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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중국몽
방석순 2022년 11월 01일 (화) 03:47:23

중국 공산당이 지난달 23일 시진핑(習近平, 69)의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 3연임을 결정했습니다. 국내외 언론들은 이구동성으로 시진핑 1인 독주시대가 열렸다고 평합니다. 그의 집권 3기를 이끌어 갈 최고 지도부인 공산당 중앙정치국이 모두 그의 수족들로 채워져 더 이상 ‘No’라고 말할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때 총서기 물망에 올랐으며 시진핑 2기를 함께 이끌었던 리커창(李克强, 67) 총리 등 시진핑을 견제할 만한 인물들은 모두 중앙위원회에시 밀려났습니다. 지난달 공산당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식에서 시진핑 옆자리에 앉았던 전 국가주석 후진타오(胡錦濤, 80)가 수행원에 이끌려 퇴장당하는 모습이 시진핑 1인 독재 개막의 상징으로 비쳐 세계의 이목을 모았습니다.

   

중국 지도부는 1970년대 후야오방(胡耀邦; 1977~1987) 이래로 자오쯔양(趙紫陽; 1987~1989, 첫 임기 중 숙청), 장쩌민(江澤民; 1989~2002‘ 자오쯔양 잔여임기 승계), 후진타오(2002~2012) 모두 5년 임기 2연임의 전통을 지켜왔습니다. 그것이 당내 경쟁세력의 반발을 무마하는 장치이기도 하고, 집권자의 미덕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진핑은 2017년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관례를 깨고 후임자를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다음해 전인대에서는 헌법의 국가주석직 2연임 초과 금지 조항을 삭제했습니다. 장기 집권의 본심을 노골화한 것입니다. 중국 공산당 당헌에 시진핑 사상(중국 특색 사회주의)이 지도적 사상으로 추가되면서 시진핑은 마오쩌둥(毛澤東)의 권위를 뛰어넘어 ‘시(習)황제’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시진핑의 행보는 국제 정치무대의 거의 유일한 ‘친구’인 러시아의 푸틴(Vladimir Putin, 70)과 여러 모로 엇비슷합니다. 구 소련 붕괴 후 혼란기에 정권을 잡은 푸틴은 2000년부터 2008년까지 4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연임했습니다. 그는 총리였던 메드베데프(Dmitry Medvedev, 57)에게 잠시 대통령직을 넘겼다가 되돌려 받는 꼼수로 2012년부터 6년으로 늘어난 임기를 두 번째 수행 중입니다. 옛 소련의 영향력을 재현하고자 하는 그 역시 국내외에서 ‘차르’(tsar; 제정 러시아의 황제)로 불리곤 합니다.

권력 독점, 독재는 공산주의를 지향해 온 나라들의 숙명이 아닌가 싶습니다. 인간 본성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활동을 제약하고, 정당한 노력에 대한 대가를 부정하는 사회에서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생산 활동이 이루어질 리 없기 때문입니다. 스탈린 치하의 구 소련이 그랬고, 그 위성국가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은 권력 3대 세습의 북한이 그 표본처럼 남아 있습니다.

며칠 전 국감장에서 서울대 오세정 총장이 교내 도서관에 ‘시진핑 자료실’을 운영하고 있다 해서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으로부터 혼이 나는 광경을 보았습니다. 의원이라는 사람의 허세도 보기에 딱했지만 "자료를 많이 주어서 방을 만들었을 뿐"이라는 총장의 답변은 더욱 한심했습니다. 그는 자료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왜 운영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듯했습니다. 국립 서울대라면 없는 자료를 모아서라도 ‘시진핑 연구실’을 만들어 그가 어떤 인물인지, 무슨 생각을 품고 있는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연구해야 할 일인데 말입니다.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하며 시진핑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과 모든 민족이 함께 노력한 결과 첫 번째 100년의 목표인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풍족하고 편안한 생활을 누림) 사회를 달성했다. 이제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새로운 장을 열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기 위해 분발해야 한다.”

