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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의 수모-다비드가 포르노?
방석순 2023년 06월 08일 (목) 00:00:28

올봄 자유칼럼 마당엔 유난히 많은 문화 예술 이야기가 꽃을 피우고 있네요. 특히나 거장들의 미술 작품을 색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이야기들이어서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이번엔 다소 엉뚱하게도 예술품을 둘러싼 논란을 소개하려 합니다. 

지난달 영국 스코틀랜드의 글라스고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호프 스트리트의 유명한 이탈리아 레스토랑 바롤로(Barolo)가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이미지를 실은 광고물을 지하철에 설치하려다 딱지 맞았습니다. 다비드가 누드라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광고 초안에는 다비드 전신(全身) 이미지에 “더 이상 이탈리아적인 것은 없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습니다. 문제는 다비드상에 드러난 남성의 심볼이었습니다. 지하철 광고를 운영하는 글로벌미디어그룹 측이 그곳에 이탈리아 국기를 덮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답니다. 그런데 국부를 가린 국기가 너무 작다는 이유로 또 퇴짜를 놓았습니다. 결국 광고물은 다비드의 허리 부분까지만 드러낸 이미지로 새롭게 디자인되어 지하철 벽에 전시될 수 있었습니다.

바롤로는 실제로 이탈리아 전통 요리로 유명한 레스토랑이고, 미켈란젤로의 다비드는 이탈리아에서도 가장 유명한 조각 작품입니다. 광고 문안에 쓰였듯이 더 이상 이탈리아적인 것은 찾기 힘들 정도였지요. 

이 사연이 알려지자 다비드상의 명성에 대한 언급과 함께 비판의 소리가 쏟아졌습니다. 레스토랑 측은 물론 많은 인사들이 이렇게 공박했습니다. “다비드상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예술품이다. 학교에서도 가르치고 있는 걸작이다. 전 세계 여행자들이 다 볼 수 있는 작품인데 지금 이 시대 글라스고 사람들은 누드 동상도 차마 볼 수 없다는 건가?” 

사실 더 큰 논란은 지난 3월 미국에서 일어났습니다. 플로리다의 한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다비드상을 보여주었다는 이유로 취임 1년도 채 안 된 교장이 쫓겨나는 사건이 벌어진 것입니다. 

탤러해시 클래식 스쿨(Tallahassee Classical School) 6학년의 르네상스 예술 시간이었습니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이미지와 ‘아담의 창조’, 그리고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등 여러 예술작품들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시대 예술의 정수를 보여주지 않고서 달리 르네상스 예술을 가르칠 방법이 있었을까요? 

그러나 수업이 끝난 후 한 부모가 아이들에게 포르노를 보여주었다고 항의했습니다. 또 다른 부모 몇 사람이 그러한 학습 내용은 사전에 부모들에게 알렸어야 했다고 항의했습니다. 일부 부모들의 항의 소동에 학교 위원회는 여교장 호프 캐러스킬라(Hope Carrasquilla)에게 당장 사임하든지, 아니면 해고당하든지, 선택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냈습니다.

강의에서 보여준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은 잘 알려진 대로 르네상스 예술을 대표하는 걸작이지요. 약 5m 높이의 대리석 조각상으로 구약성서 속 소년 영웅 다비드(다윗)가 돌팔매로 블레셋 거인 장수 골리앗을 물리치기 직전의 긴장된 모습을 나타낸 것입니다. 전신 나체의 다비드상은 다부진 체격, 결의에 찬 표정, 균형 잡힌 자세로 제작 당시부터 지금껏 최고의 예술작품이라는 평을 받아 왔습니다.

조각가 미켈란젤로(Michelangelo di Lodovico Buonarroti Simoni; 1475.3.6.~1564.2.18.)는 그의 천재성, 예술혼 자체가 숱한 예술작품의 소재로 등장했던 인물입니다. 그를 대표하는 걸작이 ‘다비드상’, ‘피에타상’이라고 하지요. 물론 시스티나 성당에 그려진 천장화 ‘천지창조’와 벽화 ‘최후의 심판’도 대단한 걸작입니다. 그러나 미켈란젤로는 조각가인 자신을 교황이 일부러 수모를 주고 고통을 주기 위해 그림을 그리게 했다고 불평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다비드는 미켈란젤로 이전에도 이후에도 여러 거장들이 작품화했던 대상입니다. 미켈란젤로보다 100년쯤 전에는 도나텔로(Donato di Niccolò di Betto Bardi, 1386~1466)가, 미켈란젤로보다 120년쯤 뒤에는 베르니니[Gian Lorenzo Bernini, 1598~1680)가 역시 걸작품을 남겼지요. 

