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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黨 정책 틀렸다” 獨 사민당의 자백
김홍묵 2024년 01월 02일 (화) 01:00:15

독일 집권 여당 독일사회민주당(SPD· 사민당)이 지난달 10일 창당 160주년 전당대회에서 “독일의 친러시아정책은 대러 에너지 종속과 유럽의 안보 위기를 초래했다”며 “이는 당의 명백한 잘못”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사민당은 독일의 과도한 러시아 의존은 1970년대 사민당의 ‘동방정책’에서 비롯됐으며, 대러 경제 협력이 유럽에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푸틴의 덫’에 빠졌다고 비판했습니다.

사민당의 탈원전 기조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가 55%(2021년)나 되고 프랑스 전기도 사 쓰는 독일은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 이후 가스 가격이 11%, 전기 요금도 1년 새 85%나 뛰었습니다. 탈원전 때문입니다. 사민당은 메르켈 전 총리가 ‘탈탈원전’을 시도했으나 연립 정권 파트너 정당(녹색당)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유럽 경제의 성장 엔진’ 독일은 작년 3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0.1%로 20년 전 독일병(Die Deutsche Krankheit)이 새로 도졌습니다.

# 탈원전으로 20년 전 독일병 도져 경제 위기

1,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세계를 경악시킨 독일이 스스로 과거의 정책 판단을 잘못이라고 인정한 것은 뒤늦은 반성이기도 하지만, 척결(剔抉; 살을 도려내고 뼈를 발라냄) 의지도 약해 보입니다.
친러 정책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는 달리 독일은 2002년 환경 보전이 경제적 이익에 우선한다며 만든 탈원전법과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지난해 4월 16일 모든 원전 가동을 중단하고 말았습니다. 원전 첫 가동 62년 만입니다. 녹색당과의 합의를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국가와 국가 간의 친교(親交), 정당과 정당 간의 협약(協約)은 어느 쪽이 중할까. 20년 전 독일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에너지 무기화를 예측했다면, 그리고 녹색당과의 탈원전 정책 협약이 높은 실업률과 낮은 경제성장률에 허덕이던 ‘유럽의 병자’로 회귀시키는 악연이 되리라 예견했다면 오늘의 한탄과 자책이 있을까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강행으로 에너지 중환을 앓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강 건너 불이 아닌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교훈입니다.

# 다수의 힘만으로 법 만들면 법의 타락 자초

원자력 발전뿐만이 아닙니다. 문재인 정부는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 주도로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폐지하도록 국정원법을 개정, 올 1월 1일부터 발효시켰습니다. 지난해 국정원이 발표한 제주·창원·민노총 간첩단 수사 내용(북한 지령)은 입을 다물지 못할 사안들입니다.

△촛불시위 등으로 민중의 분노를 폭발시켜 대통령 탄핵을 유도하라(2021년 이태원 참사 때) △민심을 검찰개혁으로 몰고 가라(2019년 조국 수사 때) △현 정권을 심판해 대통령을 쫓아내도록 하라(2024 총선)···.

지난달 20일에는 공공 의대 설립법과 지역 의사제 도입법,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상임위에서 잇달아 통과시켰습니다. 정부 여당이 반대하고 있지만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모으기 위한 다수당의 보여주기식 강행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다수결(多數決)이라는 형식적 원칙만을 앞세워 민주적 기본 원칙을 무시하고,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만드는 법을 일방적으로 만들어내면 공정해야 할 법을 특정 집단만을 위한 법으로 타락(墮落)시키고 맙니다.

# 법이 타락하면 불의 제거 아닌 약탈 도구로 전락

법이 타락하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요?

△ 정의와 불의에 대한 판단 기준이 흐려지고 △ 합법성만 앞세워 만들어진 법은 국민의 법에 대한 존중심을 잃게 만들며 △ 다수 세력이 입법을 통해 다른 집단의 재산을 약탈하면 약탈당한 집단도 입법권을 손에 넣으려 하고 △ 이런 과정은 집권 또는 재집권을 위한 치열한 정치투쟁을 불러오며 △ 법은 사회적 불의를 제거하는 수단이 아니라 합법적 약탈의 도구로 변질된다. 

200여 년 전 19세기 프랑스의 경제학자이며 사상가 프레데릭 바스티아(Frederic Bastiat 1801~1850)의 지적입니다. 프랑스 혁명기의 혼란을 몸소 겪은 바스티아는 법의 타락을 불러오는 주범은 ‘집단의 이기심’과 ‘다수의 힘’이라고 진단하고 “법을 약탈의 도구로 삼는 것보다 사회에 해로운 것은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국민은 영원히 합법의 탈을 쓴 정치권 약탈의 멍에를 벗어날 수 없다는 말입니다.

독일의 현실을 보며 20년 후 한국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걱정입니다. 오죽하면 국민이 "국회를 탄핵하고 싶다”고 절규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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