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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동창 문집’을 준비하며
임철순 2023년 06월 16일 (금) 00:00:05

2020년은 고교 졸업 50년이면서 우리 동창 대부분이 칠순을 맞는 해였습니다. 그해 우리는 호텔에서 ‘고교 졸업 50년, 인생 70년’ 기념행사를 하고, 부부동반으로 1박 2일 강원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코로나19가 극성이던 때여서 행사 개최 여부와 시기, 방법 등을 놓고 설왕설래 논란이 참 많았습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탈없이 행사를 잘 치렀습니다. 50년 기획으로 나온 여러 제안 중 문집 발간은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작년 말 동기회장이 바뀌고 회장 주도로 분위기가 달라져 올들어 문집 발간이 다시 추진되고 있습니다. 친구들에게 무슨 이야기든 글을 쓰라고 권유 청탁하면서 3월부터 접수한 결과, 100일 남짓한 기간에 100편 가까운 글이 모였습니다. 짧게 시를 쓴 친구도 있지만, 100매가 넘는 분량으로 인생역정을 풀어 놓은 경우도 있습니다. 

나는 평생 글 쓰는 일을 해온 사람이어서 편집위원의 한 명으로 선정돼 동기들의 글을 ‘교열’이랍시고 먼저 살펴보고 있는데, 읽으면서 느끼는 게 참 많습니다. 우선 무슨 할 말이 이렇게들 많을까, 그동안엔 글 쓰고 싶고 말하고 싶어서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문집 제작이 막혔던 물꼬를 터준 일이 된 것 같습니다. 비슷한 나이의 다른 고교 출신들이 몇 년 전에 낸두툼한 문집이 자극제가 된 점도 있습니다. 

파란만장한 삶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그동안 참 편하고 안온하게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돼 괜히 미안하고 무람없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언론인이라는 명분과 신분으로 종이 위에서 세상만사를 다 아는 듯 논평하고 재단하고, 사람들에게 훈수와 지적질을 해가며 살아왔지만 삶의 어려움과 엄숙함, 그리고 그 하염없음에 대해 나는 겪어서 아는 게 거의 없습니다. 

특히 삶의 마무리를 이야기하는 글을 읽을 때면 잘 이해가 되지 않고 납득하기 어렵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난 아직도 젊은 것 같은데 이 친구들은 왜 늙은이처럼 이런 이야기를 썼을까, 왜 이렇게 생각이나 행동이 늙었을까 싶습니다. 나는 아직도 석양인 줄 알며 살고 있는데 어느새 황혼이라니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겁니다.

친구들이 문집 발간에 이렇게 적극적인 이유로는 글을 쓸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생긴 점을 먼저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거의가 다 은퇴해서 삶을 정리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보니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는데 글을 잘 쓰고 못쓰고를 떠나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정리해 남길 시간이 나는 거지요. 나는 글의 내용이 고등학교에 다니던 10대 시절의 우정과 추억 이야기가 많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면서 결혼하고 일가를 이루어 살아온 수기가 더 많았습니다.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나는 데다 이제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생각이 더 글을 쓰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고교 졸업 후 지금까지 한 학급(1970년 졸업 당시 60여 명) 정도 되는 숫자가 이미 세상을 떠났습니다. 작년~올해에는 사망자가 부쩍 늘어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도 호스피스병동에서 암 투병 중이던 천주교인 친구가 작별을 예고하며 기도를 부탁한다고 단톡방에 띄웠던데, 그로부터 불과 사흘 후 부고가 날아왔습니다.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은 자신의 목숨이 다했다는 것을 잘 아나 봅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알리지 않고 조용히 또는 갑자기 이승을 떠난 친구도 많습니다. 

그러니 살아온 이야기를 핍진하게, 더러는 장황하게 펼쳐 놓은 친구들이 “우리 다 함께 건강해서 오래오래 우정을 이어갑시다”라고 글을 마무리하는 마음을 잘 알게 됩니다. 글이 평어체에서 갑자기 경어체로 바뀌고, 주어와 술어가 제대로 맞지 않는 문장도 많지만 그런 것은 사실 처음부터 문제가 될 수 없는 일입니다. 

문집의 제목을 뭐라고 할 건지, 어떻게 내용을 분류해 책을 구성할 건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책을 내는 것 자체보다 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 의미있고 중요하다는 생각은 듭니다. 글을 읽으면서 ‘아, 아무개는 이런 녀석이었구나’, ‘그때 이 친구를 좀 더 잘 알았더라면….’, ‘얘는 이렇게 살아왔군’ 하고 동창들을 새로 발견하게 됩니다. 친구를 새로 사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책에는 "동창은 천륜이다."로 시작되는, 거창한 ‘보성고 60회 동창선언문’도 함께 실을 예정입니다. 이 문집은 지나온 세월과 앞으로 함께할 시간이 한 줄기 영롱한 우정으로 꿰어져 완성돼가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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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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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 (221.XXX.XXX.2)
하하 무척 재미있는 일입니다. 저는 글쓰기교육을 하면서 문집만들기를 실천하고 주변에 권유해 왔습니다. 그동안 모아놓았은 유초중고 학급문집이 1700여 종 됩니다. 그밖에 가정문집이나 야학문집도 있습니다. 작년에 한국교육대학교 교육박물관에 모두 기증했지만 지금도 문집 수집고ㅓㅏ 연구는 계속하고있습니다. 선생님이 만드시는 고교 동챙생 문집은 아주 귀한 문집이 될 것 같습니다. 1964년 초등학교 동챙생들이 50주면 때 만든 문집도 있습니다만., 그 문집이 완성되면 저도 꼭 한분 받고 싶습니다. 보내주실 수 있으시면 제 전화 010-3701-8998로 문자 주시면 제 주소 보내드리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참, 8월 24일 국회 세미나실에서 학급문집 의의와 교육적 활용에 대한 토론회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때 주요 문집을 전시할 예정인데, 그전에 받을 수 있다면 더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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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6 2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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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222.XXX.XXX.25)
네. 감사합니다. 소중한 작업을 해오셨군요. 저희 문집은 8월 중에 나오기는 어렵고요 최대한 빨리 해보려 합니다. 잊지 않고 챙기겠습니다.
답변달기
2023-06-19 22:3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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