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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단상
권오숙 2023년 12월 08일 (금) 01:17:56

올해 도대체 단풍이 왜 이 모양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처참한 몰골의 단풍은 난생처음 봅니다. 11월 말이 다 되도록 나뭇잎들이 고집스레 시푸르둥둥 하더니만 물도 들기 전에 비실비실 땅에 떨어져 버립니다. 은행나무의 눈부신 황금빛, 단풍나무의 타는 듯 빨간빛 등 온 산야를 물들이던 오색 단풍을 올해는 보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듯 한껏 타오르고는 이내 정든 가지를 떠나는 낙엽의 여정에서 느껴지던 감상적 정취와 서정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사계가 뚜렷한 탓에 우리나라의 단풍은 세계적으로도 절경으로 꼽힌다고 하죠. 그래서 나도 많은 이들이 말하듯 단풍이 봄꽃 못지않게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늦가을이면 유명 단풍 명소들을 쫓아다니며 형형색색 펼쳐지는 화려한 색의 잔치에 감탄사를 연발하고 황홀감에 빠지곤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단풍은 찌뿌둥한 초록이거나 붉은 빛을 띠더라도 잎 주변이 허옇게 메마른 채 시든 이파리들이 많습니다. 

올해 단풍이 이 모양인 것은 기후 변화 탓이라고 합니다. 11월 초순까지 평균 최고기온이 10도를 웃돌다가 갑자기 영하권으로 떨어지면서 나무들이 단풍이 들지 못하고 갑자기 겨울을 맞은 것입니다. 

가을이 되어 일조량이 줄어들고 기온이 낮아지면 광합성을 하던 엽록소가 파괴되면서 그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노랑, 빨강 등의 색소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단풍이라고 합니다. 이후에 온도가 더 낮아지면 떨켜(겨울을 나기 위해 영양소가 잎으로 가지 않게 막으려고 생성되는 세포층)가 생겨나 낙엽이 진다고 합니다. 이 두 작용이 차례로 일어나야 하는데 올해는 엽록소가 채 파괴되기도 전에 떨켜가 생겨 버린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야릇한 가을 풍광을 접하자 몇 년 전 친한 원로 교수님과 나눴던 대화가 생각났습니다. 때는 한창 단풍이 절정인 계절이었습니다. 교수님은 울긋불긋 오색으로 물든 나무들 사이에 아직 초록을 잃지 않은 한 나무를 가리키며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 저 나무 좀 보세요. 아직도 혼자만 시퍼래. 근데 저게 이뻐 보이세요? 저렇게 시퍼렇게 말라비틀어져 가는 게?” 

그동안 한 번도 그런 나무들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 순간 새삼 계절의 변화와 자연의 섭리에 따르는 것의 아름다움을 깨달았습니다. 봄과 여름이라면 당연히 푸르른 나무가 자연스럽고 아름다워 보였겠지요. 하지만 늦가을 모든 나무들이 기온과 계절의 변화에 맞춰 다른 색 옷을 입은 가운데 홀로 푸른 나무는 추해 보였습니다.    

교수님이 푸른 나무에 대해 그리 말한 것은 최근 유독 중년을 넘긴 사람들이 노화 방지를 위해 온갖 피부 관리와 성형, 시술 등에 매달리는 현상을 꼬집기 위한 것입니다. 이어서 우리는 자연스레 그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TV만 틀면 보게 되는 안방극장의 중년 배우들은 물론이고, 뉴스 등을 통해 접하게 되는 정치인이나 그들의 배우자, 방송인 등의 왠지 묘하게 바뀐 인상이나 풍선처럼 퉁퉁 부은 얼굴. 그리고 나이를 거스르는 그들의 외모를 표현하는 ‘꽃 중년’, ‘뱀파이어 미모’, ‘방부제 미모’ 같은 단어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물론 나이가 들더라도 피부나 몸매 등을 잘 관리하여 젊음과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비난할 일이 아닙니다. 어쩌면 그런 자기 관리가 소홀하여 너무 올드하고 칙칙해 보이는 것이 비난거리일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노화에 대한 강박적 거부감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단풍은 나무가 늙어가는 과정에 나타나는 현상이요, 나뭇잎의 노화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단풍에는 환호하고 찬탄을 보내지만 사람의 노화현상에는 대개 눈살을 찌푸립니다. 사회에 통용되고 있는 그런 부정적 인식 때문에 나이든 사람들이 유례없이 피부과와 성형외과를 드나들고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사람들의 관심이 주로 외모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노년에 어울리는 인격과 품위, 신체 건강에 못지않은 정신 건강 등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유독 젊은 피부와 젊은 몸매를 강조하며 권하는 사회를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쳐도 자연의 섭리를 이길 수는 없습니다. 아름다운 꽃 피고 싱그러운 녹음이 푸르른 봄· 여름이 지나면 기어이 가을과 겨울이 오고야 맙니다.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나이 드는 게 싫고 늙는 게 싫다고 해도 막을 길이 없습니다. 

성공적 노화(well-aging)란 나이 듦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나이 듦을 자연의 섭리로 인정하고 그에 따른 변화를 당당히 받아들이는 것 아닐까요? 또한 겉모습만 아름답고 젊게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심신의 건강을 유지하고 내면이 나날이 성장하는 삶 아닐까요?

떨켜를 만들지 못하고 끝까지 매달려 있다가 칙칙하게 퇴색되어 떨어지는 나뭇잎이 추하듯이 지나치게 시간과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의 모습도 추해 보입니다. 그래서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팽팽한 피부와 탄탄한 몸매를 지닌 사람보다는 멋지게 흰 머리와 나이에 어울리는 적당한 주름을 지닌 중후한 모습이 더 고혹적으로 보이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필자의 개인 의견이며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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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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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용 (220.XXX.XXX.57)
나이가 들어가면서 외모에만 신경을 쓰고, 인격과 품위를 향상시키는
정신건강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말씀에 공감하면서.
제가 처음들어본 단어라 internet에 찾아보아도 이해가 않와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ㅎㅎ 즉, "뱀파이어 미모" 입니다.
영어로 vampire(흡열기;유럽의 미신에서 밤에 무덤에서 나와 산사람의 피를
빨아먹는다는 귀신)정도로는 이해가 않와서 입니다.
늦게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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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1 12:3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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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용 (220.XXX.XXX.57)
나이가 들어가면서 외모에만 신경을 쓰고, 인격과 품위를 향상시키는
정신건강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말씀에 공감하면서.
제가 처음들어본 단어라 internet에 찾아보아도 이해가 않와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ㅎㅎ 즉, "뱀파이어 미모" 입니다.
영어로 vampire(흡열기;유럽의 미신에서 밤에 무덤에서 나와 산사람의 피를
빨아먹는다는 귀신)정도로는 이해가 않와서 입니다.
늦게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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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1 12:3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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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 (220.XXX.XXX.179)
링컨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다는 "사람이 나이 40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씀이 성형수술을 한 얼굴을 뜻하지는 않겠지요.
우리나라 지도자부터 나이에 걸맞는 생각과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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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8 09:57:35
0 0
권오숙 (175.XXX.XXX.176)
공인들의 그런 분위기에 일반인들도 휩쓸리는 듯해서 안타까움이 느껴집니다. 공감 댓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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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8 22:30:06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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