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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의 달’ 10월, 생리의학상 단상
방재욱 2022년 10월 20일 (목) 00:00:35

지난 10월 3일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시작으로 4일 물리학상, 5일 화학상 수상자가 발표되며 제122회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 선정이 마무리되었습니다. 노벨 생리학·의학상(The Nobel Prize in Physiology or Medicine)은 노벨상의 6개 분야(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문학상, 평화상, 경제학상) 중 생리학 또는 의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보인 사람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노벨 생리의학상'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노벨 생리의학상은 1901년 노벨상 수여가 시작된 이후 올해까지 총 113차례에 걸쳐 225명이 상을 받았는데, 수상자들의 업적 중 인류에게 크게 공헌한 주요 업적 현황을 ‘노벨상의 달’ 10월의 단상(斷想)으로 떠올려봅니다.

노벨상의 창시자 알프레드 노벨(Alfred Bernhard Nobel)의 유언에 ‘생리학 또는 의학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을 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것으로 지정되어 있는 생리의학상은 초창기에는 인간 생리의 새로운 원리를 밝히거나 의학 발전에 기여한 사람에게 주어지고 있습니다. 노벨이 물리학상, 화학상과는 달리 생명과학 분야의 상을 생리학과 의학으로 따로 구분한 것은 당시 생리학이 오늘날의 생명과학을 통칭하는 분야였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집니다.

첫 번째 노벨 생리의학상은 1901년 혈청요법을 이용한 디프테리아 치료법 개발로 의학계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업적으로 독일의 세균학자 에밀 폰 베링(Emil Adolf von Behring, 당시 47세)에게 수여되었습니다. 1905년 생리의학상은 독일의 세균학자 코흐(Heinrich Hermann Robert Koch, 62세)에게 수여되었는데, 1882년에 결핵균, 1885년에는 콜레라균을 발견한 코흐는 당시 인류에게 무서운 적으로 대두되었던 결핵 치료약 연구에 몰두해 1890년 결핵 감염진단 투베르쿨린(tuberculin)을 개발한 공로로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1923년 생리의학상은 당뇨병에 특효약으로 이용되는 인슐린(Insulin)이란 호르몬을 발견한 공로로 캐나다의 의학자 프레더릭 그랜트 밴팅(Frederick Grant Banting, 32세)과 영국의 생리학자 존 제임스 리카드 맥클레오드(John James Rickard Macleod, 47세)에게 수여되었습니다. 1930년 생리의학상은 ABO식 혈액형을 발견하고 매독의 혈청학적 연구로도 유명한 미국의 병리학자이며 혈청학자인 카를 란트슈타이너(Karl Landsteiner, 62세)가 받았습니다.

1945년의 상은 푸른곰팡이에서 발견한 페니실린을 추출해 항생제 연구의 시발점을 마련한 영국의 생명공학자 알렉산더 플레밍(Alexander Fleming, 64세), 영국의 생화학자 언스트 보리스 체인(Ernst Boris Chain, 39세), 그리고 호주의 병리학자 하워드 월터 플로리(Howard Walter Florey, 47세)에게 수여되었습니다. 1962년 생리의학상 수상자는 미국의 분자생물학자 제임스 듀이 왓슨(James Dewey Watson, 34세), 영국의 생물학자 프랜시스 크릭(Francis Harry Compton Crick, 46세), 그리고 영국의 물리학자이며 분자생물학자인 모리스 윌킨스(Maurice Hugh Frederick Wilkins, 46세)로 생명 현상의 기반인 DNA의 이중나선 구조와 유전정보 전달에서의 중요성 발견 업적으로 수상하였습니다.

