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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들
노경아 2023년 11월 27일 (월) 00:55:18

#중학교 친구 ○선이가 이달 초 20여 년 만에 남편과 단둘이 여행을 다녀왔어요. 올 초 직장에 들어간 작은아들이 강원도 평창에 숙소를 잡고 식당까지 예약해 떠난 여행이래요. 

"월정사 선재길을 걷는데 둘만 있으니 할 말도 없고 참 서먹하더라. 그러다 운동화 끈이 풀려서 묶으려고 앉았지. 근데 무심한 남편은 기다려 주지 않고 먼저 홱 가버리는 거야. 연애 땐 됐다고, 괜찮다고 해도 굳이 묶어주겠다며 발목도 꾹꾹 주물러주더니만. 쳇!"

 
강원 평창 월정사 선재길. 전나무숲길에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다.
 

분위기 깨기 싫어 사람들 틈을 헤집고 앞으로 가 남편에게 슬쩍 팔짱을 꼈대요. 가을 풍경도 아름답고 남편과 체온을 나누며 걸으니 문득 ‘행복’이란 단어가 떠올라 빙그레 웃었대요. 그런데, 남편은 무척 불편해하면서 팔을 빼더래요. ‘이 남자가 정말 뭐 하자는 거지….’ 화가 치밀어 옆으로 홱 돌아보며 “너 잘났다!” 소리쳤는데… 아뿔싸! 생판 모르는 남자가 무척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더래요. 난감한 그 순간, 저 멀리서 남편이 소리쳤대요. “빨리 안 오고 거기서 뭐해!” 

“니네도 솔직히 이런 실수 한 번쯤 다 해봤잖아. 남편 팔짱을 낀 지 하도 오래돼 내 남편 팔인지, 남의 남자 팔인지 구분이 안 가잖아. 설마 나만 그런 건 아니지. 호호호~” 

너만 그렇다고 한목소리로 답하는 친구들 틈에서 속으로 말했어요. ‘맞아! 나도 그래.’

 
  ○이가 폴란드에서 사다 준 앞치마. 동유럽 특유의 문양이 신비롭다.

#H문화센터 강사인 내 선배한테 우리말을 공부한 인연으로 만난 친구 ○이는 직장 생활 30여 년 만에 첫 유럽 여행을 다녀왔어요. 헝가리 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동유럽 4개국을 12박 14일 동안 돌았대요. 평소 모든 상황에 실수가 없어 완벽주의자로 통하는 그녀가 여행에서 돌아와 한 첫마디는 “나, 바보였어. 넓은 세상으로 나가 보니 바보인 내가 보이더라”예요. 

번역기가 말을 안 들어 입국장에서부터 문제가 생겼대요. 여행 둘째 날엔 호텔 방 열쇠를 잃어버려 단체 트레킹 시간이 예정보다 밀렸고, 발레 공연 티켓을 휴대폰에서 제때 열지 못해 일행들 가슴을 졸이기도 했대요. 

“바보 같은 내 행동에 일행 중 단 한 사람도 짜증 내지 않았어. 오히려 웃으며 기다려 줬어. 여행지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인데 어쩜 그리 마음이 좋은지. 평생 고마움을 잊지 못할 거야. 근데, 바보 같았던 나 자신은 지금도 용서가 안 돼.”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을 인용해 ○이를 위로했어요. 여행의 진정한 발견은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라고. 그곳에서 새롭게 눈뜬 것에 가치를 두라고. 작은 실수들은 큰 교훈이 되어 다음 여행은 반짝반짝 빛날 거라고요. 

 
인생은 여행이다. 그 긴 여정에 가방은 필수품이다. 가방을 가볍게 꾸려야 삶의 무게도 가벼울 듯하다.  

두 친구의 여행 뒷이야기를 들으며 낯선 곳에서의 배려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어요. ○선이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발걸음을 맞추지 않아 속상했던 그날의 감정을 털어놨어요. 미안하다고, 몰랐다고, 다시 여행을 떠나면 먼저 팔짱을 끼겠다는 남자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렸어요. 아내의 친구들 앞에서 한 약속이니 잘 지키겠지요. 

어느덧 겨울이네요. 드높은 하늘, 쌀쌀한 공기에 손은 시리지만 마음은 순수해지는 것 같아요. 어쩌면 그런 까닭에 겨울 여행을 떠나는 이가 많은지도 모르겠어요. 황주리가 번역한 ‘행복한 여행자’를 읽다 보니 저도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네요. 

"여행은 지는 해를 잡으려는 몸짓이고, 그 햇살의 온도를 오래 간직하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여행에서 돌아와 다시 시작하는 일상은 새벽처럼 신선하다. 여행하는 마음은 욕심부리지 않는 마음이고 사물을 소유하는 일보다 눈길로 만져본 풍경의 소중함을 깨닫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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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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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용 (220.XXX.XXX.57)
Hong Kong과 Macau를 여행하고 이제 Column을 읽엇습니다.
1990년 노태우 대통령이 세계화 자유여행을 발표한 후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일본동경을 시작으로 이번까지 56회를 세계각국 각곳을 여행해 보앗지만
역시 여행은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지요?
Europe 1개월 10개국 배낭여행이 가장 즐겁고 의미가 있었고,
Africa 6개국(Kenya, Tanzania, South Africa, Zambia, Zimbabwe, Botswana)
2주 여행이 가장 인상에 남고 기념품도 의미가 있는 여행이였지 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여행과 공부를 하며 인생을 마무리 할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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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6 10:2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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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 (220.XXX.XXX.179)
o선씨의 남편은 아직 60이 안 되셨나 봅니다.80이 넘으니 이제야 철이 들어아내를 도울 일이 있나 찾아봅니다. 류시화씨가 펴낸 시집에 실린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이 우리 대부분의 인생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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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7 13:5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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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아 (116.XXX.XXX.129)
저희보다 나이가 두어 살 많으니 곧 환갑이지 싶습니다. 넘 늦게 깨달으면 하루하루가 아까울 것 같습니다. 미리 알아서 아끼고 배려하며 살면 참 좋을 텐데요. 선생님 댓글에 왠지 숙연해집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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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9 11: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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