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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과 통폐합
유동수 2008년 12월 27일 (토) 08:04:35
10여 년 전, 에어컨 부품을 만드는 정밀금형(金型)을 일본의 H사에 주문할 때의 일입니다. 그 회사는 세계에서 독보적으로 우수한 금형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회사의 내용이 워낙 좋고 탐이 나서 그 회사 사장님께 질문을 던졌습니다.

“지금까지 회사경영 중에 제일 고민한 일은 무엇이었습니까?”

그는 한국인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는 것이 의외라고 말하며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15년 연구하여 5년 전부터 실행한 것인데, 조직 운용에 관한 것입니다. 의욕에 불타는 젊은 후배들의 주문내용, 특히 수출오더를 나이 많고 관록 있는 공장장이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가의 문제였다고 합니다.

어찌 보면 쉬운 문제를 너무 심각하게 고민한다고 생각되지만 조직 구성, 미션 조정을 끝내고 이를 도입하기 위한 절차인 사내 의견수렴, 직원가족에까지 이러한 취지를 설명하는 과정 등을 들어보니 완벽을 추구하는 일류기업의 출중함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우리는 구조조정과 통폐합의 태풍에 휘말려 있습니다. 관련기관의 구조조정은 몸의 군살을 빼듯이 중복업무 조정을 위해서 필요합니다. 통폐합하면 군살이 잘 보입니다. 또 성과가 나오지 않는 둔한 기관들에 대해서는 당연히 변화나 충격을 주어야 합니다.

기업에서는 흑자구조를, 기관에서는 성과 향상구조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이나 우리는 이를 흔히 인원 감축으로 이해합니다. 왜냐하면 항상 보고서는 10%인원 감축명단을 부서장에게 요구하여 마무리되기 때문입니다.

지난번 정부조직도 순식간에 변화를 이루었습니다. 뛰어난 실무자들의 검토결과였겠지만 과학기술부의 분할로 기술에 대한 혼선 가능성이 크고 정보통신부의 이전 통합으로 세계 최강이던 디지털 주도권이 약화될 우려를 감출 수 없습니다.

이를 추진하는 사람은 흑자구조 또는 효율구조를 이루었다고 주장하나 이렇게 짧은 기간에 어떻게 조직과 구성원의 내용을 파악하고 미래의 비전에 맞추어 정리할 수 있었을까요?

검토가 부족하면 통폐합되는 기관은 비대해져서 책임자의 관리범위를 벗어나거나 업무 독점에 의한 안이함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강제 인원감축으로 인하여 필요한 업무의 생략이 일어납니다. 비대조직의 말썽이나 관료화는 이미 경험하고 있습니다. 또 후진국에서 들여온 부품이나 자재, 특히 식료품은 값이 싼 만큼 당연히 검사주기나 검사항목을 늘려야 하지만 이를 생략하므로 가끔 언론에 튀어 나옵니다. ‘이런 것도 아니 한다’고 우리들은 흥분하나 실무담당은 ‘할 수 없게 되어 있고 이를 예측했었노라'고 윗사람의 무능을 이야기합니다.

통폐합되더라도 기관평가에 의하여 효율 저하를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경쟁체제를 구축하는 것만 못합니다. 예를 들어 기술관련기관은 유사기관이 많아도 경쟁체제만 갖추면 오히려 좋아질 것입니다. 기업에서는 제품을 개발하여 생산물량이 늘어나면, 중복업무이지만 생산부서를 생산1부서와 생산2부서로 나눕니다. 때로는 세 부서로 나누어 담합하지 못하게도 합니다.

또 선진국의 어느 기업에서는 제품 개발을 내부와 외부 팀이 경합하도록 하고 이 중 한 제품만을 선정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 경영자가 해야 할 과제를 명확히 하고 과제책임자가 내부 실무자의 진전사항을 가늠할 수 있는 규모로 관리범위를 정할 때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 관련기관 중 대형조직은 그 책임자가 행정부의 고위공무원 차지가 되기 쉽고 이렇게 되면 법관의 전관예우와 같은 일이 일어나 사실상 실무부서의 감독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므로 불거진 문제에 대한 여론의 질타가 있을 때만 지금처럼 이를 수습하게 됩니다. 관련기관의 통폐합은 관리 가능규모로 분할하고 경쟁체제를 구축되도록 정리하는 것이 옳습니다.

