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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천국
김영환 2009년 05월 08일 (금) 08:26:35
요즘 우리나라의 모양새를 보면 곧 자전거 천국이라도 도래할 것 같다는 환상을 줍니다. 새삼 말할 것도 없이 자전거는 ‘지구를 구하는 7가지 물건’의 하나로 찬양 받고 있습니다.

일찍 자전거에 눈을 뜬 선진국에선 자전거가 훌륭한 교통수단이죠. 자전거가 발달한 프랑스의 전국일주 자전거 경주대회인 ‘뚜르 드 프랑스’에서 우승하면 국민적인 영웅이 됩니다.

그러니 대개 자전거 제조업도 발달하여 수백만원, 수천만원 짜리가 즐비하죠. 기아자동차의 모태인 기아자전거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쁘조자동차의 자전거는 지금도 있습니다. 집에 자전거가 3대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모두 ‘메이드 인 차이나’ 입니다. 국산을 점포에서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자전거도 양극화되었습니다. 마트에 가면 10만원 내외의 저가가 있는가 하면 인터넷에는 비행기 소재라는 경금속으로 만든 수천만 원대의 고가품도 소개되고 있습니다. 주부들도 꽤 산다고 하면 수백만원 짜리 자전거를 탑니다. 신문에 끼워 놓은 전단지에도 고가 자전거는 보입니다. 독자 확대를 위해 큰 신문사들이 자전거를 길거리에 세워놓고 꾄 적이 있던 싸구려와는 다른 것이죠. 고장이 잘 나 항의해서 경품이 사라졌다는 소리를 판촉원에게서 들었습니다. 남세스러웠겠죠. 궁합이 맞는 상품도 아니었고.

필자는 자전거 타기를 끔찍하게 좋아합니다. 기분 내키는 날에는 양화교에서 잠실까지도 탔습니다. 여의도에 약 2년간 근무하면서는 빙판길이나 태풍의 계절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했습니다. 집에서 약 200미터를 나오면 안양천이 있고 약 2킬로미터를 달리면 한강 둔치입니다. 다니는 사람이라고는 거의 없는 이른 아침의 한강변은 나의 전유물이었습니다. 페달을 힘껏 밟고 달리면 구석구석에 숨어 있던 노폐물이 빠져나가고 엔돌핀이 마구 솟구치는 느낌이었습니다. 상쾌무비였죠.

그러나 휴일에 근무하러 나가다 보면 딴판이었습니다. 위험은 생각하지 않고 자전거 도로에서 세발 자전거 연습을 하는 아이가 대견하여 마냥 쳐다보는 젊은 부부들, 달리다가 급히 유턴하는 자기중심적인 어린이. 꼬리를 물고 달려가는 인라인 스케이터들. 몸을 흔드는 것으로 추동력을 얻어 ‘갈짓 자’로 가는 이상한 탈 것들이 주중에 내뿜었던 엔도르핀과 정반대의 물질을 분비시켰습니다.

하여 아무리 자전거를 좋아한다 해도 시내로까지 끌고 가지는 못합니다. 물론 요즘 지하철을 보면 끝 칸에 자전거를 타고 들어오는 중년 남자나 멋진 MTB복장을 한 여성도 가끔 보입니다만.

필자는 오래 전 도쿄 재주(在住) 시절에도 구입처에서 등록해준 자전거를 타고 고라쿠엔 야구장 부근에서 게이오대 미타 캠퍼스까지 다녔습니다. 약 40분 정도의 거리는 인도가 넓고 자전거 길이 구획되어 자전거 타기에 제격이었습니다. 거의 사흘들이로 비가 내린 후의 동경은 서울과는 비교가 안되게 도심의 공기가 맑아 상쾌했죠. 셔츠를 사흘 입어도 깃이 더러워지지 않을 정도였으니까요. 비가 내리는 날에는 우비를 입고 탔습니다. 일본에서는 비가 내려도 자전거를 타는 일이 흔하죠. 아침 긴자 거리에 나가 보면 한 손엔 우산을 들고 멋지게 자전거를 타는 신사숙녀들의 모습이 심심치 않게 보였습니다.

녹색성장을 찾다 보니 우리나라의 화두가 자전거로 옮겨간 모양입니다. 그러나 자전거가 ‘블루오션’은 아닌 듯합니다. 우리 브랜드도 중국에서의 OEM생산이 많고 고가품은 죄다 외제들이죠. 게다가 근년 들어 우리나라는 자전거 길을 만든다는 정책목표와는 달리 서울이건 지방이건 멀쩡한 자동차 길을 잡아 주차장을 만들어 왔습니다.

