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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인간 자체가 싫다”
임종건 2022년 08월 30일 (화) 00:02:07

윤석열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남한의 ‘담대한 구상’을 밝힌 뒤 다다음 날 북한은 김정은 북한노동당 총비서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요란한 담화를 통해 윤 대통령과 한국정부를 온갖 막말로 비판하고 조롱했다.

북한이 남한의 정부나 대통령을 향해서 내지르는 악담은 우리말 사전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는 기기묘묘한 것들이 많다. 동어반복을 피하려하기 때문이겠지만 막말에 대한 수식어가 현란하게 바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해서는 ‘세 살 난 아이’ ‘완벽한 바보’ ‘저능한 사고방식’ ‘철면피의 감언이설’ '특등 머저리'등 벼라별 악담이 많았지만 남한 사회에서 가장 많이 기억되는 악담은 ‘삶은 소대가리’ 일 것이다.

김여정의 이번 담화도 예외는 아니었다. 담대한 구상에 대해서는 "윤석열의 푸르청청한 꿈이고 희망이고 구상"이라면서 "(윤 대통령이) 아직은 어리기는 어리구나하는 것을 느꼈다"고 말하는가 하면 이 구상이 ‘실현과 동떨어진 어리석음의 극치’ ‘넘치게 보여준 무식함’ ‘하나 마나 한 헛소리’ 등으로 매도했다.

​윤 대통령 개인에 대해서도 "오늘은 담대한 구상을 운운하고 내일은 북침전쟁연습을 강행하는 파렴치한 이가 다름 아닌 윤석열 그 위인"이라고 하는가 하면, "개는 엄지(어미)든 새끼든 짖어대기가 일쑤라더니 명색이 대통령이란 ‘것’도 다를 바 없다"는 막말까지 동원했다.

​그러나 김여정의 말에서 나의 눈길을 끈 대목은 “윤석열이란 인간 자체가 싫다”는 표현이었다. 이는 북한이 역대 남한의 대통령을 겨냥한 비방으로서는 처음 등장한 이례적인 표현이다. 김여정이 여자라는 점에서 이성에 대한 감수성이 작용된 표현이 아닌가 여겨지기도 한다.

​‘인간이 싫다’라는 말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뭔가 서로 관계를 맺어온 사람 사이에서 호오(好惡)의 감정이 생겼을 때, 이를테면 연애하던 남녀가 헤어지거나 부부싸움 중에 나올 수 있는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8·15제안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최초의 대북 공식 제안이다. 남북한 간에는 아직 호오의 감정이 생길만한 직접적인 대화의 시간은 없었다. 그 점에서 인간 자체가 싫다는 표현은 대화의 여지를 두겠다는 의사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다. 나는 탈북자 출신의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의 그런 해석에 일리가 있다고 느낀다.

​태 의원은 김여정이 '남쪽이 목을 빼고 북의 반응을 기다릴 것 같아서'라는 명분을 달아서 이례적으로 이른 시일 안에 반응을 한 것과 “(윤대통령이) 권좌에 올랐으면 2~3년은 열심히 일해 봐야 세상 돌아가는 이치, 사정을 읽게 되는 법이다”라고 2~3년이란 시간을 강조한 대목도 주목했다.

핵포기 문제에 대해 "세상에는 흥정할 것이 따로 있는 법, 우리의 국체인 핵을 경제협력과 같은 물건 짝과 바꾸어보겠다는 발상"이라며 "어느 누가 자기 운명을 강낭떡(옥수수떡) 따위와 바꾸자고 하겠는가"라는 대목도 음미할 만하다.

당장은 대화할 의사가 없지만 2, 3년 윤석열 정부의 태도를 보고, 국내적으로 지지도가 올라 ‘담대한 구상’의 추진동력이 살아나면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태 의원은 그 시간이 당겨질 가능성이 있다고 점친다.

핵폐기의 대가를 ‘물건짝’ ‘강낭떡’ 등 사소한 것에 빗댄 것은 절대 헐값에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인데, 우리 정부의 담대한 구상에 대한 북한의 기대가 함축된 표현이라고 하겠다.

이즈음 오카다 다카시가 지은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라는 책을 읽었다. 저자는 사람이 사람을 싫어하게 되는 현상을 ‘인간 알러지’라고 했다. 인간관계에 관한 책이지만 ‘인간 알러지’의 원인 및 처방과 관련, 남북관계에서도 원용할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저자는 ‘인간 알러지’ 감염자는 자존심이 세고 경계심이 강해서 자신의 약점을 내보이지 못하는 특성이 있고, 고민이나 강한 분노를 마음에 쌓아 두었다가 갑자기 폭발시키는 특성이 있다고 진단한다.

이는 애정결핍과 같은 마음속의 트라우마나, 콤플렉스에서 비롯되는 질환인데 가장 중요한 처방은 사람이 싫어질 때 그 사람에 대한 사실과 추측을 구별하고, 추측을 확대하지 않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권유한다.

저자는 사실 남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는데, ‘인간 알러지’ 감염환자는 남이 자신에게 관심이 많은 것으로 과도하게 추측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런 과도한 추측이 증오와 불신을 증폭시키고, 나아가 그에게 던지는 충고까지도 증오의 대상이 된다고 말한다.

죽은 아버지 김정일과 김정은-여정 남매의 ‘인간 알러지’도 ‘핵을 보유한 세계 최빈국’의 트라우마와 콤플렉스에서 시작돼, 남한에 대한 과잉 추측으로 증오를 증폭시키다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서해 해전, 연평도 포격' 남북협력사무소 폭파, 막말 담화 등의 온갖 도발로 나타나고 있다.

한미 간의 방어용 군사훈련을 한사코 북침훈련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이번의 ‘담대한 구상’을 포함, 남한의 모든 경협제안을 흡수통일의 음모라고 보는 의심이 대표적이다. 북한이 남한에 의한 흡수 통일을 원치 않듯이, 남한에서도 통일에 대한 관심은 관념으로 멈춰 있는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도 김여정의 막말 담화에 과도하게 부정적으로 추측할 필요는 없다. 북한은 반어법에 능한 집단이다. 가장 자극적인 어휘로 해오는 공격이 내심으로 가장 열렬히 대화를 희구하는 신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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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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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머리해장국 (175.XXX.XXX.151)
새롭고도 논리적인 시각의 글을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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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31 17:51:59
0 0
임종건 (39.XXX.XXX.196)
공감해 주시어 감사합니다. 삶은 소대가리를 연상케하는 필명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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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1 12: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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