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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남편 흉을 보는 까닭은?
신아연 2009년 02월 10일 (화) 08:43:15
엊그제, 60대 초반 연령의 대 여섯 쌍의 부부가 함께 저녁을 먹는 자리에 우연한 계기로 합석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인연으로 얽히게 되어 만남을 가져온 지가 어느 새 20년이라면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 달에 한 번 꼴로 모임을 이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제 직업을 의식해서인지 제 앞에 앉은 분이 당신도 소싯적에 하이틴 잡지의 인기있는 여기자였노라면서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그 모임 이름은 ‘AB’라고 하는데 그렇게 지은 사연이 재밌습니다.

멤버들이 만난 지 얼마되지 않아 부부 동반으로 여행을 가서는 밤에 남편들을 ‘재워놓고’ 아내들끼리 모여 남편 흉을 보기 시작했더랍니다. 모두들 입담이 여간 아니었던지라 야심한 시각까지 ‘성토’가 이어지면서 남정네들이 한결같이 그렇게 성미가 고약하고 까다로운 것이 혹시 혈액형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며 급기야는 과학적 분석에 들어갔답니다.

결과는 공교롭게도 남녀 할 것 없이 회원 전체가 A형 아니면 AB형으로 나왔다는 거 아닙니까. 순간 박장대소하며 망설임없이 그 자리에서 만장일치로 모임 이름을 ‘AB’로 지은 후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면서 또한번 왁자하게 웃는 것으로 보아 40대 초반에 결성되어 일점 퇴색함없이 20년을 줄창 이어온 저력을 오늘에 되살려 가일층 매진할 기세였습니다.

하기야 남편 흉 보기로 치면 20년 세월이 무색할 뿐 아니라 어디 ‘AB’ 모임 뿐이겠습니까. 남편이란 존재가 어디 혈액형 골라가며 미운 짓을 하는가 말입니다. 특정 혈액형 구분없이 AO모임, ABO모임, BO모임, AA모임, BB모임인들 생겨 마땅하지 않으리란 법이 없을 겁니다.

저한테 모임을 소개하는 것을 빌미 삼아 또 한 번 남편들을 도마에 올리고 있건만 정작 듣는 남편들은 무심하다 못해 초연하게 한 무리로 모여 앉아 식사에만 전념하는 모습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남편이란 존재는 이래저래 애물 덩어리- 집에 두고 오면 근심 덩어리, 같이 나오면 짐 덩어리, 혼자 내 보내면 걱정 덩어리, 마주 앉아 있으면 웬수 덩어리’ 라고 하더니, 아마도 그 자리가 바로 ‘짐 덩어리’ 자리라는 자각 탓에 누구하나 가타부타 말씀이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부모임이라지만 솔직히 제 눈에도 아내들 모임에 남편들이 따라온 것처럼 보였으니까요. 아내가 곰국을 끓이면 남편은 긴장하기 시작한다는데 그나마 집에서 혼자 곰국을 데워먹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황감스럽다는 듯 말이지요.

제 대학 선배는 남편이 뉴질랜드 사람인데도 출타할 땐 곰국을 끓여놓고 나올 정도라니 한국 아내들의 위력은 가히 국제적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왜 여자들은 모이기만 하면 앞다투어 남편 흉을 보는지 분통을 터뜨리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제 경험으로 그것은 그 자리에 모인 여인들의 결속력이자, 단결력, 소속감, 친근감의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서적으로 술에 취한 느낌이랄지, 분위기가 무르익어갈수록 과장되고 왜곡된 표현도 서슴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재미로 그런다는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식이 곧 실제’라는 믿음은 적어도 남편 흉보기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마치 사진사가 렌즈를 바꿔가며 실체를 변형하는 행위에 대해 스스로 자각하고 있듯이, 남편을 흉보는 그 순간 스스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객관적 실체와 무관한 순전히 주관적인 인식작용이라는 뜻입니다.

