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구두에 관한 글을 올렸더니 즐겁고 행복한 일이 많았습니다. 동료 몇 명이 구두를 사고 싶다고 해서 매장에서 구두를 골라주기도 했고, 정말 신고 싶었던 굿이어 웰트 제법으로 만들어진, 제 발에 딱 맞는 명품구두도 한 켤레 생겼습니다.  

내 발에 딱 맞는 구두. 생각만 해도 무척 행복한 일입니다. 사실 내 발에 맞는 구두를 찾는 것은, 내 손에 맞는 만년필을 찾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입니다. 만년필은 손으로 잡는 것이라 뒤를 잡거나 앞을 잡아 요령을 부릴 수 있지만, 구두 속의 발은 옴짝달싹할 수 없는 교도소 독방에 갇힌 죄수처럼 어디에도 갈 수 없는 신세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럼 옥에 갇힌 죄수가 아닌 전장에 나가는 기사의 갑주처럼 딱 맞는 구두를 구입하는 방법은 뭘까? 오늘은 내 발에 맞는 구두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먼저 내 발을 알아야 합니다. 왼발이 큰지, 오른발이 큰지, 발볼이 넓은지, 발등이 높은지를 알아야 합니다. 사실 왼발과 오른발이 같은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생각하기에 많이 쓰는 발이 더 클 것 같지만 의외로 반대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오른발로 공을 차는 경우 그 오른발보다는 디딤발이 되는 왼발이 더 큽니다. 그러니까 오른손잡이는 오른 손이 크지만, 오른발잡이일 경우 발은 왼발이 더 큽니다. 그리고 하루 중 자기 발이 가장 커지는 시간대를 알아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저녁에 발이 많이 붓기 때문에 신발은 저녁에 구입하러 가는 것이 좋습니다. 

또 자기 발이 어떤 유형의 구두와 잘 맞는지 알아야 합니다. 사람의 발의 모양은 크게 세 종류입니다. 발가락들이 엄지를 포함하여 길이가 비슷한 네모형, 엄지발가락이 검지보다 긴 이집트형, 검지발가락이 엄지보다 더 긴 그리스형이 있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집트형 발이 가장 많습니다. 최근엔 그리스형 발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구두 역시 앞코의 모양에 따라 둥근 라운트 토(round toe), 타원형인 애그 토(egg toe), 네모진 스퀘어 토(square toe), 끌 모양을 단 치즐 토(chisel toe), 뾰족한 포인티드 토(pointed toe), 엄지에서 새끼발가락 쪽으로 경사진 오블리크 토(oblique toe) 등이 있습니다. 

당연하게 네모형 발은 스퀘어 토가 좋고, 포인티드 토는 불편합니다. 이집트형은 라운드 토가 불편하고 반대로 그리스형은 라운드 토가 편합니다. 참고로 저는 검지발가락이 긴 그리스형 발이라 라운드 토가 편합니다. 

 다음은 내 발을 알았다면 꼭 신어보고 사야합니다. 자기 발이 270mm라고 해서 인터넷으로 운동화를 주문하는 것처럼, 신어보지도 않고 주문하면 구두는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구두회사들은 회사마다 5mm 정도 최대 10mm까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신어 볼 때 가장 먼저 체크해야 할 것이 발끝입니다. 신었을 때 발끝이 구두 안쪽에 닿지 않아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닿을 경우 관절이 상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구두를 신고 발끝보다 최소 1센티 정도 앞에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간혹 맞춤신발에서 이 부분을 간과하고 맞추는 경우가 있는데 꼭 확인하고 맞춰야 합니다. 

	라운드 토(round toe) 모양의 필자의 구두, 발에 딱 맞아 발등에 예쁜 한일자의 주름이 보입니다.

그리고  체중을 싣고 신어 바닥을 눌렀을 때 구두의 발볼이 많이 늘어나지 않고, 1mm~2mm 정도 살짝 늘어나는 구두가 나한테 딱 맞는 구두입니다. 많이 늘어나는 경우는 구두의 폭이 좁은 것이고, 거의 늘어나지 않는 것은 폭이 큰 구두입니다. 간혹 구두를 헐렁하게 신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무릎등 관절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큰 구두 역시 신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다음은 신었을 때 구두의 가로 폭이 가장 넓은 부분과 내 발의 가장 넓은 부분과  자연스럽게 일치해야 하고, 그 부분이 조이거나 헐렁하지 않고 편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발을 자연스럽게 구부릴 수 없어 오래 걸을 수 없고, 새끼발가락에 물집이 생기고 상처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잘 맞을 경우 주름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주름이 한 일 자(一)처럼 생기면 그 구두는 아주 잘 맞는 것입니다. 반대로 복잡한 주름이 생겼다면 구두가 큰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복사뼈와 뒤꿈치를 꼭 신경 써야 합니다. 신었을 때 되도록이면 복사뼈에 닿지 않아야 하고, 뒤꿈치는 발을 앞쪽으로 끝까지 붙였을 때 새끼손가락이 빡빡하게 들어갈 정도의 여유가 있으면 나한테 딱 맞는 구두입니다. 

결론입니다. 구두 한 켤레 사는데 뭐가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워! 하실 것 같습니다. 제가 경험해 보니 쉽게 들어온 것은 쉽게 나갔습니다. 진지하고 어렵게 들여온 것은 오래오래 제 곁에 있었습니다. 어렵다 불편하다 생각하시지 말고, 재미있다 공부 된다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비록 그것이 구두가 아닌 다른 것들을 고를 때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