구조조정이나 통폐합으로 인한 조직의 효율은 어떻게 확인할까요? 기술관련 기관의 수준 향상은 다음과 같이 점검할 수 있습니다. 기술이 어디에 존재하는지 확인하고 매년 이의 변화를 점검하면 됩니다. 기술은 세 곳에 있습니다. 우선 전문가들의 머리 속에 있고 이것이 정리되어 표현된 것이 논문, 규격, 도면으로 종이 위에 있고 마지막으로 실물로 구현된 장비 자체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관련기술에 대한 경험이 많은 사람이 들어오면 기술을 보유했다고 말하며, 규격이나 도면을 입수하거나 주요 논문을 입수하여 이를 소화했다든지, 정도(精度) 높은 측정기나 분석기 등 좋은 장비를 들여와도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면 국내 S사에서는 사장보다 급료가 많은 전문가를 영입하도록 종용하고 그 실적을 사장의 업적평가에 반영합니다. 한편 국내 L사는 세계의 유수한 학회의 심포지엄에 실무자들을 보내 최신 기술을 흡수합니다. 이를 미루어 보면 L사는 일등전략을 구사하고 있고 S사는 이등전략입니다만 세계수준을 격차 좁게 따라가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번 스코틀랜드 출신의 금융전문가에게 국가경쟁력강화 특별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을 맡긴 것도 이에 해당합니다만 기간이 짧았지요.

지금의 구조조정이나 통폐합의 결과를 이처럼 다른 각도에서 들여다보아 수준 향상을 이루었는지 점검하여야 할 것입니다. 명칭은 구조조정, 통폐합이나 실상은 검토기간이 부족하여 하위관리자의 인원 감축으로 귀결 나면 질적 수준의 향상이나 개혁은 기대할 수 없다고 보여집니다. 인원 감축은 구조조정의 수단 중 최하책입니다. 효율이 오른다면 구조조정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합집산(離合集散)입니다.

주어진 명제의 검증을 위한 실험에 있어서, 신뢰수준을 높이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높아질수록 그 노력은 배가됩니다. 다시 말하면 검증시료수가 신뢰수준 60%로 확인할 때보다 신뢰수준 90%로 확인하려면 두 배로 커지며, 신뢰수준을 99%로 올리면 네 배로 증가됩니다. 모두 이해하듯이 열심히 한다고 잘되는 것은 아니며 똑바로 하여도 시간이 걸리고 시간을 줄이려면 지혜롭게 해야 된다는 뜻입니다.

우리사회에서 졸속(拙速)으로 인한 부실을 없애면 선진국이 되리라 생각해 봅니다. 네 배의 노력이나 혜안이 보이지 않음은 미국 금융사태의 언저리에 있는 우리를 춥게 만듭니다.

덧붙여, 기업이야 발등에 떨어진 불이므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꺼야 되지만 정부기관은 경제사정이 나쁘지 않을 때 인원 감축하고 지금처럼 어려울 때는 오히려 국민을 위한 일을 찾아 식료품 검사, 중소기업 지원 관련 하위직급은 늘리는 쪽으로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요? 어딘가 따뜻한 데도 있었으면 합니다.

  대우전자 삼성전자의 기술부문에서 기술 관련 상무이사를 역임하고 지금은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완벽한 제품(World Best Product)과 이를 위한 조직운용 등에 관심이 많다. 저서 <사내혁명> <기술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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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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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69.XXX.XXX.111)
오히려 국민을 위한 일을 찾아 식료품 검사, 중소기업 지원 관련 하위직급은 늘리는 쪽으로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요? 어딘가 따뜻한 데도 있었으면 합니다.****

위에 쓰신 말씀대로 정부가 국민을 위한 따뜻한 믿음을 주었으면 합니다..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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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4 06: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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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32)
속도, 속도!!!를 외치며 내일 후회 할지도 모를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는 사태를 의혹의 눈으로 보고만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던지는 메세지로 이해합니다.
매사에 서두르면 졸속으로 일을 하게 되고 그 결과는 우리 모두가 감당해야하는 어려움이 될 것입니다.
요소 요소에 선생님 같은 분들이 계셔서 어려운 때 방향을 제시하면 좋으련만 지금은 그런 분들의 고언이 먹히지 않습니다.
답변달기
2008-12-27 23: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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