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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모노레일
김흥숙 2008년 01월 25일 (금) 09:21:12

며칠 전 신문에서 “월미도, 속리산 등 3곳에 모노레일”이라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모노레일은 전기 동력과 고무 타이어를 이용하기 때문에 대기 오염과 진동, 소음을 일으키지 않는 친환경 교통수단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동양 최대의 천연동굴이라는 삼척의 환선굴은 가본 적이 없지만 인천과 속리산은 여러 번 가본 터라 관심이 갔습니다. 인천의 모노레일은 경인 전철 인천역과 월미도를 연결하는 순환노선 6.2 킬로미터 구간에 건설된다고 합니다. 월미도는 유원지이고 거리도 만만치 않으니 모노레일이 깔려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속리산 입구의 레이크힐스 호텔 앞 잔디 광장에서 법주사 수정교 사이 1.1 킬로미터에 모노레일을 깐다는 얘긴 걱정을 불러일으킵니다. 기사에도 나와 있듯 그 길은 법주사로 들어가는 길이며 문장대로 오르는 길목이니까요.

원래 여행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지만 대개 일 년에 한 번씩 속리산에 다녀왔습니다. 속리俗離라는 이름 덕인지 그곳에서 하루 밤을 자고나면 일 년치 속기가 씻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해운대나 경포대에 수십, 수만의 인파가 몰려드는 여름 휴가철에도 속리산엔 동양화의 여백 같은 고요와 한가로움이 있어 좋았습니다.

풍토를 닮은 주민들은 어딘가에 한 재산씩 쌓아둔 사람들처럼 여유가 있어 음식점이 늘어선 거리를 지나가도 시끄럽게 호객하는 이가 없었습니다. 대개 식당 한 곳을 정해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 아점 (아침과 점심을 겸한 식사)을 먹었습니다. 버섯과 나물 그득한 상에 식당에서 담근 토속주를 반주로 곁들이다 보면 내년에 또 오리라 저절로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금요일 밤엔 계곡 따라 흐르는 황톳길을 산책하고, 토요일 아침엔 세수도 식사도 하기 전 법주사와 문장대 가는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세상이 막 잠에서 깨어나는 시각, 모노레일을 깔려고 한다는 바로 그 구간을 걷다 보면, 느티나무, 떡갈나무, 층층나무, 서어나무, 전나무 등 무수한 나무들의 싱싱한 몸내가 스모그에 찌든 몸과 마음을 씻어주었습니다.

그렇게 조금은 깨끗해져서 비질 자국 선명한 법주사 마당 보리수나무 아래 앉기도 했고, 문장대를 향해 길게 누운 길을 하염없이 걷기도 했습니다. 바로 그길, 나날의 목적에 끌려 다니던 사람들이 생각 없이 걷다가 어느새 본래의 자기를 만나는 그 길에 모노레일을 놓는다는 겁니다.

겨우 1.1 킬로미터에 높낮이도 없는 길이니 걷기 힘든 사람들을 위한 배려라고 보기도 어렵고, 절집이나 관광객이나 큰 짐 지고 오는 이가 드무니 화물 운반용도 아닐 겁니다.

기사에는 속리산 국립공원을 관장하는 충청북도 보은군이 한국모노레일(주)을 속리산 모노레일 설치 민간 투자자로 선정했다고 합니다. 이 회사는 삼척시가 환선굴 모노레일 사업을 위해 양해각서를 체결한 회사와 같은 회사로, 지난 20년간 산업용, 레저용, 승객수송용 모노레일을 제작 설치해왔습니다.

이 회사의 홈페이지엔 알록달록 각양각색의 모노레일 사진이 있고, 주로 고지대로 가는 사람들이나 자재의 수송, 혹은 레저시설이나 유원지 이용객을 위해 설치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속리산을 가본 사람은 누구나 알겠지만 지금 모노레일 설치 구간으로 선정된 곳은 고지대도 아니고 레저시설도 유원지도 아닙니다.

그곳은 세속의 때를 씻고 “속리”를 하기 위해 초록 안개 속을 걸어가는 짧은 순례길이며, 그 순례는 아무리 친환경적이라 해도 모노레일을 타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탈것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남은 몇 안 되는 순례길, 부디 그대로 남겨두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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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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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춘 (61.XXX.XXX.174)
젊었을 때 몇 번이나 찾았고 문장대에도 두 번이나 올라 간 경험이 있지만 10 년이상
다시 찾지를 못한 속리산과 법주사의 모노레일 설치에 관한 글 깊이 동감하며 읽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개발"이 자연을 훼손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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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6 12: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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