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황경춘 오솔길
     
혼자서도 외출했던 때가 그리워
황경춘 2019년 06월 05일 (수) 00:13:10

보행 불편으로 대중교통 이용을 못 해 혼자 외출을 못 하게 된 지 거의 1년이 넘습니다. 지난해 초 통풍을 앓은 뒤 왼쪽 다리에 가벼운 마비가 오고 힘이 빠져 보행이 극히 힘들었습니다. 재활운동을 꾸준히 한 결과 약 3개월 후 지팡이에 의지하여 가까운 거리는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부처님오신날, 집사람은 예년처럼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사찰에 갈 준비를 하며 저와의 동행을 부탁했습니다. 저는 마침 통풍 재발 억제를 위한 약이 떨어져, 동네 병원에 갈 채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연초부터 건강에 적신호가 자주 나타나 마음이 약해진 저는 이럴 때 절에나 갔다 올까 하는 불순한 마음으로, 병원에 다녀온 뒤 같이 가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그런데 가까운 병원에 걸어가는데 몹시 다리가 불편했습니다. 전화로 집사람에게 절에 같이 가는 약속을 포기해야겠다고 하니,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던 집사람은 몹시 실망한 말투였습니다. 이 일이 있은 1주일 후에 그녀는 홀연히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렇게 하여 집사람과의 마지막 동반 외출 기회가 사라졌습니다.

약간 악화되었던 왼쪽 다리의 마비가 좀 호전되어 가을에는 아이들 따라 강릉에 가서, 그곳 보건소에서 빌린 휠체어로 휴가를 즐겼습니다. 저는 편했지만 휠체어를 미는 아이들은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건강이 회복되는 듯했던 금년 초, 이번에는 폐렴으로 입원까지 하며 침대에 갇히고 퇴원 후에도 얼마동안 재활운동을 중지해야 할 정도로 몸이 쇠약했습니다. 퇴원할 때 주치의는 16가지 약을 처방해 주었습니다.

20여 년 전부터 계속 복용하던 고혈압, 고지혈증, 전립선비대증에 관한 약 외에. 초기 신부전, 과민성 방광염, 갑상선 이상, 만성 빈혈 치료 등을 위한 새로운 약이 추가되고, 약 복용도 아침 식전, 아침 점심 저녁 식사 후, 그리고 취침 전 등 하루 다섯 차례나 되었습니다.

쇠약한 체력을 달래며 재활운동도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식욕이 돌아오고 두 달 뒤 신체검사 후 약 가짓수가 거의 반으로 줄고 복용 회수는 세 번으로 줄었습니다. 보행보조기로 혼자서 일어서고 실내를 조금씩 걸어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해마다 집사람과 함께 하던 봄 꽃구경도, 금년에는 병원에 가는 도중 아이들 차 안에서 잠깐 즐길 수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 대신 봄꽃놀이가 끝난 뒤 아이들이 아버지 고향 방문 가족여행을 기획하여 7년 만에 한반도 남단에 있는 남해(南海)도 다녀왔습니다.

그러나 많이 회복된 건강에도 불구하고 왼쪽 다리의 보행능력 회복은 지지부진(遲遲不進)이었습니다. 보건소에서 휠체어를 빌리는 것도 귀찮아 휠체어 한 대를 구입했습니다. 집사람이 떠난 후 딸들이 교대로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직장 다니는 아이들 짐을 덜기 위해 지난달부터는 노인요양센터의 식사 도우미 서비스를 하루 세 시간씩 받고 있습니다. 이 할인된 유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보건소의 노년장기요양등급도 받았습니다.

이제 남은 문제는 보행능력 회복입니다. 이 나이에도 가고 싶은 모임과 만나고 싶은 친구가 있습니다. 이때까지는 아이들 차편으로 외출을 하고 휠체어로 관광도 즐겼습니다. 그러나 아이들 시간과 체력 희생에 기대하는 것엔 한도가 있습니다.

