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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이 아니라 ‘나 먼저 행동’을
신현덕 2022년 11월 09일 (수) 00:02:33

이태원 사고 소식을 처음 접한 새벽 시간, 무심결에 나온 말은 “아이쿠”였습니다. 옆에 있던 친구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을 정도로 소리를 냈나 봅니다. 고교 동기들과 여행 중이었는데 휴대전화로 뉴스를 보고는 가슴이 덜컹했습니다. “어쩌다 이런 일이.”

처음 생각나는 사람은 핼러윈 데이를 무척 좋아하며, 떼를 지어 즐기던 제자였습니다. 그가 글쓰기 시간에 핼러윈 데이를 좋아한다고 발표했을 때, 다음 해 핼러윈 때 큰 호박을 선물하겠다던 지키지 못한 약속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아직도 약속을 실천하지 못했는데 혹시 어떤 일을 당했으면, 만약에 영원히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하지?” 하면서 가슴을 졸였습니다.
2년 전 문자입니다. “핼러윈을 즐기는 이들에게 선물하려고 호박을 심었는데 장마로 실패했어요. 호박이 없어도 즐겁게 보내세요.”라는 문자에 “저희를 위해 호박을 키우셨다니 말씀만으로도 고맙습니다. 호박은 없지만 즐겁고 안전한 핼러윈 되기를 빌게요.”라고 답했습니다.

​즐거워 하던 모습이 눈에 선한 제자에게 직접 물어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넘기기에는 걱정이 컸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불행한 일이 있었다면 문자를 받아본 부모의 심정이 어떨까 생각하니 막막했습니다. 참척?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큰 숨을 내쉬고는 카톡으로 “OOO 씨. 참 오랜만인데 잘 지내지요? 핼러윈에 생각이 나네요.”라고 조심스럽게 안부를 물었습니다. “네네 ㅠㅠ 이게 무슨 일이에요. 정말” 그에게서 곧바로 답이 왔습니다. 20초도 안 걸렸습니다. 안도의 긴 한숨이 나왔습니다. 비극적 상황을 안타까워하는 답으로 그의 건재함을 알렸습니다. “소식 있으니 고맙네요.”라고 반가운 맘을 전했습니다.

​제자 같은 많은 젊은이들이 이 세상에서 더 핼러윈을 즐길 수 없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아쉽고 안타깝고 무기력했습니다. 갑갑했던 마음은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부조리 걱정으로 옮겨갔습니다. 누굴 탓하는 것으로 일이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쉽게 흥분하고, 폭력적으로 변하는 우리 사회의 덜 성숙한 군중 모습이 위태롭습니다.

예비군에 소집된 젊은이들은 쉽게 군중심리에 휩싸여 막무가내로 행동합니다. 현역이었을 때는 빈틈이 없었던 이들이 예비군복을 입는 순간부터 변합니다. 무리를 이루고 거칠어집니다. 심지어는 교관들에게 명령불복종에 가까운 행동을 서슴없이 합니다.
몇 년째 한강변에서 불꽃놀이가 진행되는 동안 여의도 인근 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했습니다. 자동차 전용도로인 올림픽대로에 무질서하게 차를 세우고, 보행이 허가되지 않은 길인데도 강변으로 떼지어 걸어갔습니다. 강변 잔디밭에서는 음주를 하고, 음식을 먹고는 쓰레기를 아무 곳에나 버렸습니다. 올해는 50톤가량의 쓰레기가 쌓였습니다.
40m가 넘는 깊은 땅속 지하철로 연결되는 에스컬레이터에서 줄지어 걸어가는 무리를 볼 때면 조마조마합니다.

국민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아파트 조경이 해를 거듭할수록 화려하고, 수목의 수와 종류가 늘어만 갑니다. 이에 따라 아파트 단지에서 수거되는 낙엽도 해가 갈수록 증가합니다. 지난해 필자가 사는 아파트에서 모은 낙엽 5톤을 퇴비로 만들면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수거된 낙엽이 정상적일 경우 친환경 유기질 비료의 원료로 아주 좋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낙엽 속에 기저귀, 생리대, 일회용 컵, 담배꽁초, 마스크, 빈 과자봉지 등이 수북하게 들어 있습니다.

이밖에도 광란의 오토바이 폭주족, 한밤중 펼쳐지는 자동차 경주, 집단 폭행 등 사례는 많습니다. 한 명이었을 때는 조심하던 태도가 군중이 되면 한순간에 폭도처럼 확 바뀝니다. 늘 대규모 사고가 일어날까봐 가슴을 졸입니다.

각종 사고 원인으로 ‘남의 일’로 미뤄버리는 사회분위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고 나던 날도 현장에는 구청 공무원들이 배치되어 있었지만 ‘남의 일’이라면서 일찍 현장을 벗어났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관공서에 갈 때면 자주 느끼는 일이지만 옆자리의 공무원이 휴가 등으로 자리를 비우면 업무가 연결되지 않습니다. ‘남의 일’이라는 면피성 핑계가 팽배해 있습니다. 휴가 등으로 자리를 비울 때는 대리인을 지정하던 좋은 제도는 이제 없어졌나 봅니다. 2021년 공무원 수는 2017년보다 95,694명이 늘었습니다만, 각종 민원 업무가 더욱 더디거나 단절되는 것은 '남의 일'이라는 공무원들의 생각 때문입니다.

후배가 보내온 카톡 메시지입니다. 후배는 “저 자신을 포함해서 대다수가 남 탓을 먼저 했습니다. 이번 이태원 비극을 두고 다들 원인 규명과 시비 당사자 처벌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라면서 “징계도 있어야 하고 대책도 내놔야 하겠지만 못지않게 소중한 것을 지나치기 쉽습니다. 그건 배려하고 아우르는 열린 마음일 겁니다.”고 말합니다. 그는 “꼬이고 방만한 현실을 차분히 풀어서 반복되지 않도록 서로가 마음을 합하고 대비하면 분명코 오늘의 희생이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라며 “이제 뜨거운 마음과 냉정한 판단으로 앞날을 대비하는 ‘나 먼저 행동’이 절실합니다.”라고 끝을 맺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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