​노벨 생리의학상은 초기에 고전 생리학 연구 분야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으나, 1970년대부터는 동식물에 대한 기초연구 성과에도 수여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실례로 1973년 수상자는 오스트리아의 동물학자로 꿀벌의 집단행동을 연구한 카를 폰 프리슈(Karl von Frisch, 87세)와 오리와 거위의 행동에 대한 연구를 통해 조류(鳥類)가 태어날 때 처음 본 움직이는 물체를 어미로 인식하는 본능(각인)을 갖고 있음을 발견한 오스트리아의 동물행동학자 콘라트 차하리아스 로렌츠(Konrad Zacharias Lorenz, 70세)와 네덜란드의 조류학자 니콜라스 틴베르헌(Nikolaas Tinbergen, 66세)입니다.

​1983년에는 옥수수 유전학 연구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미국의 여성 세포유전학자인 바버라 매클린톡(Barbara McClintock, 81세)이 옥수수의 이동성(전이성) 유전자를 발견한 공로로 수상했습니다. 1997년 수상자는 감염을 일으키는 단백질 분자로만 이루어진 ‘프리온(Prion)’을 발견한 미국의 신경생물학자 스탠리 벤저민 프루시너(Stanley Benjamin Prusiner, 61세)입니다.

​21세기에 들어와 2003년에는 요즘 의학계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는 자기공명영상(MRI, Magnetic Resonance Imaging)을 연구 개발한 공로로 미국의 화학자 폴 크리스천 라우터버(Paul Christian Lauterbur, 74세)가 영국의 물리학자 피터 맨스필드(Peter Mansfield, 70세)와 함께 수상했습니다. 2010년에는 영국의 생리학자 로버트 에드워즈(Robert Edwards, 85세)가 1978년에 세계 최초로 ‘시험관 아기’를 탄생시킨 공로로 수상자가 되었습니다.

​2017년에는 미국의 유전학자 제프리 코너 홀(Jeffrey Connor Hall, 72세)이 우리 몸의 생체시계를 통제하는 분자 메커니즘인 활동일주기(Circadian rhythm)을 발견한 공로로 미국의 유전학자 마이클 모리스 로스배시(Michael Morris Rosbash, 73세)와 미국의 시간생물학자 마이클 워런 영(Michael Warren Young, 68세)과 함께 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올해(2022년) 생리의학상 수상자는 스웨덴 출신의 진화유전학자로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교수인 스반테 에릭 페보(Svante Erik Pääbo, 67세)입니다. 페보의 수상 업적은 고대 인류의 유전체(게놈, Genome) 해독으로 인류의 진화 비밀을 캐내, 현재의 인류가 멸종으로 사라진 고대 인류와 어떤 연관성이 지지고 있는가를 밝힌 것입니다. 페보 교수는 현재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나 만성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병(Crohn's disease) 등을 유발하는 질병 유전자들이 인류 조상인 네안데르탈인(Homo neanderthalensis), 데니소바인(Denisovan)과 연계되어 있으며, 코로나 바이러스 저항 유전자가 사라진 인류 조상으로부터 전해진 사실도 밝혔습니다.

​이웃 나라 일본은 1949년 유카와 히데키(Yukawa Hideki, 湯川秀樹)가 ‘중간자의 존재 예측’으로 물리학상을 처음 수상한 이후 지금까지 25명의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생리의학상의 경우 1987년 도네가와 스스무(Tonegawa Susumu, 利根川進)가 ‘항체 다양성의 유전학적 원리 규명’ 연구로 처음 받은 이후 지금까지 5회(1987년, 2012년, 2015년, 2016년, 2018년)에 걸쳐 5명의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아직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노벨상의 달’ 단상으로 떠올려보며, ​기초과학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과 범사회적 관심 확대로 생리의학상을 포함한 노벨 과학상 수상이 우리가 막연하게 기다려 오기만 하던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는 날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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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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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tay (118.XXX.XXX.89)
잘 읽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언제 노벨 과학상을 타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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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6 14:27:30
0 0
방재욱 (211.XXX.XXX.81)
기초과학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으로 노벨 과학상이'현실'로 다가오는 날이 많이 기다려집니다.
감사합니다**
답변달기
2023-01-18 10:31:26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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