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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버스 운전이 뜨는 이유
신아연 2008년 01월 29일 (화) 00:36:30
며칠 전 퇴근 길 버스를 탔을 때였습니다. 제 옆에 앉은 사람에게 운전기사가 말을 걸었습니다.

이 나라 사람들은 모르는 사이라도 스스럼없이 서로 이야기를 잘 하기 때문에 그 날도 운전 중에 무료해서 그러는 줄 알았습니다.

“평소 이 노선을 자주 이용하시는지요?“
“항상 이 버스를 타고 다니지요.”
“그럼 지금부터 가는 길을 좀 알려주시구랴.”
“그럽시다, 에~ 또, 저기 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해서 직진을 하다 보면 머잖아 버스 정류장이 나오고..“

저는 제 옆자리 승객과 운전기사를 번갈아 쳐다보았습니다. 비슷한 연배의 지긋한 나이의 두 사람이 지금 무슨 ‘황당 블루스’를 추고 있단 말입니까?

버스를 탄 건지, 택시를 탄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운전기사가 운행 노선을 몰라서 승객더러 어떻게 가는지 짚어달라고 하는 건 택시에서 익숙한 풍경이지, 버스를 모는 사람이 자기 갈 길을 가르쳐 달라는 소리는 듣도 보도 못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요즘 택시들은 죄다 네비게이션을 달고 다니기 때문에 동네 이름만 대면 더 이상 입을 열 필요도 없지만요.

하기야 얼마 전에는 버스에 오르면서 제가 원하는 목적지로 가는 차인지 확인차 물었더니 잘 모르겠다면서, 제 뒤의 승객에게 ‘ 이 버스가 그 쪽으로 가냐’고 자기가 되레 묻는 게 아니겠습니까.
완전 주객전도였습니다.

호주에서는 버스 운전기사가 선망 직종의 하나라는 신문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정말 그럴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요즘 부쩍 듭니다.

몰고 가야 할 길을 몰라도 승객들이 다 가르쳐 주지, 세워야 할 정류장을 어쩌다 놓쳐도 그러려니 하고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도 없고, 생전가야 막히는 법 없이 죽죽 빠지는 도로 상황등, 별 스트레스 없기로는 이만한 직업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물론 겉으로 보기엔 그렇다는 뜻입니다.

호주의 버스 운전기사가 이처럼 숙달되지 못하고 엉성하게 보이는 데에는 파트타임으로 운전대를 잡는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대학생 아르바이트나 은퇴 노인들의 소일거리, 주부들의 반찬값 벌이 등에 버스 운전이 만만한 일자리인 것 같습니다.
날마다 버스로 출퇴근하는 저는 정말이지 남녀노소 구분없이 다양한 운전기사를 만납니다.

‘버스 운전으로 여가 선용을’, ‘융통성있는 근무시간’ 등 시내버스 운전기사 모집 광고 문안만 보아도 ‘시간이 있으면 해 볼만한 일이 바로 이 일인가 보다’하는 짐작이 듭니다.

일의 종류와 경우에 따라 이 나라에서는 아마추어 수준으로 현장에 투입되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이미용 분야도 그러하고 일반 사무직이나 심지어 공무원 신분에서도 일의 성격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직원들을 더러 봅니다.

그런가하면 공중파 방송 중에 갑자기 화면이 정지된다거나 진행자가 실수를 하는 일이 종종 있지만 별다른 사과도 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동네 의사들도 실력이 미심쩍어 보일 때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증세를 진단하고 처방을 할라치면 그 때부터 환자와 보호자 앞에서 의학 서적이나 인터넷을 뒤적이기 시작합니다.

아는 길도 물어가고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몸짓’만은 아니라는 건 그 상황에 있어보면 눈치로 때려 잡을 수 있지요.

이렇게 우리 같으면 답답하고 속터져서 ‘뚜껑이 열려야 ’ 마땅할 것 같은 상황에서도 이 나라 사람들은 무던히도 참고 느긋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참 잘합니다.

타고난 체질이 원래 그런 것 같습니다.

체질적으로 타인에 대해서는 ‘관용과 배려’를 ,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여유와 너그러움’이 깔려있어서 질책보다는 격려를, 지적이나 판단보다는 보듬어 안고 오래 참아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릴 적 교육도 못하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잘하는 것을 찾아주려고 하고, 커서까지 잘 못하면 잘 할 때까지 기회와 용기를 계속 줍니다.

사회 전체 분위기가 그렇습니다.

살다 보면 죽을 수도 있는 건데 운전기사가 버스 노선 좀 모른다고 해서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니건만 뭐가 그리 대수인가 싶나 봅니다.

호주에 사는 한국 이민자 중에는 별 것도 아닌 일에 사생 결단으로 덤비고, ‘어찌 이럴 수가!’하면서 흥분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데 이 나라 식으로 체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혼자 열 받다 병 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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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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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hy (121.XXX.XXX.86)
우리나라 사람들의 조급증과 기질은 다 알려졌지만 교육이나 환경의 개선을 통해 긍정적인 성향으로 바꾸어야 합니다.교육제도의 부실,사회적 통념 자체의 문제점들, 바람직한 모델의 부재,사회 전반적인 구조결함 등..무수한 이유들로 인해 한국에 살면 정신병자됩니다.
외국 출장 갔다가 귀국하는 공항서부터 짜증납니다.호주에 계신 것이 행복입니다.ㅎㅎ
오랜만에 귀국하여 재미난 글을 읽으니 짜증이 좀 풀립니다.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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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01 01:4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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