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방재욱 생명에세이
     
되짚어보는 올해 노벨과학상
방재욱 2023년 11월 06일 (월) 01:40:31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히고 있는 노벨상의 2023년 수상자가 10월 2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3일 물리학상, 4일 화학상, 5일 문학상, 6일 평화상 그리고 9일 경제학상 순으로 선정 발표되었습니다. 1901년부터 수상자를 선정해 수여해온 노벨상이 122년 만인 올해 누적 수상자 1,000명(단체상 포함)을 기록했습니다.

노벨상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스웨덴의 알프레드 번하드 노벨(1833~1896, Alfred Bernhard Nobel)이 기부한 유산 3천 1백만 스웨덴 크로나(한화 43억 4천만 원)를 기금으로 노벨재단(The Nobel Foundation)이 설립된 후 노벨의 유언에 따라 인류의 복지에 공헌한 사람이나 단체에게 수여되는 상이라는 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시상 분야는 1901년부터 과학 분야의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과 문학상, 평화상의 5개 부문으로 수여가 이루어져 왔으며, 1968년 스웨덴 중앙은행이 설립 300주년 기념으로 요청한 경제학상 신설이 받아들여져 1969년부터 6개 부문으로 수여되어오고 있습니다. 시상식은 노벨의 사망일을 기념해 12월 10일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되며, 평화상 시상식은 노르웨이의 오슬로에서 개최됩니다.

인류 복지에 공헌한 과학자에게 수여되는 노벨과학상 수상은 우리나라 과학계의 ‘꿈’과 ‘희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아직 수상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3년 과학상 수상자들의 업적과 함께 우리나라 과학계의 현황을 살펴봅니다.

10월 2일 발표된 생리의학상은 mRNA가 인체의 면역체계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새롭게 밝혀내고, 이를 바탕으로 코로나19 대응 mRNA 백신의 빠른 개발에 기여한 공로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드루 와이스먼(Drew Weissman, 64세) 교수와 여성 과학자인 카탈린 카리코(Katalin Kariko, 68세) 특임 교수에게 수여되었습니다. 카리코 교수는 2015년 말라리아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의 발견 공로로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중국전통의학연구원’의 투유유(Tu Youyou) 이후 8년 만에 13번째 여성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등단했습니다.

세포에서 DNA에 암호화되어 간직된 유전정보는 단백질 생산의 틀로 활용되는 ‘전령 RNA’라고 부르는 mRNA을 통해 전달됩니다. mRNA 백신은 바이러스의 항원단백질을 정제하지 않고 그것을 만들 수 있는 mRNA를 주사하는 방식으로 세포가 바이러스의 항원 단백질을 만들어내고 면역체계가 그를 인식해 공격하도록 해주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mRNA 백신 기술은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앞으로 암과 같은 난치병의 치료에도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는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10월 3일 발표된 물리학상은 물질의 전자역학 연구를 위해 ‘아토초(attosecond) 빛 펄스’의 생성 방법을 고안한 안 륄리에(Anne L'Huillier, 65세) 스웨덴 룬드대 교수, 피에르 아고스티니(Pierre Agostini, 82세)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명예교수, 그리고 페렌츠 크라우스(Ferenc Krausz, 61세) 독일 막스플랑크 양자광학연구소 소장 등 3명에게 수여되었습니다. 아토초 시간대에 발생하는 전자 운동인 ‘아토초 펄스’에서 아토초(attosecond)는 100경(京)분의 1초(1/10-18초)를 의미하며, 펄스(pulse)는 매우 짧은 시간에 큰 진폭을 내는 전압이나 전류 또는 파동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들이 매우 짧은 아토초 단위 광 펄스를 생성해 원자와 분자 내부의 프로세스 이미지를 확인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음을 입증했으며, 아토초 물리학은 전자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선정 배경을 밝혔습니다. 전자가 이동하거나 에너지가 변화하는 빠른 과정을 측정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극도로 짧은 빛의 펄스를 이용하는 아토초 물리학은 양자 컴퓨터 및 통신으로 대표되는 미래 양자시대를 열어나가는 도구로 이용될 수 있으며, 의료 진단에도 다양하게 이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수상자 중 여성 과학자인 륄리에 교수는 2020년 블랙홀 연구 업적으로 4번째로 물리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천문학자 앤드레아 게즈(Andrea Ghez)에 이어 3년 만에 5번째 여성 물리학상 수상자로 기록됐습니다.

10월 4일 발표된 화학상은 크기가 특성을 결정짓는 양자점(量子點)으로 불리는 퀀텀닷(QD, quantum dot)의 발견과 합성에 기여한 공로로 문지 바웬디((Moungi Bawendi, 62세)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루이스 브루스(Louis Brus, 80세) 컬럼비아대 명예교수, 알렉세이 에키모브(Alexey Ekimov, 78세) 미국 나노크리스탈 테크놀로지 선임연구원 등 3명에게 수여되었습니다.

퀀텀닷은 크기가 수 나노미터(nm; 1nm=1/10-9m) 수준의 초미세 반도체 입자로 밝은 부분은 더 밝게 어두운 부분은 더 세밀하고 정교하게 표현하고, 발광하는 빛의 파장도 크기에 따라 차이를 보여 기존에 접하지 못한 색을 구현할 수 있으며 전력 소모량도 줄여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노기술인 퀀텀닷 발광다이오드(QLED; Quantum Light Emission Diode)는 컴퓨터 모니터와 TV 화면의 빛 발현에 이용되고 있으며, LED 램프 빛의 미묘한 차이도 보여줍니다. 전압을 가하면 스스로 자연색에 가까운 다양한 빛을 내는 특징을 지니고 있는 퀀텀닷은 앞으로 유연한 전자장치나 암호화된 양자통신 개발 등에 이용될 수 있으며, 외과 수술을 할 때 종양조직의 선택적인 제거에 활용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2011년~2021년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핵심연구 시작(평균 37.9세)으로부터 수상(평균 69.1세)까지 31.2년 정도 걸리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2023년 과학상 수상자들의 분야별 평균 나이는 물리학 69.3세, 화학 73.3세, 생리의학 66.0세로 평균 69.5세입니다.

이렇게 긴 수상 시차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노벨과학상 수상에는 장기적이고 끈기 있는 연구가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과학 선진국에서는 기초과학 연구에 지속적으로 지원하며 간섭은 하지 않는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으며, 이런 정책이 노벨과학상 수상 업적의 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선진과학 진입을 자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정책은 단기적인 것이 대부분으로 몇 년 안에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으면 프로젝트가 없어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젊은 과학자들이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의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으며, 실패에 연연하지 않고 지속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연구비 지원도 미흡한 실정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기초과학 지원에 대한 발상을 전환하는 교육 풍토 조성을 생각하며, ‘나는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라는 알프레드 노벨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아직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과 범사회적 관심 확대로 우리가 막연하게 기대해오고 있는 노벨과학상 수상의 ‘꿈’과 ‘희망’이 우리 곁에 ‘현실’로 다가오는 날을 기다립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필자의 개인 의견이며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창작물입니다. 
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2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김완수 (39.XXX.XXX.105)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위정자나 관계 부처 책임자들에게 주지셔야 될 것입니다'
교수님같은 분들의 조언이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답변달기
2023-11-06 13:35:15
0 0
방재욱 (121.XXX.XXX.144)
예, 늘 감사합니다!
기회 닿는대로 책임자나 관계자들에게 제 의견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입동을 지내며 열리고 있는 겨울 계절에도 늘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세요!
답변달기
2023-11-09 21:50:48
0 0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