제가 아는 어떤 목사는 초년 목회시절, 여신도 모임을 인도할 때 그이들의 남편은 죄다 머리에 뿔이 서너 개쯤 달린 도깨비려니 했답니다. 모일 때마다 하도 가열차게 남편 흉들을 보길래 흉측해도 이만저만이 아니겠거니 했는데 웬걸, 막상 만나보니 모두들 그렇게 점잖고 멀쩡할 수가 없더랍니다. 그 때부터 ‘아, 여자들은 남편들 좋다는 소리를 거꾸로 하는구나, 설혹 탐탁치 않다 해도 저렇게 드러내 놓고 남편을 흉볼 수 있는 한 그 부부관계는 건강하다는 증거구나’라는 큰 깨달음이 오더랍니다.

제대로 잘 깨달으신 겁니다. 아내들이 남편을 헐뜯는 내용은 사실과는 많이 다릅니다. 더구나 남들 앞에서 드러내놓고 하는 험담은 그저 여자들끼리 친해지자는 말의 향연일 따름입니다.

AB 모임 회원들의 결혼 연수는 각자 최소 30년이며, 아내들이 남편 흉을 보아온 경력도 얼추 20년에 가깝습니다. 모일 때마다 아내들의 결속력과 친분이 그 정도라니 행복한 모임 아닙니까. 바로 옆에 앉아서 번갈아 가며 도마에 오르면서도 눈 하나 꿈쩍 않는 남편분들의 20년 내공은 또 얼마나 멋집니까.

영원하리, AB 모임!

AB모임의 영원 무궁을 기원하는 것으로 그 날의 밥값을 대신합니다.

   




신 아연 :ayounshin@hotmail.com
신 아연은 1963년 대구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를 나왔다.
16년째 호주에 살면서 <호주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지금은 한국의 신문, 잡지, 인터넷 사이트, 방송 등에 호주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이민 생활 칼럼집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 과 <아버지는 판사 아들은 주방보조>, 공저 <자식으로 산다는 것>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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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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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임 (203.XXX.XXX.136)
남편을 흉볼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애정이 있다는 뜻일테니 아연님 말처럼 건강한 것이겠지요? 가장 무서운게 무관심이라 생각하기에 흉이라도 볼수 있는 남편이 오랫동안 곁에
있어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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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2 10:34:04
0 0
신 아연 (123.XXX.XXX.28)
어떤 분이 재밌는 글을 보내주셔서 제가 대신 올립니다.


<알고 속고 모르고 속고... >



남편은 집에 남겨 두어도, 밖에 내 보내도 이래 저래 근심 덩어리, 걱정 덩어리다. 마치 화롯 가에 엿을 올려 놓은 것 처럼 잠시도 안심을 못한다.
이러니 내 귀가 시간이 늦으면 오늘은 또 어느 종점을 헤매고 있는지 애가 타서 아내는 전화를 한다.

저녁 7시 경 뭘 좀 물어 볼려고 아들한테 전화를 하였더니 방금 귀가하였다고 하였다.
"은X이는?"
"오늘 회사 일 때문에 좀 늦은데요"

8시 반 경 저녁 식사후 술도 한잔하여 거나한 김에 며늘 아기가 회사 일이 끝나 이제는 집에 들어 갔는지 궁금하여
전화를 하였더니 방금 회사 일이 끝나 집으로 들어 가려는 참이란다.
"그래? 그러면 너희 회사 근처에 있으니 저녁 사 줄께"
"아니에요, 아버님. 오빠가 저녁 해 놓고 기다리니 집에 가서 밥 먹을래요. 오빠가 밥을 곧 잘 해요"

아니 이녀석. 장가 가기 전에는 엄마가 밥 해 놓고 기다려도 온갖 핑게를 다 대면서 밤 12시도 넘어서야 귀가하여
저녁 밥 한끼 안 먹고 식은 밥을 만들더니, 장가 간 후에는 칼 퇴근을 하여 밥 해 놓고 걸핏하면 늦는 지 색씨를 기다리니...

