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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와의 공존
방석순 2024년 02월 16일 (금) 00:00:36

랑데 알츠하이머(Landais Alzheimer) 마을의 시간은 어느 곳보다 천천히 흐릅니다. 급히 서둘 일도 서둘 사람도 없습니다.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이 오히려 마을 주민 모두에게 이롭기 때문입니다. 전직 농부인 프란시스 영감은 마을 중앙 광장의 상점에서 바게트, 음료 등 간단한 식품을 사곤 합니다. 그곳에서 신문을 얻어 읽기도 합니다. 지갑을 빠뜨리고 나온 걸 깜박 잊어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 상점에서 물건값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비안과 필리프, 두 할머니는 간단한 요리로 함께 식사하고, 나란히 앉아 커피를 마십니다.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기도 합니다. 둘이 함께 어울릴 수 있다는 게 여간 즐겁지 않습니다. 

   
  랑데 알츠하이머의 가게는 주민들이 필요한 물건도 구하고 이웃들과 어울리며 일상생활의 즐거움을 찾게 하기 위한 시설이다.<BBC 뉴스>  

프랑스 남서부에 있는 이곳은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환자들의 마을입니다. 100여 명의 알츠하이머 환자들과 의료진, 자원봉사자가 마을 주민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병원이나 요양소에 수용된 환자가 아니라 마을 주민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환자복 대신 저마다 좋아하는 생활복 차림입니다. 스스로 장도 보고, 요리도 하고, 영화도 보고, 여러 가지 취미활동도 하며 지냅니다. 실제의 일상적인 사회생활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마을을 관찰해 온 연구진은 이들의 공동생활이 병의 진행을 완화하는 데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합니다. 환자들은 처음 병을 진단받았던 때와는 달리 삶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여 주었습니다. 병원이나 요양소 입원보다는 이곳 마을 생활이 환자들에게 훨씬 더 심리적 정서적 안정감을 준 덕분입니다. 

환자들이 마을 생활에 만족하고 행복감을 느끼는 것만큼 가족들 또한 불안과 무거운 죄책감에서 해방된 느낌을 갖게 되었습니다. 자신들이 직접 돌보던 때보다 오히려 더 밝아진 환자들의 모습에 안도하게 된 것입니다. BBC가 소개한 이 마을은 2020년 지방 정부에 의해 설립, 운영되는 곳입니다. 환자로부터 일반 요양원 수준의 경비를 받고 있지만 주된 운영비는 지방 정부의 몫입니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겨울은 오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그 겨울을 조금이라도 더디게, 덜 춥고 덜 가혹하게 맞기를 바라는 것은 모두의 희망일 것입니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10여 군데에서 이와 유사한 방식의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교외의 호그벡(Hogeweyk) 마을은 세계에서 처음 치매 환자를 마을 주민으로 대우하는 실험을 시작한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08년 양로원을 허물고 그 자리에 공동생활의 터를 마련했습니다. 200명 가까운 주민이 살고 있는 마을의 관리실은 티가 나지 않도록 카메라 가게로 꾸며졌습니다. 관리인들도 일상복 차림으로 주민들이 위화감을 느끼지 않도록 유의했습니다. 이런 배려 덕분에 주민들은 예전의 일상생활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생활 속에서 삶의 안정을 찾는다고 합니다.

일본 도쿄 교외의 카페 ‘오렌지 데이 센가와’는 한 달에 한 번 ‘느린 카페’로 변합니다. 주문한 음료를 10여 분씩 기다리기도 하고, 엉뚱한 음료를 받기도 합니다. 그래도 불평하는 손님은 없습니다. 치매 노인들이 서빙하는 날임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늘어나는 고령인구와 치매 환자들을 돕기 위해 카페 주인은 지방 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느린 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치매 환자가 폐쇄된 공간에 고립되지 않고, 사람들 속에서 자기 역할을 찾음으로써 삶의 보람을 느끼고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치매 환자와 일반인들의 공존을 실험하는 이런 카페나 식당 운영은 일본 내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인구의 노령화가 급속히 이뤄지면서 치매 환자도 그만큼 빨리 늘어가고 있습니다. 치매 환자의 치료, 보호는 이제 가정을 뛰어넘어 커다란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언론 매체들이 전하는 세계 여러 나라의 치매 현황,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을 접하면서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됩니다.

# 광진구 주민인 OOO 씨(여, 69세)를 찾습니다. 152cm, 54kg. 검정 점퍼, 황토색 긴 팔, 검정 바지. 빨간색 행주 손에 소지. ☎112 서울경찰청

# 성남시에서 실종된 OOO 씨(여, 80세)를 찾습니다. 155cm. 빨간색 패딩, 남색 바지, 파랑 운동화, 분홍 털모자. ☎182 경기남부경찰청 

# 송파구에서 실종된 OOO 씨(남, 76세)를 찾습니다. 짙은 색 중절모, 검정 점퍼. ☎112 서울경찰청

매일같이 사람을 찾는다는 안전 안내 문자가 스마트폰에 날아듭니다. 우리에게도 치매가 얼마나 시급하고 심각한 문제인지 일깨워 주는 신호입니다. 2022년 기준 만 65세 이상 인구는 898만여 명, 한국중앙치매센터가 추정하는 치매 환자는 96만여 명이었습니다. 65세 이상 노인이 993만여 명으로 늘어난 올해 치매 환자는 이미 100만 명을 넘었을 것입니다. 정부가 ‘치매 국가책임제’를 선언하고, 5년 단위로 치매관리종합계획을 세운다지만 우리의 치매 대책은 아직도 자택 또는 병원에서의 치료, 간병을 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치매 걸린 사람이야 행복하지. 세상에 걱정거리가 있나? 시중드는 사람만 죽을 맛이지.” 흔히 농담처럼 말하곤 합니다. 그러나 정말 자기 의지로 피할 수만 있다면 가장 피하고 싶은 게 치매라고 합니다. 환자를 돌보는 가족에게는 너무나 버거운 일입니다. 개인이, 가정이 행복하지 못하다면 그 사회도 행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더 늦기 전에 우리 사회도 치매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보다 효과적인 방안들을 찾아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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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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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수 (39.XXX.XXX.105)
좋은 정보에 감사드립니다.
남의 일이 아닌 치매 정책도 변화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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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8 09: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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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석순 (124.XXX.XXX.108)
감사합니다.
제가 생각해도 반갑고 부러워서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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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8 17:4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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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 (220.XXX.XXX.179)
정말 좋은 정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나라에도 하루 빨리 이런 시설이 들어서기를 갈망합니다. 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어서 치매로 인한 가족의 갈등과 해체를 너무 자주 봅니다. 저도 이제 80이 넘으니 가장 무서운 것이 치매입니다. 이런 시설이 있으면 안심이 되겠네요.
제주도는 이런 시설을 하기 가장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운영에 필요한 경비가 어느 정도 드는지 알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습니다.
제주도에 적극 권장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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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6 10:4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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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석순 (124.XXX.XXX.108)
안녕하세요, 원장님.
아쉽게도 제가 참고한 언론 보도는 치매 마을의 설립 취지와 생활 모습, 분위기에 대해서는 상세히 서술하고 있었으나 마을의 운영, 재정에 관한 구체적인 수치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일반 독자들에게 치매 마을의 존재를 알리고,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원장님의 깊은 관심에 부응하지 못해 송구합니다.
답변달기
2024-02-17 21:2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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