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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세(有名稅)와 유명세(有名勢)
박상도 2024년 01월 22일 (월) 00:00:25

고(故) 이선균 씨 사건을 보며 '유명한 것이 과연 좋은 것이기만 할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만약에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협박을 당할 일도 없었을 것이고 언론에 크게 보도되는 일도 없었을 테니까요. 성공한 연기자의 안타까운 마지막 모습을 보면서 유명세(有名稅)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유명세는 세상에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는 탓으로 당하는 불편이나 곤욕을 속되게 이르는 말입니다. 그래서 유명세는 보통 ‘치르다’라는 표현과 함께 쓰여서 “스타 아무개가 유명세를 치렀습니다.”라는 식으로 문장을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세’의 발음 역시 된소리인 ‘쎄’로 읽어야 합니다. 따라서 읽을 때는 ‘유명세’가 아니라 ‘유명쎄’로 읽어야 합니다. 걸리버 여행기를 쓴 조나단 스위프트(Jonathan Swift)의 명언이라고 시중에 떠도는 말 중에 ‘비난은 사람이 유명하게 되었을 때 대중에게 바치는 세금이다’라는 말도 이 유명세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유명세(有名稅)를 유명세(有名勢)로 혼동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유명해서 내는 세금이 아니라 유명해서 얻는 권세로 잘못 알고 쓰는 경우입니다. 하긴 세태가 그렇게 변하고 있는 것 같긴 합니다. 우선 유명해지면 엄청난 금전적 보상이 이뤄집니다. 이 보상이 과거와는 금액의 단위가 달라졌습니다. 수십억 원의 빚에 허덕이던 연예인이 다시 인기를 회복하자 몇 년 만에 그 빚을 다 갚을 정도입니다. 물론 스스로 열심히 한 덕분이라 많은 응원도 받았지만 일반 직장인이라면 아무리 열심히 잘 살아도 수십억 원의 빚을 몇 년 만에 다 갚을 수는 없습니다. 최근에는 누가 어디에 어떤 빌딩을 샀다는 기사가 실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연예인이 빌딩을 얼마에 샀는데 현재 시세가 어떻다는 기사가 도대체 기사로서 어떤 가치가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아무튼 돈을 많이 버니까 빌딩을 사는 거고 연예인이 건물주이니까 기사가 팔릴 거라고 생각한 거겠지요? 누구든 유명해지면 큰돈을 벌 수 있는 구조 속에 살고 있어서 그 권세만 생각하고 책임은 점점 뒷전으로 밀리는 느낌입니다.   

유명한 것으로 따진다면 '전원일기'의 최불암 선생님도 당연히 한 자리를 차지할 겁니다. 그런데 최불암 선생님이 얼마를 벌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흔히 요즘 연예인들이 하나씩은 갖고 있다는 빌딩을 소유하고 있는지도 알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일 겁니다. 국민배우인 최불암 선생님의 수입이 요즘 연예인들만큼 많지 않았을 거라는 점과 설령 재테크로 건물을 소유하고 있더라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필자는 이분을 존경하는데 그 이유는 당신의 유명세(有名勢)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해왔기 때문입니다. 대학에 다닐 때 청소년의 일탈에 대한 현장 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그 프로젝트를 최불암 선생님이 후원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유명세(有名稅)와 관련해서 많은 후배 방송인들에게 귀감을 보여주신 어르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돈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세상에 쉽게 버는 돈은 없습니다. 그리고 모든 수입에는 세금이 붙습니다. 인기로 돈을 버는 경우는 가수요가 붙어서 그 금액이 커집니다. 단순히 유명하다는 이유로 큰돈을 지불하는 경우엔 그 반대의 리스크도 반드시 고려하게 됩니다. 아나운서의 경우 공공기관의 홍보대사로 위촉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공익적인 일인 경우 회사의 허가를 받고 이에 응하게 되는데 많게는 천만 원 이상의 출연료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절반 정도는 기부를 하지만 어쨌든 직장인의 입장에서 보면 큰돈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계약서에 품위유지 조항 단서가 생겼습니다. 예를 들면, 과거 학폭 가해자로 연루됐거나 불법적인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실을 숨겼을 경우, 계약기간에 음주운전 등등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엔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유명인을 홍보대사로 세워 사업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경우 홍보대사에게 불명예스러운 일이 발생하고 그것이 세상에 알려지면 낭패가 될 테니 이런 안전장치가 필요하겠지요. 홍보대사뿐만 아니라 광고를 비롯한 모든 제작 활동에 이젠 이런 계약이 일반적인 것이 됐습니다. 그 이유는 돈의 단위가 커진 탓도 있겠지만 서로 믿지 못하고 사는 세상이 됐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유명해진 사람은 단순히 본업으로만 돈을 벌지 않습니다. 뜬금없이 해외 유명 스포츠 스타가 타는 슈퍼카가 소개되는 뉴스나, 궁금하지도 않은 연예인의 공항 패션이 소개되고, 뉴스 가치가 전혀 없는 연예인들의 여가 활동이나 취미가 소개되는 기사를 보면서 ‘굳이 이런 걸 왜 내가 알아야 하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이런 기사들은 언론에 노출되기를 희망하는 연예인과 연예기획사 그런 연예인을 이용해서 제품을 홍보하려는 업체 그리고 그런 기사를 통해 기사의 클릭 수와 유형무형의 이득을 얻으려는 미디어 매체의 이익이 맞아떨어지면서 생산됩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는 기사가 생산되는 과정에 금전적 이득이나 상품 제공 같은 거래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내용을 이제 대중이 거의 다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고(故) 이선균의 죽음과 관련한 문화예술인의 성명서를 소개하는 기사에 “자기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조리 기삿거리로 만들어 팔아먹는 게 연예인이다.” “자기 사생활 팔아서 일반인들은 상상도 못 할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지 않나?”라는 불편한 댓글이 달리도 합니다. 다만, 굳이 이 상황에 이런 과격한 생각을 표출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스타들이 비행기를 탈 때 무슨 옷을 입는지까지도 알려주는 미디어가 피의 사실을 공표하고 공개 소환 때 우르르 몰려가고 사생활을 파헤치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일 겁니다. 그러니 하나는 하고 하나는 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건 넌센스입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에서도 중심을 잡는 품격 있는 언론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경찰이 고인의 비공개 요청에도 불구하고 세 차례나 공개 소환조사를 했는데, '굳이 그랬어야 하나?'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아까운 연기자가 자신이 짊어질 책임보다 훨씬 큰 짐을 안고 삶을 마감했다는 점에는 많은 분들이 공감할 겁니다. 그러니 그 과정에서 문제가 된 점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살펴봐야 할 겁니다. 다만, 그러한 과정과는 별도로 돈과 명예를 모두 얻어서 유명세(有名勢)를 누리는 사람들이 유명세(有名勢)에는 유명세(有名稅)가 따른다는 것을 늘 마음에 새기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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