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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먹을거리를 즐기기 위하여
서진형 2008년 06월 10일 (화) 01:05:47
1960년대만 해도 계절에 맞추어서 과일이나 채소들을 맛보았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린 뒤에 시장에 나온 제철 과일이나 채소를 보면서 계절을 더욱 실감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제대로 품종 개량이 잘 안된 과일들 중에서 후지 사과(Fuji Apple)는 그 때에 막 새로운 과일처럼 선을 보이며 귀족층에서나 먹을 수 있는 고급 사과 취급을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열대 과일인 바나나만 하더라도 해외 수출을 하는 기업들 중에서, 외화 획득에 많이 기여한 수출 유공 회사에게 수입할 특권을 주었습니다. 특별한 쿼터를 할당 받아서 독점적으로 수입을 하여 국내 시장에 공급하던 시절이었기에 바나나를 먹어 보는 것이 얼마나 호사를 하는 일인지 모를 지경이었습니다.

제철에 나오는 먹음직한 사과를 한입 베어 먹는 맛이란 정말 침이 꿀꺽 삼켜지는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수박은 리어카에 실어 오고 참외는 지게에 실어 와서는 골목마다 진을 치고 고객을 부르는 그런 때였습니다. 그 시절에는 연례행사와 같이 여름철 신문지상에는 항상 우리를 두렵게 하는, 농약과 관련된 기사가 났습니다. 농약 묻은 사과를 먹고 절명한 우리 주위의 이야기가 항상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었습니다. 사과를 볼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항상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고 껍질을 반드시 깎아서 먹으라는 주문을 외우듯이 했습니다. 지금도 생각해 보면 사과의 그 시원한 단맛의 유혹보다는 농약의 두려움에 더 조심을 하는 것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1970년대에 처음으로 미국생활을 시작하면서, 엄청난 물량의 과일을 슈퍼마켓에서 보고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계절을 초월한 다양한 과일과 지역을 초월한 신기한 과일들…. 초기에는 날마다 다른 종류의 과일을 사 먹어 보면서 각각의 맛을 음미해 보았습니다. 또 하나, 많은 사람들이 사과를 그냥 바지에 쓱 문지르고는 껍질째 베어 먹는 모습에 기겁을 하며 놀랐습니다. 친한 선배님에게 괜찮으냐고 물었을 때에 그가 너털웃음을 웃으시면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미국에서는 먹는 것만큼은 정말 안전하다, 그렇기 때문에 안심하고 무엇이든지 먹을 수 있다”였습니다. 특히 식품의약청(FDA)에서 특별히 국민 보건을 위해 항상 신경을 많이 쓰고 있기 때문에 국민 모두가 안심하고 먹을거리를 즐기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가 풍성한 먹을거리를 아무런 두려움 없이 즐기고 있음을 실감 했습니다. 이 때 비로소 국가의 공권력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깊이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식품의약청의 규정은 세계적으로도 까다롭고 철저하기로 유명해서, 해외에서 미국으로 수입을 하는 수입업자들에게는 아주 큰 장벽이 되며,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하는 제약 업계에서는 불필요하게 많은 실험 자료를 제공하라는 조건에 심하게 항의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비해 유럽이나 아시아 국가들의 신제품 개발에 따르는 실험 조건과 자료들이 상대적으로 손쉬운 면이 있다면서 지속적으로 조건 완화를 요구하는 중입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로는 규정이 까다롭기에 오히려 안전성을 보장 받아서 풍성한 먹을거리를 안심하고 즐기고 있고요.

광우병 쇠고기로 인해 연일 서울에서는 촛불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지방까지 촛불이 이어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석유 가격이 급등하기에 상대적으로 값이 싼 촛불을 많이 이용하며, 촛불의 무드를 즐긴다고 누구는 우스갯소리를 하더군요.

30년을 넘게 미국 땅에 살면서 매일 먹고 있는 쇠고기에 대해 우리는 신경이 둔해서 그런지 누구도 광우병에 대해 우려를 하는 것을 들어 보질 못했습니다. 발병의 잠복기가 매우 길다고 합니다. 우리 가족 모두가 30년 이상을 먹었기에 발병했다면, 이미 병났을 시기를 지난 듯합니다.

미국에는 한인동포들이 2백만 명 이상이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조기 유학으로 인해 많은 기러기 가족들이 미국에 와 살고 있으며, 우수한 유학생들이 미국 전역에 흩어져서 학업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그 모두가 앞으로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인재들입니다. 그들의 건강과 안전이 가장 중요합니다.

촛불시위가 계속 이어진다는 서울발 기사를 읽으면서, 수입 쇠고기 반대 때문에 쇠고기 먹기를 거부하는 분위기로 인해, 오히려 한우 농가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기사도 같이 읽었습니다. 조류 인플루엔자 때문에 닭고기 오리 고기 산업이 망하기 일보직전이라는 소식을 들으면서, 이제 곧 서울의 가족들이 유학 보낸 자식들을 서울로 불러들이는 전화가 쇄도하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풍성한 먹을거리를 즐기기 위해서는 국가가 국민을 안심시켜서, 먹을거리를 먹을거리로 무조건 즐길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할 첫 번째 조건임을 다시 한 번 더 생각해 봅니다.

세계화에 대한 우려 중 하나가 인터넷에 의한 무차별 정보의 신속한 전달력입니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더 서로를 믿고, 여유를 가지고, 보다 더 현명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위치에 보다 더 충실해야 할 시간인 듯합니다.

 뉴욕에서 원자재 거래회사인 글로벌GTC를 경영 중인 재미교포 사업가. 세계한인무역협회(World OKTA) 회장과 세계한상대회 공동의장을 지냈으며, 해외 한인 기업인들의 협력과 후진 양성 활동을 하고 있다.

 뉴욕에서 원자재 거래회사인 글로벌GTC를 경영 중인 재미교포 사업가. 세계한인무역협회(World OKTA) 회장과 세계한상대회 공동의장을 지냈으며, 해외 한인 기업인들의 협력과 후진 양성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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