고대 문명의 발상지로 아직도 그 땅에서 그 문화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 나라는 별로 많지 않습니다. 천하의 중심으로 자처하던 중국도 최근세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시기에 서양 강국들은 물론 이웃 일본으로부터 모진 굴욕을 당했습니다. 그런 나라의 후예로 굴기의 뜻을 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중국몽-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 2012년 공산당 총서기로 등극하며 바로 시진핑이 피력한 꿈입니다. 그 꿈의 실현을 위해 시진핑은 기성 강대국들과의 갈등을 마다않고 대국굴기(大國崛起)에 나섰습니다. 유엔과 세계 인권단체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신장 위구르의 분리 독립을 저지하기 위해 교화 수용소를 설치하고, 민족문화 말살정책을 강행해 왔습니다. ‘일국양제(一國兩制) 50년’의 약속을 깨뜨리고 자유 홍콩을 외치는 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홍콩 보안법을 제정했습니다. 이렇게 내부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남중국해에서 여러 나라들과 영해 분쟁을 벌이며 대양 진출의 길을 닦았습니다. 세계 여러 대륙에 걸친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추진,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꾀했습니다.

시진핑이 꿈꾸는 중국몽의 최종목표는 물론 미국을 능가하는 초강대국이겠지요. 그러나 시진핑 필생의 꿈은 대만 통일로 보입니다. 지난달 당대회 개막식에서 그는 “대만과의 통일은 반드시 실현할 것이고, 또 실현될 것”이라고 확언했습니다. 통일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도 결코 배제하지 않는다고 거듭 다짐했습니다. 푸틴의 크림반도 강제병합과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점령이 시진핑에게 상당한 자극이 되지 않았을까 짐작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진핑이 서두르는 꿈의 실현이 과연 지금의 중국 국익에 부합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엄청난 인구와 국토, 자원과 문화유산을 가진 중국은 아직도 발전의 여지가 많은 나라입니다. 그의 섣부른 꿈과 조급증이 도리어 중국을 나락에 빠뜨리는 위험으로 돌아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대국굴기를 위한 시진핑의 여러 정책과 조처들이 도처에서 비판받으며 반감을 자초하고 있습니다. 위구르의 교화 수용소는 ‘인종 학살장’, 일대일로는 ‘경제 약탈’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홍콩에 대한 정치적 탄압은 세계적 무역항 홍콩의 인력과 자본의 탈출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남중국해 무인도의 진지 구축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집단 견제를 불러 나날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이 그의 대만에 대한 무력 통일 의지입니다. 시진핑의 열망과는 달리 대만의 90% 가까운 주민이 대륙과의 통일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대만 정부 역시 중국의 무력 행사를 단호히 반대하며 방어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사실 중국이 돌파해야 할 최대의 과제는 미국의 견제입니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해칠 최대의 위협으로 중국을 지목하고 경제적,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중국의 대양 진출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일본과의 군사 동맹‧협력 강화는 물론 일본, 호주, 인도와 함께 군사협의체 쿼드(Quad), 영국, 호주와 함께 외교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를 결성, 이중삼중으로 중국을 포위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면서도 대만 유사시 군사 개입에 나서겠다는 뜻을 확고히 하고 있습니다. 1979년 제정한 대만관계법(Taiwan Relation Act)은 ‘대만 주민의 안보, 사회경제 체제에 대한 위협에 대응할 군사력을 유지하며, 필요한 방위 물자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것이 대만의 평화 안정을 위한 약속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쯤 되면 무력에 의한 대만 통일은 중국몽의 실현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한 폭탄이나 다름없습니다. 주변국에게도 단순 파편 이상의 엄청난 재앙을 초래하게 되겠지요. 만약 중국이 미국의 견제를 뚫고 대만을 무력 통일할 수 있다면 최종목표 초강대국의 실현도 머지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견제에 굴복한다면 아직도 미몽에 지나지 않았음을 자각하게 될 것입니다. 만약 대규모 무력 충돌을 야기하고 거기서 패배한다면 세기 전의 굴욕을 다시 맛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시진핑의 중국몽, 시기적으로 충분히 성숙되지 못한 채 펼치려 들었다가는 중국에게도 주변국에게도 악몽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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