자유롭게 혼자서 외출할 수 있었던 때가 지금처럼 그리울 수 없습니다. 제 친구들 중에는 청력을 잃거나 심지어는 인지능력을 잃은 사람까지 있습니다. 저의 보행 불편은 그 친구들에 비하면 나은 편이라 생각하라고 가족은 말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능력 한계와 참다운 행복의 뜻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는 이 90줄 후반의 노인 짜증을 노탐이라고 꾸짖어야만 할까요?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14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selosolgil (114.XXX.XXX.38)
본인의 컴퓨터 조작 미스와 naver 본인 계좌 기능 트라불로 신속하게
답글을 올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넓은 마음으로 용서하시기 버럽니다.
답변달기
2019-06-11 07:08:38
0 0
selosolgil (114.XXX.XXX.38)
감사합니다.
답변달기
2019-06-11 06:52:59
0 0
정훈 (119.XXX.XXX.215)
황선생님 안녕하세요?
인사드리겠습니다. 저는 주로 다큐멘터리 PD 업무를 해왔습니다.
간결하면서도 절제력이 돋보이는 글들을 고맙게 읽어오다가 작년 부처님오신날 직후 사모님이 떠나셨음을 알았습니다.
얼마나 상심이 크십니까.
저도 83년 딱 두 달에 지나지 않지만 외신(AFP)기자 맛을 보았습니다. 이미 TBC에서 80년 봄 5.18 관련 글을 썼다가 강제해직 당한 이후 떠돌던 때였는데 당시 민지국장님과 언론관이 달라 더 근무할 수가 없었습니다.
황선생님의 강건한 정신과 명료한 자세가 앞으로 이 땅에 우뚝 서셔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바르게 만들 것이라고 믿습니다.
답변달기
2019-06-06 19:48:49
0 0
selosolgil (114.XXX.XXX.38)
AFP는 같은 건물에 사무실이 있어, 민 국장과는 몇년 전 타계할 때까지
가족 끼리 친하게 지냈습니다. 반갑습니다.
답변달기
2019-06-11 09:33:06
0 0
배학철 (118.XXX.XXX.95)
저는 이전에 황선배님을 뵌 적이 없습니다.
부인께서 갑자기 타계하신 연유를 몰라 궁금합니다만 자녀들의 도움에 의존하시는 일상이 어떠실지 짐작이 갑니다. 그러나 그 연세에도 꾸준히 재활운동을 하시고 스스로 걷기 위해 힘쓰신다는 글을 읽고 감동을 받습니다.
저는 80을 갖 넘긴 나이에 아직도 걸을 수있는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내 발로 걸을 수 없을 때 이후의 삶은 삶이 아니다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디 홀로 두발로 산책하는 그날의 감격을 칼럼에 올리시고 후배들을 격려하시기 바랍니다.
답변달기
2019-06-06 14:12:29
0 0
selosolgil (114.XXX.XXX.38)
녜, 반듯이 그럴 때가 다시 오기를 희망하고 열심이 재활운동 라고
있습니다. 드 때 다시 글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답변달기
2019-06-11 09:38:32
0 0
이상춘 (203.XXX.XXX.34)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늘 머리를 떠나지 않는 건 젊은 저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불편하신 속에서도 좋은 글을 써 주시니 후학으로서는 감사하기 그지 없습니다. 마음 굳건히 하시고 재활치료 잘 받으시면 내년에는 혼자서도 꽃구경을 하실 겁니다. 사모님이 계셨으면 더 좋았겠지만..두몫을 즐기시고 나중에 아주 나중에 많은 이야기를 나눠주시지요..쾌차를 기원드립니다.
답변달기
2019-06-05 13:34:08
2 0
selosolgil (114.XXX.XXX.38)
출퇴근 길에 조계사 앞길에서 자주 만났을 때가 그리습니다.
격려의 말씀 고맙습니다.
답변달기
2019-06-11 09:45:43
0 0
허은순 (211.XXX.XXX.103)
선생님의 글을 읽다 보면, 정말 인간의 마음과 정신, 의지 등은 나이와 상관없고, 육체적으로 쇠약하다고 하여 정신까지 쇠약한 것이 아님을 잘 알게 됩니다.
아래 글쓰신 분 말씀처럼, 선생님의 글이 아직 선생님 나이와 상황에 이르지 않은 저희들이 계속하여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줍니다. 선생님의 솔직한 표현이 결코 다른 이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존경합니다. 힘내시기를 바랍니다.
답변달기
2019-06-05 10:41:40
1 0
selosolgil (114.XXX.XXX.38)
건강을 잃고 비로서 건강의 중요함을 알게 된 범속인입니다. 따뜻한
격려의 말씀 가슴에 새겨 듣겠습니다.
답변달기
2019-06-11 09:53:34
0 0
홍정표 (202.XXX.XXX.10)
황경춘 선생님, 건강한 정신력으로 육체의 한계를 넘어 더욱 정진하시기를 바랍니다. 존경합니다.
답변달기
2019-06-05 10:24:09
0 0
selosolgil (114.XXX.XXX.38)
ㄱ조맙습니다. 힘 잃지 않겠습니다.
건강하세요.
답변달기
2019-06-11 09:55:46
0 0
선주성 (210.XXX.XXX.55)
황선생님, 결코 노탐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50대 중반 입니다. 80초반의 경증치매 어머니를 근거리에서 돌보고 있습니다.

저는 결국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도 상황이 허락하는 최대한도의 '독립성'을 유지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가 해야할 일은 이런 국민 개개인의 독립적 삶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공동체는 봉사해야 하는 것이지요. 물론 개인적으로도 재정, 건강, 관계, 활동 등을 준비해야 하고요.

선생님의 활동에 대한 욕구가 아직 선생님 나이와 상황에 이르지 않은 후배들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잘 알려줍니다. 감사합니다. 건강을 회복하시어 혼자서 돌아다니실 수 있길 기원합니다.
답변달기
2019-06-05 09:46:44
1 0
selosolgil (114.XXX.XXX.38)
녜, 건강을 잃기 전에 모든 준비를 했어야 하는데 언제까지나
건강한 인생이 계속되리라 믿고 허송세월 한 죄를 지금 뒤늦게 깨닳고
후회막심입니다. 그래도 생명이 붙어있는 한 더 열심히 공부할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답변달기
2019-06-11 10:05:56
0 0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