지난 4월말 어느 시의원이 서울시의회 질의에서 한강 둔치 자전거 길에서 자전거를 고칠 데가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담당 공무원은 있다고 했죠. 시의원이 실제로 답사하면서 조사했지만 없었다고 하자 그제서야 그 고위 공무원은 자전거 대여소에 위탁해놓고 있다고 강변했습니다. 내가 아는 바로 한강 둔치에는 자전거 바람만 넣을 곳도 드뭅니다.

오래 전에 여의도 한강 둔치에서 자전거 바퀴바람이 빠져서 자전거포를 물어물어 한양아파트까지 끌고 갔죠. 또 한번은 선유도 부근에서 고장 나 양평동까지 끌고 가서 수리했습니다. 뭐 시대가 시대인 만큼 이젠 손 봐달라고 사정사정하면 가능할 테지만 ‘자전거 수리하는 곳’이라는 서울시의 적극적인 안내판은 필수적인 게 아닌가요? 쉴 수 있는 멋진 텐트는 보여도 요즘 어디에나 흔한 자동식 공기주입펌프도 없는 것이 한강 둔치의 비정한 현실이죠.

또 여의도 한강 둔치에서 국회도서관 쪽으로 수십 계단을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자면 자전거 바퀴가 구를 수 있는 레인이 왼쪽에만 있습니다. 급경사의 시멘트 옹벽을 딛고 자전거를 오른 쪽으로 밀고 올라가기란 여간 위험한 일이 아닙니다. 내려올 때는 레인이 오른쪽이니 쉽긴 하지만. 도대체 뭘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좀 깬 기초단체장들은 그래서 자전거 레인을 계단 중앙에 만들죠. 이런 것 하나를 봐도 단체장들이 잘하는지 못하는지 드러납니다.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대수가 1,679만대로 가구수를 추월했다죠. 국민소득증가와 거미줄 같은 자동차 도로망이 자동차 산업을 발달시킨 것이죠. 이런 공식을 자전거에 대입해보면 우리는 자전거 천국이 되기에 요원합니다. 먼저 길이 없죠. 자전거 길은 레저를 위한 한강 둔치 길이 아니라 자동차와 나란히 달리는 이동 목적의 길이 긴요합니다. 그렇다면 버스 전용차로처럼 자전거 전용차로가 필요한 것이죠.

서울 종로만 봐도 사람들이 걸어갈 길을 노점상들이 점거해 공간이 부족하죠. 이런 판에 무슨 수로 자전거도로를 하루 아침에 만들겠습니까? 렌탈 서비스 같은 것도 흉내내기에 바쁜데 무슨 자전거 선진국입니까? 어느 구청은 인도를 막아 가건물을 지어놓고 자전거 렌탈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일과 중에만… 한 없이 편리한 공무원의 발상이죠. 자전거는 일과시간에만 탄답디까?

자전거 선진국을 만들려면 우리나라에서 초경량의 최고급 자전거도 제조하고 국민들이 어디서나 탈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와 여건도 조성해야 합니다. 남의 나라를 추월하여 리드해가는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3리터급 대형 관용차를 경쟁적으로 타며 입 따로 행동 따로 노는 관리들에게서 그걸 기대할 수 있을까요? 구석구석 자전거로 타보지 않고는 모르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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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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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ka (118.XXX.XXX.85)
2만불 소득에 우리처럼 사는 나라 있을까요? 참 이상한 일이죠. 이 모두가 우리의 자랑스러운 공무원 덕분 아니겠습니까. 현장과 현실을 모르는 처진 감각과 저질스런 상상력으로, 게으른 아이디어로, 국민의 불편을 나서서 만들고 거드는 자들 그들이 있어 대한민국은 오늘도 헤매고 다투고 싸우고 있습니다. 그런 땅에 사는 국민들은 매일 매일이 스릴 있습니다.자전거 도로도 마찬가지 그냥 도로면 됩니다. 가운데 가로수가 있으면 금만 살짝 비켜 그으면 됩니다. 참 편리하죠. 국민들은 그저 바라보며 웃고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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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0 01: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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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문 (121.XXX.XXX.199)
어렸을 때부터 자전거를 타보고 싶었지만, 당시만 해도 가난해서 타보지 못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는 시간과 건강이 따라주지 않았고요...하지만 이제 건강필수과목으로 자전거 타기를 권장해야 할 분위기가 된 것 같아요. 무공해 교통수단인 점도 그렇고...아무튼 글을 잘 읽었고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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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2 16:2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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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99)
무엇이든 하루 아침에 이루려하고 칭찬 받기를 바라는 공공기관의
얄팍한 발상이 끝없는 시행착오를 부르는 것 같습니다.
그렇더라도 이런 세심한 비판이 작은 발전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실망만 하기보다 늘 지켜보고 좋은 의견을 제기해서 작은 변화라도 이끌어내도록 하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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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08 15:4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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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 (211.XXX.XXX.40)
옳으신 말씀... 자기 집 밖에서 자전거를 타본 후에 자전거 행정을 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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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08 09: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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