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과학에 큰 흥미를 느껴 과학에 관한 서적을 사주면 그 어려운 전문 책을 밤을 새워 통독했습니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알레지 성 천식과 피부염을 심하게 앓아 나이 50이 된 지금까지도 기침을 하고 피부가 좋지 않아 고생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아들의 병세를 딱하게 본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이 공기 좋은 미국 가정에 양자로 보내라며 소개해주겠다고 했지만 아픈 어린 아들을 낯선 외국으로 보낼 엄두도 안 나고 또 양자로 입적해야 된다고 해서 아들을 잃을까봐 정중히 거절하였습니다. 만약 그때 미국으로 양자를 보냈으면 병도 낫고 더 유명인사가 되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들이 곁에 있어 지금 우리는 더 행복합니다. 아들은 IQ 140 이상의 회원들 모임인 멘사 회원이고 멘사 회장까지도 지냈습니다.

TV에서 김웅용 소식을 본 우리 내외는 아들이 커가면서 크나큰 기대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김웅용만큼 IQ는 높지 않았으나 어쨌든 천재 소리를 들었고 중·고교를 전체 수석으로 졸업하고 서울대 공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여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돈이 없어 미국의 유수 대학에 유학을 보내지 못한 게 늘 마음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외국의 좋은 대학을 나왔으면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자책에 아들 보기가 미안합니다. 아들은 현재 S대학교 IT대학 부학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교수가 되기를 희망했던 김응용 박사와 비교해 보면서 그래도 교수의 꿈을 먼저 이룬 아들이 대견하다고 스스로 위로해 보기도 합니다. 

IQ가 높으면 모두 성공하는가? 물론 그런 것은 아닙니다.  행복이 성적순이 아닌 것처럼 성공도 IQ순은 아닙니다. 분명 IQ는 성공으로 가는 유일한 예측 변수는 아닙니다. 노력, 경험, 동기, 대인관계, 환경, 심지어는 행운까지도 성공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가 됩니다. 

김웅용 박사도 TV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실패한 천재라는 말은 듣기 거북합니다. 두 살, 세 살, 네 살 때는 부모님이,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또 천재는 실패하면 안 되나요? 충북대학교에 다니던 시절이 제겐 가장 즐거웠던 추억이에요. 처음으로 친구도 사귀어 보고 동아리에도 가입했지요. 교복을 입고 중·고등학교에 가서 소풍도 가고 친구들과 도시락을 먹는 게 평범한 행복이 아닌가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행복이죠.” 

 

                                                                                                           

   

 

이정원
시조시인. 1939년 충남 예산 출생.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고대신문 편집국장 역임. 공직에서 정년퇴임. 2005년 계간 ‘현대시조’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한국시조시인협회·한국문인협회 강남지부 회원. 현대시조 ‘좋은작품상’ 등 수상. 시조집으로 ‘얼레와 어금니’ 등 3권과 산문집으로 '코드 55'와 ‘피아노 치는 시인’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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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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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망 (1.XXX.XXX.126)
'평범한 행복이 소중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행복이죠.' 아드님에 대한 이야기와 천재 소년에 대한 이야기가 겹치며 잔잔한 감동을 받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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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2 23: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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