"아니 이 놈의 녀석. 저녁 밥이나 할려고 장가를 갔나?"
아내는 분통을 터뜨린다.

"여보, 그게 어때서 그래? 장가 가서도 맨날 술 퍼 먹고 늦게 오는 것 보다 훨씬 낫구만. 그녀석도
천상 지 아비네, 뭐. 마누라한테 꼭 쥐어 사는게."
"아이구, 당신이 언제 나한테 쥐어 살았나요? 자기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고 살면서.."
"아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살아."

아들아 -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는 가능하면 양보하여야 한다. 그러나 남자의 체통은 가끔씩 지켜야 한단다.
너무 잘 하기만 하면 여자는 버릇이 없어 진단다. 때로는 고함도 칠 줄 알아야 한다.

새 아기야 - 남자는 애물 덩어리란다. 살다 보면 너 눈에 차지 않는 것이 어디 한 두가지 겠느냐?
그러나 '남자는 다 그려느니' 하며 알고 속고 모르고 속는 척도 해야 가정의 평화가 지켜 진단다.
마치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하듯이. 우리들도 다 알면서 속는 척 하며 너희들을 키웠단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께서 우리들에게 하였듯이. 너희들도 그렇게 할 걸..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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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2 08:32:33
0 0
marius (121.XXX.XXX.194)
남펀들이 모여서 아내 험담하는 소리는 들어 본적이 없습니다. 각자 마음속에는 작게 크게 물론 왜 없겠습니까 그러나 '그까이 것'하고 넘기죠. 부부가 살아가면서 흠집이 왜 없겠습니까. 그러나 내가 찾은 아내의 흠은 아내의 결점이라기 보다는 내 속 좁음에서 오는 내 불찰이라는 것을 한참 후에야 알게되었답니다. '욱' 할 때 참고 넘기기만 하면 다 내 부족함이라는 것을 알며 삽니다. 서로 노력하는 것, 시간이 갈수록 예전에는 몰랐지만 지금은 서로에 대해 더많이 알게 되고 서로 이해해서 더 친하게 되는 것이 부부의 길이 아닌가 합니다. 신아연 선생님의 좋은 글을 읽고서 많은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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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1 09: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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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종완 (123.XXX.XXX.28)
신아연 선생님
참으로 제미 있는 글입니다. 한국을 방문 중인 아내가 읽도록 저장에 두었습니다. 같은 내용도 더 재미 있게 쓰는 신 선생님의 재능이 부럽습니다.
이종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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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0 17:33:08
0 0
신동진 (123.XXX.XXX.28)
먼저 제소개를하면, 저는 한국에서 조그만 사업을하는 "신동진" 입니다.나이는 이제60이넘어 두명의딸을 두고있는데,첫딸은 "신현아", 둘째는 "신정민", 둘다 호주(멜본)에서 공부를 하다가 첫째"신현아"는",귀국해서 대학원에 진학했고, 작은 딸은 호주에서 아직공부를 하고있는데 영주권도 갖고있읍니다. 어쩐인연인지 이름이 저의딸과비슷하여 더욱더 관심을 갖고 "신아연" 선생님글을 많이 읽게되고,또너무,유익하고,마음에 와닫는 글이소개 되어 감사하게글을 읽게됩니다. 더욱이 호주에살고 계시다니까 우리딸들도 생각나게된답니다.

아무쪼록 더욱더 좋은 글 보내주시고, 건강하시고 행복하게 사시길 기원합니다. 안녕히계세요. 2008. 02. 10. 신동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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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0 17:32:06
0 0
libero (211.XXX.XXX.199)
남편 흉보기가 부인네들의 친선 도모 수단이라. 그보다는 지극한 사랑의 표현이겠지요. 찬사로 전하기에는 쑥스러운. 어느 학교의 '밴댕이클럽' 생각이 납니다. 남편들을 '밴댕이'로 몰아붙이고도 환갑이 넘도록 잘 먹고 잘 살고 있으니까요.
답변달기
2009-02-10 10: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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