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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카르텔(Kartell)과 그 카르텔(Cartel)
이성낙 2022년 07월 26일 (화) 00:01:04

지난 대선 당시 후보 간 TV토론 자리에서 비교적 투박한 언어를 구사하는 H 후보가 ‘카르텔(Cartel)’이라는 외래어를 사용하는 걸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맥락상 ‘편 가르기’ 또는 ‘갈라치기’라는 표현을 대신한 것으로 필자는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카르텔의 사전적 뜻을 찾아보면 ‘동일 업종의 기업들이 가격이나 생산량, 공급량에 대한 협정을 맺어 이윤을 증대시키는 행위'를 말합니다. 즉, 경제용어입니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영어의 ‘Cartel’은 독일어의 ‘Kartell’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필자가 독일어의 ‘Kartell’이란 단어를 처음 접한 것은 1960년대 초였습니다. 필자는 뮌헨대학교에 등·하교할 때면 늘 거대한 벽돌 건물을 지나야 했는데, 그 대형건물에 ‘Bundeskartellamt(연방카르텔청)’라는 하얀색 팻말이 붙어 있었습니다.
그냥 무슨 정부 기관 건물이려니 생각하다가 어느 날 등굣길에 동행하던 친구에게 ‘Kartellamt’가 정확히 어떤 곳이냐고 물었습니다. 친구는 비교적 새로운 연방 정부 기관이라면서 “돈 많은 거대기업이 횡포를 부리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곳”이라고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대기업을 엄중히 감독하면서 상대적으로 약체인 중소기업을 보살피는 것이 주된 임무라고 덧붙였습니다.

훗날 알았지만, 연방카르텔청은 우리에게 친숙한 경제학 교수이자 독일에서 첫 번째로 경제부 장관(1949~1963)을 지낸 뒤 2대 총리를 역임(1963~1966)한 루트비히 에르하르트(Ludwig Erhardt 1897~1977)가 1958년 만든 정부 기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경제학자로서 자본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에서 대기업의 장·단점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잘 인지했기에 그런 기관을 만들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실 그 당시에 우리나라에는 대기업이라고 할 만한 기업이 없던 시절이라 필자는 열심히 설명하는 친구의 얘기가 그리 실감 나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몇 년 후, 독일 사회에서 환경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크게 떠올랐던 적이 있습니다. 자동차의 배기가스와 공장지대에서 뿜어대는 유황 성분의 매연이 생활환경에 엄청난 악영향을 초래했기 때문입니다. 그 해결책으로 탈황(脫黃) 시설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은 당연했습니다.
그러자 대기업들은 탈황 시설을 구축하려면 엄청난 재정적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며 ‘시기상조론’을 거론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업들은 탈황 시설 구축에 따른 재정 부담은 기업생존에 큰 어려움을 초래하게 되고, 이는 결국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국내 산업발전의 발목을 잡을 거라고 반대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때 연방카르텔청이 나서서 대기업들의 ‘담합’ 문제를 강력하게 지적했고, 기적처럼 시기상조론이 가라앉았습니다. 연방카르텔청의 위력이 얼마나 큰지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필자가 프랑크푸르트 대학병원에서 근무할 때 일입니다. 고국의 옛 친구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는데, 필자의 연구실에서 1년간 지내고 싶다는 부탁의 글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숙식비를 비롯해 모든 생활비는 자신이 손수 감당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필자는 벗과 함께 지낼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 고무되었습니다. 더군다나 연구실을 관리·운영하는 처지에서 무급이든 유급이든 연구 도우미를 확보한다는 것은 엄청난 ‘이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주임교수를 찾아가 그 사실을 말씀드렸더니, 주임교수 역시 무척 반가워하면서 동의해주었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입국사증에 필요한 서류를 마련하려고 대학병원 행정담당 과장을 찾아갔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설명한 뒤 입국사증 신청에 필요한 증빙서류를 달라고 하자 담당자가 물었습니다. “연구실에서 1년 체류하며 발생하는 생활비는 어떻게 마련하죠?” 필자는 자신 있게 그건 본인이 부담하고,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은행계좌에 예치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예치할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누가 그 돈을 내느냐 하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주임교수가 자신의 연구비에서 방문자의 생활비를 마련하든지, 아니면 어떤 객관적인 기관에서 체류비를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아주 답답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것은 “우월적 지위에 따른 갑질 문제로 해석될 수 있는 사안이라 어쩔 수 없다”라는 담당자의 설명이었습니다. 문득, 오래전 들었던 연방카르텔청이 생각나면서 ‘우월적 지위’라는 용어를 이때 처음 듣기도 하였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국내 젊은 후배 교수들이 수련과 연구목적으로 미국 저명 교수를 찾아 나설 때, 종종 생활비를 포함한 체류비를 미국 대학교 측이 부담할 수 없으니, 꼭 오고 싶으면 자비 부담으로 오라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고 합니다. 바로 ‘우월적 지위’라는 시각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그래서 유럽에서 “유럽의 자본주의가 ‘복지 지향적’이라면, 미국의 자본주의를 ‘주식 지향적’”이라 하는가 봅니다.

얼마 전 kakao라는 거대기업이 택시운송업에 끼어든 것도 모자라 대형빌딩의 주차관리 영역에까지 침입한 것을 보았습니다. 우리 사회가 공정거래라는 측면에서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횡행하는 ‘편 가르기’와 ‘갈라치기’ 같은 낮은 수준의 그 ‘Cartel’보다는 사회정의를 지키는 칼과도 같은 그 ‘Kartell 정신’이 작동하는 건전한 나라를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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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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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14.XXX.XXX.244)
좋은 글에 옥의 티 같은 오류가 있어서 말씀드립니다. 독과점 규제는 유럽보다 미국에서 먼저 시작하였습니다. 20세기 초에 설립된 미국의 '연방공정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가 세계 최초의 독과점 규제 기관입니다. 유럽은 계약의 자유를 내세워 카르텔을 보호하다가 2차 대전 이후부터 미국식으로 규제하기 시작하였고, 그 조류 속에 독일의 '연방카르텔청'도 설립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본문에서 '연방카르텔청'이 세계 최초의 독과점규제기관인 듯 서술한 대목은 수정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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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6 21:48:11
1 0
Sungnack1212 (218.XXX.XXX.234)
지적하여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교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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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3 18:40:40
0 0
장혜섭 (118.XXX.XXX.53)
칼과 같은 ‘Kartell 정신’에 대해 깊이 숙고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에도 주식지향적이란 단어에 대한 이해가 잘 안돼서
정확한 뜻을 알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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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6 14:26:34
0 0
Sungnack1212 (218.XXX.XXX.234)
주신 코멘트에 감사드립니다.
답변달기
2022-08-03 18:4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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