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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보기 싫을 때 -『나쁜 뉴스에 절망한 사람들을 위한 굿뉴스』
김이경 2008년 05월 10일 (토) 00:42:54
7개월 무료구독에 3만 원어치 상품권, 거기에 경제신문까지 공짜로 넣어준다는 데 도저히 뿌리칠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보게 된 신문 때문에 요즘 후회막급입니다. 아침이 편안해야 하루가 편안한데 아침마다 눈살을 찌푸리고 울화가 치미니 이래서야 어디 사람이 살겠습니까. 지치지도 않고 이어지는 나쁜 뉴스에 교묘한 눈속임으로 가득 찬 편파보도까지, 해도 너무하는구나 싶습니다. 그럴 때 도서관 서가에서 『나쁜 뉴스에 절망한 사람들을 위한 굿뉴스』라는 책을 보니 눈이 번쩍 뜨이더군요. 600쪽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 온통 좋은 소식만 전할 리는 없겠고, 반의 반의 반이라도 제목에 값하는 내용이 있으면 좋겠다 하고 읽었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제목 그대로입니다.

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데이비드 스즈키가 홀리 드레슬과 함께 쓴 이 책은, 세상이 얼마나 나빠지고 있는지를 말하는 대신 세상이 얼마나 나아지고 있는지를 말합니다.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일자리를 얻고, 더 좋은 먹거리를 먹으면서, 쓰레기는 줄고 꽃은 늘어나며 사막은 초지가 되고 거기서 자란 소를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다면, 정말 살 만한 세상이겠지요? 스즈키와 드레슬은 세 개의 대륙을 오가며 수백 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한 뒤에 세상은 아주 느리지만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얘기합니다. 책은 그들의 낙관을 뒷받침하는 전 세계의 사례들로 가득합니다.

책의 첫 장은 “꽃을 해치지 않는 꿀벌처럼 돈을 버는” 착한 사업가들을 소개합니다. 인간적으로 사육된 가축의 고기만을 사용하는 화이트독 카페, 미국에서 제일 건강한 산업림을 가진 벌목회사 콜린스 파인, 친환경으로 유명한 바디샵 창립자 아니타 로딕, 폐기물 제로를 추구하는 인터페이스 카펫…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지속가능성을 최우선에 놓고도 성공적인 경영을 하고 있더군요. 비용·이익·경쟁 대신 환경·공존·협력 같은 가치를 내거는 순간 효율성이 떨어지고 비경제적일 거라는 고정관념은 이들에 의해 여지없이 깨집니다.

연간 매출액이 500만 달러에 달하는 화이트독 카페의 사장은 주방장과 똑같은 월급을 받으면서 식당 위층에 삽니다. 삶과 사업을 분리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삶과 사업을 분리한 사업가들이 사업에서 성공한 뒤 희귀품 수집이나 자선사업에 매달린다고 비판합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지역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생각하며 사업에 파고든다면 성공한 뒤에 새삼스럽게 인생의 허무 따위를 느낄 리는 없다는 거지요. 자선사업이라도 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그보다 더 좋은 소식은 처음부터 이웃과 사회, 자연과 미래를 돌보는 경영에 헌신하는 일일 겁니다.

물론 이들의 소식이 모두 장밋빛만은 아닙니다. 바디샵과 벤엔 제리 아이스크림은 기업이 커지면서 주주의 이익과 대기업의 자본에 뜻이 꺾인 사례입니다. 하지만 그 실패조차 가르침을 준다고 저자들은 말합니다. 아니타 로딕은 이윤이란 개념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면서 “누구를 위한 이윤이냐?”고 묻습니다. 손익과 상관없이 매출액의 7.5%를 자선사업에 기부하고, 유전공학 물질이 들어간 우유를 쓰지 않고, 말단 직원과 최고 경영진의 임금 격차를 제한하던 벤엔 제리가 유니레버에 인수 합병된 건, 더 많은 이윤추구를 당연시하는 사회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얻은 이윤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아마 모두가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면 좋은 소식은 훨씬 더 많아지겠지요.

『굿뉴스』의 많은 부분은 전 세계에서 환경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이 어떤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흔히 환경과 조화를 이룬 생활은 도덕적으론 옳지만 경제적으로는 비효율적인 것으로 취급됩니다. 하지만 저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오히려 그렇게 살 때 우리는 ‘두 배의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다만 이 배당금을 받으려면 인내심과 전체론적 관점이 아주 중요합니다. 특히 사슬처럼 얽혀 있는 자연생태계를 상대할 때는 “코요테가 풀을 기른다”는, 언뜻 이해하기 힘든 원칙을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짐바브웨의 생물학자인 새보리는 목초지가 사막으로 변하는 걸 보고 지나친 방목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하지요. 제3세계의 초지가 사막화되는 현실을 보면서 선진국 과학자들은 입을 모아 인구증가와 과도한 방목, 삼림 남벌, 계단식 농사가 원인이라고 지적하니까요. 하지만 새보리는 그와 정반대의 조건에 있는 미국 텍사스에서도 비슷한 사막화를 목격합니다. 이 뜻밖의 사태를 연구하면서 그는 풀이 자라려면 풀을 먹는 초식동물도, 초식동물을 먹는 포식동물도 필요하다는 걸 깨닫습니다.(궁금하면 책을 보시길!) 생태계가 건강하게 복원되려면 전혀 무관해 보이는 생물들도 함께 사는 다양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거지요. 새보리의 전체론적 방식은 미국의 방목지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목축업자들은 들꽃과 늑대를 살리는 방식을 택했고 ‘두 배의 배당금’을 받았습니다.

새보리의 경영도표에는 ‘계획하라’는 단어 아래 ‘틀렸다고 전제하라’는 문구가 써 있다고 합니다. 이런 겸손함은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숱하게 발견되는 덕목입니다. 그러고 보면 ‘굿뉴스’는 나도 틀릴 수 있다는 겸손에서 출발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고대하는 ‘굿뉴스’도 “저희가 틀렸습니다”는 겸손한 한마디, 딱 그 한마디일 테니까요. 아닌가요? 그렇다면, 제가 틀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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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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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춘 (61.XXX.XXX.59)
"노 뉴스 이즈 굿 뉴스"의 신봉자들이 아직은 찾아 갈 오아시스가
있구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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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0 15:48:58
0 0
libero (210.XXX.XXX.253)
자유칼럼 아닌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요?
어느 매체도 그 딱딱한 틀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더군요.
답변달기
2008-05-10 09:53:29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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