   
  ▲(왼쪽부터) 도나텔로, 미켈란젤로, 베르니니의 다비드상. 도나텔로의 다비드는 피렌체의 바르젤로 미술관(Museo Nazionale del Bargello), 베르니니의 다비드는 로마의 산타 마리아 델라 비토리아 성당(Santa Maria della Vittoria)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미켈란젤로의 다비드는 예술성뿐만 아니라 시대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품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웃 도시국가들과의 경쟁은 물론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강대국들의 압박에 시달리던 당시의 피렌체가 독립 정신의 상징으로 세운 것이 바로 그의 다비드상입니다. 오직 굳은 신념과 돌팔매에 의지한 다비드의 모습으로 피렌체의 독립 정신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3년의 각고 끝에 완성된 다비드상은 1504년 피렌체 시청 청사(베키오궁) 입구에 세워졌다가 1873년 복제품으로 대체되고, 원작품은 안전을 위해 피렌체 아카데미아 갤러리아(Accademia di Belle Arti Firenze)로 옮겨졌습니다. 아르노강 언덕의 미켈란젤로 광장에도 1875년 그의 탄생 400주년을 기념해서 세운 또 하나의 복제 다비드상이 피렌체 시가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탤러해시 클래식 스쿨의 해프닝은 많은 사람들의 비판과 조롱을 받았습니다. 로마의 아메리칸 아카데미의 한 연구 책임자는 “다비드상이 교육하기 전에 경고해야 할 만큼 논쟁적인지 의문”이라며 미국인들의 역사에 대한 무지를 꼬집었습니다. 다비드상을 소장한 아카데미아 갤러리아의 체칠리에 홀베르그 관장은 “이탈리아에는 갤러리뿐 아니라 온 거리에, 광장에, 분수대에 알몸 형상의 예술품들이 넘쳐난다. 그것들이 다 포르노라고? 그럼 이탈리아 모든 도시들을 폐쇄해야 하느냐?”며 어이없어했습니다. 그는 다비드를 포르노로 오해하는 것은 성서와 서양 문화, 르네상스 예술을 이해하지 못한 탓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비드상의 고향 피렌체시(市)는 “그 교장은 해고될 게 아니라 칭찬을 받았어야 했다”며 해고된 교장을 피렌체로 초청했지요. 초청에 응해 바로 그 문제의 다비드상 아래서 홀베르그 관장과 함께한 캐러스킬라 교장의 환한 미소에서 억울한 해고에 대한 분노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최근의 미국은 주(州)다 총기, 낙태, 성에 관한 상반된 생각과 주장으로 극심한 갈등을 겪는 중입니다. 더욱이 내년 2024년은 대선이 치러지는 정치의 해입니다. 온갖 무리수로 혼란을 빚어 단임으로 끝났던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백악관 탈환을 노리고 있습니다. 트럼프 추종자였던 플로리다 주지사 론 데산티스도 공화당 경선에 나섰지요. 데산티스는 트럼프를 좌경화되었다고 몰아붙이며 보수 선명성 경쟁에 열을 올립니다. 각급 학교에는 인종과 성에 관한 교육을 금하는 등 강경 보수정책으로 표를 노리고 있지요. 안타깝게도 이런 정치 사회 분위기에 교육, 문화 예술이 휘둘리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예술이냐, 외설이냐.’ 오래전부터의 식지 않는 논쟁거리였지요. 결국 작가의 취지,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 그 시대의 사회적 분위기가 결정하는 게 아닌가 싶군요. 그러나 예술을 가장한 외설과 폭력, 폭력적이고 외설스러운 예술도 적지 않으니 논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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