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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눈물이 흐르는 땅, 팔레스타인
방석순 2023년 12월 13일 (수) 02:51:06

“By the rivers of Babylon there we sat down 
Yeah we wept, when we remembered Zion.”
(바빌론 강가에 앉아서 우리는 울었습니다. 시온을 그리며.)

인기 그룹 보니 엠이 디스코풍으로 불러 인기를 모은 ‘바빌론 강가에서(Rivers of Babylon)’는 유대인들의 고달픈 역사를 이야기해 주는 대표적 노래입니다.

유대인들이 겪어 온 고난사는 성서와 역사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대로입니다. BC 13세기(혹은 15세기) 모세가 홍해의 기적을 일으켜 가나안 땅으로 돌아갈 길을 열어줄 때까지 그들은 400여 년간 이집트에서 노예와 같은 생활을 했습니다. 다윗과 솔로몬 왕의 영화도 영원히 지속되지는 못했습니다. 남북으로 분열된 이스라엘과 유다 왕국이 BC 8~BC 6세기에 각각 아시리아와 바빌로니아에 멸망했습니다. 수많은 유대인들이 이번에는 바빌론으로 끌려가 또다시 노예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기원후에는 로마의 지배하에 거의 모든 유대인들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 길고 긴 유랑의 길에 나섰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대인 가운데는 온 세상을 놀라게 하고도 남을 위인들이 무수합니다. 자유주의 철학자 스피노자(1632~1677), 19세기 세상을 뒤엎은 사상가 카를 마르크스(1818~1883) 실존주의 작가 프란츠 카프카(1883~1924), 명칼럼니스트 월터 리프먼(1889~1974), 서정시인 하인리히 하이네(1797~1856),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 현대 물리학에 혁명을 일으킨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 원자폭탄 개발로 태평양전쟁을 끝낸 로버트 오펜하이머(1904~1967), 언어학자 놈 촘스키(1928~), 자유로운 영혼의 화가 마르크 샤갈(1887~1985), 아름다운 멜로디의 음악가 펠릭스 멘델스존(1809~1847), 그 뒤를 이은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 다니엘 바렌보임(1942~), 흥행 보증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1946~)…

특히 전 세계를 쥐고 흔드는 미국, 그 초강대국의 경제, 과학, 의학, 법률, 교육, 언론 등 주요 분야를 주도하는 세력이 바로 유대인들입니다. 이들의 막강한 지원을 등에 업은 이스라엘은 그래서 작지만 강한 나라입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경계

그렇게 뛰어난 인재들이 풍부한 유대인들이 긴 세월 동안 세계 도처에서 무엇 때문에 그토록 핍박당하고 멸시당해야 했는지도 궁금합니다.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매달리게 한 원죄? 유별난 전통과 선민의식?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처럼 피도 눈물도 없는 이재(理財)?

어쨌든 그들이 그리던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은 세계 대전과 오스만 터키의 지배가 끝나며 어정쩡한 정세 속에 영국의 통치에 들어갔습니다. 영국은 1차 대전 막바지 유대인들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 건국을 약속하는 벨푸어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그 이전에는 아랍인들의 건국을 약속한 맥마흔 선언도 있었습니다. 눈 앞의 승리를 위한 무책임한 약속들이 지금의 팔레스타인 땅에 비극의 씨앗으로 뿌려진 셈입니다. 이미 2천 년 가까이 이 땅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아랍인들과 전후 밀물처럼 밀어닥쳐 나라를 세운 유대인들 사이에 피 터지는 싸움이 시작된 것입니다.

지난 10월 7일 가자지구를 통치해 온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지역을 기습해 최소 1,200명을 살해하고 240여 명을 인질로 잡아가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이스라엘이 즉각 반격에 나섰습니다. 대포와 함포로 포격이 이어지고 공군기의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선 건물, 도로가 쑥대밭이 되었습니다. 1만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사망했습니다.

   
  (위) 이스라엘군의 포격과 공습으로 쑥대밭이 된 가자지구
(가운데)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에 붙잡혀 벌거벗은 채 무릎 꿇린 팔레스타인 남자들. 제네바협약 위반은 물론 비인도적 처사로 비난받고 있다.
(아래)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억압을 비판하는 현수막.
 

하마스의 기습으로 촉발된 전쟁이기는 하지만 유엔 수장인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번 사태가 진공상태에서 일어난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가자지구나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미 오랫동안 숨쉬기도 힘들 만큼 이스라엘의 극심한 통제와 압박 속에 살아왔던 것입니다. 압력이 몰리면 어딘가에서 터지기 마련, 하마스의 무력 도발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었던 셈입니다.

이스라엘이 보복전을 선언하자 세계 여론은 민간인 피해를 크게 우려했습니다. 여론의 압박으로 이스라엘군도 전쟁 초기 가자 지구의 민간인들에게 북부지역을 떠나라고 설득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의 공격은 지금 남부 주요 도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병원, 학교, 주택가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무자비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자지구 240만 명의 주민 가운데 약 180만 명이 집을 잃고 난민 신세가 되었다고 합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겐 이제 더 도망갈 곳도 남지 않게 됐습니다.

이스라엘의 목표는 분명해 보입니다. 하마스의 소탕이 아니라 아랍 주민의 제거일 것입니다. 가자지구를 아예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드는 '도미사이드'(Domicide)를 노리고 있다는 우려와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의도적인 거주지 말살 역시 전쟁범죄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가자뿐만이 아닙니다. 요르단강 서안에서도 세계의 비판 여론을 무릅쓰고 유대인 정착촌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정착촌의 확대는 필시 아랍인들과의 충돌을 촉발하고, 결국에는 이스라엘 군의 진입과 무력행사로 이어지겠지요. 이스라엘의 유대인들에게는 팔레스타인에서의 아랍인 청소가 절대적 목표인 듯합니다.

오랜 세월 살아온 삶의 터전을 빼앗기게 된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의 비극은 수천 년간 나라를 잃고 유랑해 온 유대 민족의 슬픈 역사를 떠올리게 합니다. 하마스의 무모할 만큼 거칠고 결사적인 항쟁도 그래서 이해가 됩니다. 이스라엘이, 유대인들이 그들에게 숨 쉴 공간, 살아갈 여건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분쟁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이 땅에 그치지 않는 재앙의 불씨를 심는 일이 될 것입니다. 팔레스타인 땅에는 지금 피와 눈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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