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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적이다” -대한민국이 북한의 적(敵)입니다-
신현덕 2020년 06월 17일 (수) 00:02:34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6・25 전쟁이 발발한 지 꼭 70년이 됩니다. 인간 나이로 본다면 고희(古稀) 또는 종심(從心)입니다. 70까지 살기가 쉽지 않으며(고희), 그 나이가 되면 세상을 오래 살아 경험과 지혜가 충만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행동해도 법도나 규범에서 벗어나지 않는다(종심)는 말입니다. 즉 사물의 이치나 지식 등을 훤히 알아 스스로 자제할 수 있으며, 주위 사람들을 다독일 수 있다는 뜻이겠지요.

최근 6・25 70주년을 맞으며 종심의 뜻에는 어림없고, 남북관계가 아주 고약한 상황으로 꼬여갑니다. 북한이 탈북자들의 언행 때문에 몹시 불편한가 봅니다. 우리 국민이 보낸 삐라에서 비롯되었다며 북한은 대한민국을 “적은 적”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심지어는 “대남사업을 대적(對敵)사업으로 전환한다.”고 열을 올리며 우리 국민(탈북자)을 쓰레기라고 몰아붙였습니다. 북한은 군사행동도 언급하더니 급기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북한을 적이라 부르는 데 묘한 부담감을 느꼈던 것이 사실입니다. 안타깝지만 북한이 우리에게 적대행위를 함으로써 스스로 우리의 적임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이번 정부처럼 북한에 호의적인 정부가 없었는데, 북한 내부에서 뭔가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잘못 진행되나 봅니다. 북한은 그럴 때마다 핑곗거리를 외부에서 찾곤 했지요. 동시에 외부의 바른 소리 유입을 강제로 막는 것이 통상적인 일이었지요.

외부에서 유입되는 정보를 비정상적으로 차단했던 국내외 각종 사례를 짚어봅니다.
#1. 금강산에 갔을 때
연평해전이 일어난 날 저는 금강산 관광 중이었습니다. 귀환하기 직전 분위기가 뒤숭숭했습니다. 휴전선을 넘어 무사하게 돌아올 수 있을까 좌불안석이었습니다. 그 전전 날 금강산으로 들어갈 때 북한의 요구로 신문 잡지 심지어는 소설조차도 가져갈 수 없었습니다. 주머니를 탈탈 털어 인쇄물 조각도 버렸습니다. 당시 외부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모든 정보를 차단하고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2. 이란에 갔을 때
테헤란 공항 서점에서 산 미국 타임 지(誌)의 이란 관련 기사가 검게 칠해져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여성들이 해변에서 수영복을 입고 자유롭게 거니는 사진도 가려져 있었습니다. 회교 원리를 강조하느라 국민의 알 권리쯤은 뭉개버린 것이었습니다.
#3. 독일 통일 전 동독에 들어갈 때
서베를린에서 동베를린으로 들어가는 버스 안. 정복을 입은 동독 안내원(우리 출입국 관리국 직원에 해당)이 방문객들의 여권을 다 걷어 신원을 일일이 확인했습니다. 그는 서방의 인쇄물은 어떤 것도 허용되지 않으니 제출하라고 아주 조용하지만 엄숙하게 말(강요)했습니다. 숨긴 것이 발각되면 동독 법에 의해 처벌을 받는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서베를린에서 버스가 출발하기 전 수차례 들었지만 막상 동독 관리에게서 같은 말을 듣자 아주 잠시 동안이지만 침묵이 버스 안을 억눌렀습니다. 당시 서독 방송을 시청하는 상황인데도 동독은 인쇄물 반입만은 엄격하게 통제했습니다.
#4. 유신과 5공화국 때
외국서 들여오는 정기간행물에서 한국을 취재한 반정부 기사는 읽을 수 없었습니다. 오려냈거나 까맣게 지워져 배포됐습니다. 심지어는 언론사 텔렉스로 들어오는 외신조차도 당국의 ‘보도협조’란 구실 좋은 핑계로 막았습니다. 더더욱 기가 찬 것은 유신 때 발효된 긴급조치는 비난조차 할 수 없도록 지독했습니다. 술집에서 친한 친구와도 귓속말을 주고받았던 쓰라린 기억이 새롭습니다.

북한의 반발에 우리 정부, 국회가 갈피를 못 잡고 있습니다. 정부 부처 간에 엇박자가 나고, 대책이라는 방안의 논리가 뒤엉키고, 서로 허둥대며 강한 말을 앞세웁니다. 북한의 김여정 등 관계자들이 내뱉는 너저분한 언행 때문에 정부가 위헌 행동도 불사하겠답니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알권리와 행복추구권조차도 제동을 건다면 바로 위헌심판 대상이 되겠지요. 만의 하나 지금은 아니라 할지라도 미래에 국가가 사과, 배상, 보상을 해야 하는 무리수가 될 수 있습니다. 마치 유신헌법과 긴급조치로 피해를 입은 국민들이 지금 와 구제를 받는 것처럼요. 자칫하여 이적이나 여적죄(與敵罪)까지 거론되면 더욱 곤란합니다. 하긴 헌법상 북한은 국가가 아니니 여적일 수는 없겠네요.

북한이 벌이는 이번 일을 여러 면에서 종합하면 경제 파탄을 감추며, 탈북민들의 많은 입을 막고 행동을 제약하려는 얄팍한 꼼수로 보입니다. 북한의 내부 동요와 우리 국민의 변화가 두렵기 때문이지요. 또 국회에 진출한 탈북 의원들이(면책특권 보호를 받으며) 북한 내부 깊숙한 상황을 폭로하는 것에 공포를 느끼고 있을 겁니다. 국가가 적으로부터 그들을 반드시 지켜야 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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