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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자산 키우기
홍승철 2019년 05월 27일 (월) 00:14:22

얼마 전에 들은 두 여성 직장인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제약회사 영업 부문의 중간 간부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고객들의 심한 갑질을 견뎌 왔습니다. 그런데 후배들은 그런 상황을 못 견디겠다고 해요. 힘들긴 하죠. 당연히 불평도 나오구요. 그렇지만 나는 해내야 할 일이라 생각하고 어떻게든 해왔는데, 후배들 중에는 못하겠다고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대학교의 행정직에 있는 중간 간부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회사에 다니다가 국립대학교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온 거지만 와 보니 직원들이 일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일이란 게 요구되는 납기(納期)가 있는데 여섯 시가 되면 일을 마치지 못하고도 당연한 듯 퇴근해요.”

이들의 말은 나의 신입사원 시절이 생각나게 했습니다. 그 시절 주변 부장님들 사이의 대화에서 듣던 말이 있습니다. “요즘 신입사원들은 우리와 달라. 책임감이 강하지 않아.” 언젠가는 정시 퇴근을 외치며 과감하게 시도해 보기도 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변화가 생겼습니다. 밤늦게까지, 때로는 밤새워 일하곤 했습니다. 어느 결엔가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후배들의 근무 태도를 못마땅하게 여기기 시작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앞 세대는 뒤 세대의 생각이나 행동에서 불만족스러운 점을 많이 보게 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회사 조직에 적응해 가면서 어느 때에는 나 자신이 현실에 길들어 간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비판적 시각을 잃고 조직에서 탈락하지 않으려고만 애쓰는 약자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를 품은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시기를 다 거치고 회사를 그만둔 뒤에는 여러 차례 이런 말을 했습니다. “회사 근무를 요약하라고 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월급이라는 장학금을 받으면서 내 능력 자산을 키웠다. 많은 기회를 부여 받으며 일했다.”

팀장 시절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에 강사로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회사 비전을 소개하는 데에 두 시간을 할애받았습니다. 길게 할 말이 없어서 한 시간도 안 되어 끝내고는 신입사원들에게서 회사 생활 전반에 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중 한 질문이 나의 속마음에 화를 돋우었습니다. “이 회사는 급여가 왜 그리 적어요?” 급여 액수가 다른 회사보다 정말로 적은지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알 만큼 알아보고 선택했을 텐데 어찌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잠시 마음을 추스르고 말했습니다.

“대답하기 전에 먼저 여러분에게 질문을 드리지요. 저는 오늘 회사 비전을 소개했습니다. 회사원으로서 여러분 개인의 미래 비전은 무엇입니까? 먼 미래를 생각할 것 없이 5년 뒤 혹은 10년 뒤 회사에서의 자신의 모습에 어떤 목표가 있습니까?” 80여 명 모두가 조용했습니다.

“내가 공통된 여러분의 비전을 제시해 보겠습니다. 몇 해가 지난 뒤 자신이 일하는 분야의 전문가가 되십시오. 그 분야에서는 어느 누구보다도 잘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지요. 바람직한 수준이 되었는지는 무엇으로 판단합니까? 회사에서는 꼭 필요하다고 인정받는 사람이고 나아가서는 외부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는 사람이지요. 그런 비전을 달성하면 급여 액수에 대해 불평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이면 원하는 액수를 받을 것입니다. 회사가 그렇게 대우하지 않으면 원하는 조건을 제시하는 외부의 스카웃에 응하든지 하겠지요. 여기에서 회사 비전을 달성하는 과정과 개인 비전 달성 과정의 합치점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행운으로 생각하세요. 내가 신입사원일 때는 이런 말을 해 주는 선배가 없었는데 여러분에게는 내가 말해 주고 있으니까요.”

말을 마치자 큰 소리의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럴싸한 대답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닥친 외환위기를 겪고 난 뒤에 만난 많은 회사원들이 이런 말에 공감해 주었으니까요.
대학교에서 근무한다던 이가 덧붙인 이야기가 있습니다. “직원 중 한 명은 너무 예뻐요. 남달리 열정적으로 일하니까요. 남이 못한 일까지 해치우기도 해요.” 어느 회사원에게서는 이런 말도 들었습니다. “나는 성과 낸 만큼 보수를 받습니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여섯 시가 되면 컴퓨터 전원을 끊어버리고 사무실에서 나가라고 해요. 그래서 개인 노트북을 가지고 다닙니다. 사무실 근처의 카페에서 일을 하기도 해요.”

직장인들 중에는 성취 욕구가 강해서, 또는 소득을 높이기 위해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현재의 성과만 얻는 게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의 능력 자산을 높여 갑니다. 흔한 말로 개인의 사장 가치를 높이는 것이지요. 그런데 근무 시간을 제한하는 일률적인 법률로 이런 사람의 노력을 막는 일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크고 작은 혁신도 치열함 속에서 발생하는 것이지, 기계적으로 시간 맞추어 일하다가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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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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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빈 (58.XXX.XXX.226)
필자님의 논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스포츠에는 승부가 있기 때문에 재미가 있는 것이고, 모든 동물(심지어는 식물에게서도)들에게도 치열한 승부가 있어서 우월한 유전자를 물려주고(받아 들이고), 이런 활동들을 통해 그 종이 점점 진화한다고 믿습니다.
치열한 사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해서 전반적인 사회역량을 끌어 올려야지, 보편타당은 수준을 끌어 올린다는 것은 결국 하향평준화하는 길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냥 거대한 기계속의 한 부속이라고만 생각할 테니까요.

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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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7 08: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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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철 (219.XXX.XXX.70)
치열함이란 말 속에는 승부나 경쟁이란 전제가 자연스럽게 생기는가 봅니다. 임성빈 님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경쟁의 대상에는 타자가 아닌 자신도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치열함은 자신의 능력 한계를 뛰어넘는 일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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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8 06:33:38
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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