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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타령 2-곡선의 비극
김영환 2008년 10월 24일 (금) 06:45:45
산을 오르다 보면 이름 없는 산일수록 작은 갈림길은 많은데 이정표가 없어 헤매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필자가 자주 찾는 팔당 예봉산의 계곡 등산로는 갈 때마다 헤매게 됩니다. 사람들이 여러 방향으로 지름길인 샛길을 많이 만들어 놓아 정작 어느 길이 어느 길인지 몰라 헷갈리게 되지요. 그래서 그런지 어느 유명한 산에는 굵은 밧줄로 아예 길을 막아 놓고 ‘샛길 출입금지’라는 팻말도 달아 놓았습니다. 자연보호도 하고 길 잃을 위험도 없애자는 것이죠.

며칠 전 시외버스를 타고 48번 국도의 김포시를 지나가고 있는데 고층 아파트 벽면을 장식하고 있던 큰 걸개 구호가 눈에 띄였습니다. “꼬불꼬불 이리저리 경전철 노선. 시민혈세 낭비하는 김포시장 ㅇㅇㅇ는 각성하라.”

김포 경천철은 김포 신도시 건설에 맞추어 2012년까지 건설한다는 계획이죠. 그간 김포권에서는 중전철이냐 경전철이냐를 놓고 한동안 논란이 일었는데 아직 노선의 경유지 다툼이 치열한 모양입니다. 동네 앞으로 전철이 지나가면 교통이 편리해지고 부동산 가격에 좋은 영향을 주니 그런 사회적 인프라를 유치하려는 ‘핌피(Please in my front yard)’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그런 대표적인 ‘핌피’의 하나가 많이 구부러진 경부고속철도 노선일 것입니다.

서울 88올림픽 도로의 남쪽을 달리다 보면 강서구 가양동 부근의 한강을 가로 질러 새로이 건설한 철교가 보입니다. 김포공항에서 서울역까지 신공항철도를 연장해줄 다리라고 합니다. 기존의 서울지하철 5호선도 도심의 광화문과 김포공항을 연결시켜주고는 있지만 빙빙 돌면서 20개의 역을 거쳐 약 40분 만에 연결시켜줍니다. 신공항철도를 타면 김포공항에서 인천신공항까지 33분 밖에 안 걸리는데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5호선을 타면 큰 여행가방을 든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일 뿐입니다. 공항쪽에서 올 때에 거의 텅텅 비어 있는 시간대도 보았습니다. 다수를 만족시키기 위해 정거장을 많이 만든 곡선의 비극이라고나 할까요?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김포공항 갈 때에 지하철을 타지말고 시내버스를 타라고 권하는 인터넷의 지식 문답도 있을 정도입니다.

우회하는 지하철 노선은 5호선 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왜 서울지하철 3호선은 지름길로 직진하지 않고 압구정동을 거쳐서 반달 모양으로 돌고 돌아 고속터미널로 가게 만든 것일까요?

지상을 곧장 달리고 싶은 승용차들의 운행을 줄여서 지하철 수송의 분담률을 더 높이고자 한다면 새로운 노선은 마땅히 직선화하고 대신에 지하철 역을 연계할 지선 버스를 많이 투입해야 할 것입니다. 무질서한 곡선 노선으로는 세금을 아무리 퍼부어도 교통난 해결이 어렵다고 봅니다. 지자 단체장들이나 대중교통 입안자들, 특히 지하철 노선 입안자들은 왜 인터넷 검색엔진에서 ‘최단거리로 지하철 이동하는 방법’이 인기 있는 검색인지 심사숙고 해야 할 것입니다.

지름길을 찾는 것은 기하(幾何)를 모르더라도 최단 거리를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입니다. 대중교통 노선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가장 중시해야 할 가치는 직선화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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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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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fseoul (61.XXX.XXX.240)
지하철의 무계획성 비공공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요. 시원하게 지적해주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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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5 20:5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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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bero (211.XXX.XXX.86)
모든 사람이 만족할 답은 찾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불만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원칙을 지키는 것이겠지요.
답변달기
2008-10-24 10:5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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