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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비루한 청춘의 노래
김창식 2024년 02월 26일 (월) 03:20:17

아직 종이 신문을 구독하고 있지만 들추기가 여간 겁이 나지 않네요. 온통 문제점투성이여서요. 이념 문제, 환경 문제, 고령화 문제, 저출산 문제, 젠더 문제... 청년 실업 문제도 빼놓을 수 없을 거예요. 조용필의 30여 년 전 노래 <꿈>은 사회의 주류에서 밀려난 청년의 자조와 한탄을 담고 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젊은이들에게 출구가 없기는 마찬가지 환경일는지 모르겠군요.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왔네/ 그곳은 춥고도 험한 곳/ 여기저기 헤매다 초라한 문턱에서/ 뜨거운 눈물을 먹는다'

가수 조용필이 누구인가요? 국내 대중음악 분야에서 조용필을 '가왕(歌王)'으로 칭함에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에요. 세대 관통성, 인기 지속성, 장르의 다양성에서 그렇습니다. 히트곡 수와 음원 판매량에서도 독보적이고요. 무엇보다 조용필의 가창력은 다른 가수가 따를 수 없습니다. 절실함과 호소력, 중저음과 고음의 조화, 균일한 음과 톤의 유지... 조용필의 노래를 들으면 마음 깊은 곳에서 알지 못할 솟구침이 일어납니다.

<꿈>은 조용필이 1991년에 발표한 후기 대표작이지요. 지난 1월 말 종영한 JTBC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 OST에 노래(소녀시대 출신 가수 태연의 리메이크곡)가 포함돼 한편 낯설면서도 반가웠습니다. 드라마는 고향인 제주 한라산 자락을 떠나 상경했던 여주인공 '삼달'이 고향의 품으로 돌아와 '용필'(드라마 속 남주인공 이름)과 함께 숨을 고르며 다시 사랑을 찾는 이야기입니다. 드라마 내용과 노래의 가사, 멜로디가 맞춤을 이루어 한 소절 한 소절이 가슴에 와닿았어요.

노래의 스토리 텔링이야 신파적이라고 할까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시골 출신 청년이 청운의 꿈을 안고 고층건물이 비죽비죽 솟아 있으며 네온이 반짝이는 도회로 올라옵니다. 연고도 배경도 없는 도시에서의 삶이 당연히 만만할 리 없죠. 청년은 보잘것없는 자신을 돌아보며 회한에 잠깁니다.  

'저기 저 별은 나의 마음 알까 나의 꿈을 알까/ 괴로울 땐 슬픈 노래를 부른다/ 슬퍼질 땐 차라리 나 홀로 눈을 감고 싶어/고향의 향기 들으면서'

안경을 쓰고 키가 작은 편이어서 평소 조용필을 닮았다는 말을 듣는 나는 조용필과 심적으로 가까웠습니다. 나의 노래방 단골 레퍼토리도 <허공> <창밖의 여자> <킬리만자로의 표범> 같은 조용필 노래들이었고요. <꿈>도 포함되고말고요. 넋 놓아 이 노래를 부르면서 조금은 이상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가사에 나온 표현 때문에 그랬죠. '뜨거운 눈물을 먹는다.' 아니 어떻게 눈물을 먹어? 그 정도로 가난했단 말인가? 그런 어구가 ‘공감각(共感覺, synesthesia)' 즉, ’어떤 감각에 자극이 주어졌을 때 다른 영역의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전이 현상’임은 철들면서 알게 되었답니다. 가사에 다른 공감각적 표현도 나오는군요. '고향의 향기 들으면서'. 아니 고향의 향기를 듣는다고? 그렇게도 귀가 밝은가?

공감각 표현도 그러려니와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덕목은 공감(共感)과 소통(疏通)이 아닐까 합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항상 나보다 힘든 이웃이 있게 마련이어서요. 빚 통장 돌려막기로 근근이 삶을 꾸리는 N포세대 젊은이들에게도 눈길이 가는군요. "지금 힘들더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모든 게 잘 풀리게 돼 있어.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잖아." 같은 판박이 충고와 위로를 건네면 도움이 안 될 터이니 답답한 마음 가눌 길 없습니다. 그렇다 해도 이 판국에 짐 리브스의 노래 <희망의 속삭임(Whispering Hope)>이 들려오는 것은 어인 까닭인지요.

'어두운 밤 지나가고 폭풍우 개면/ 동녘엔 광명의 햇빛 눈부시게 비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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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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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 (220.XXX.XXX.179)
40여 년 전에 서울여대 총장께서 "요즘 애들 자기 의견 발표하라 하면 똑부러지게 말하는데 다른 사람이 한 말을 이해했나 물어보면 잘 대답을 못 해요"하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요즘처럼 이 말이 가슴에 와닿는 때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소위 지식인이라고 자처하는 분들까지도 다른 사람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못하니 민주주의가 올바로 지탱되기가 어렵다고 봅니다. 지성인이 가장 많다고 여겨졌던 독일에서 나치가 횔개 친 것이 우연이 아니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나치처럼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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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6 12: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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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211.XXX.XXX.88)
소통과 배려가 필요힌 시대! 유근님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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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9 16: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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