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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과 유세(遊說)
김영환 2009년 06월 19일 (금) 06:19:13

일본의 관청이 밀집하여 있는 동경의 카스미가세키(霞ケ關)에는 나무가 울창한 공원이 있습니다. 2003년 개원 100돌을 맞은 넓이 약 16만 평방미터의 히비야(日比谷) 공원이죠. 큰 나무들이 3,000여 그루 자라고 있는 도심의 청량제입니다. 히비야의 3배가 넘는 규모인 우에노(上野) 공원은 더 훌륭합니다. 큰 나무가 8,800그루라서 나무 밑으로 들어가면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했습니다. 그러니 밤 11시부터 새벽5시까지 입장금지라고 합니다.

공원이 아니더라도 도심 속의 숲은 도시민들에게 축복입니다. 고급 노숙자들이 즐겨 찾는 히비야는 비둘기와 까마귀와 인간이 부둥켜안는 공간이었습니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선 길가에 나무들의 키가 너무 높아서 간판들이 도대체 안 보였습니다. 도시 전체가 공원이었습니다.

서울에는 그런 도심 공원이 없죠. 서울 옛날 명동에도 손바닥만한 공원은 있었는데 어디로 실종되었는지… 하기야 서울 거리에선 나무들도 좀 자라 멋있다 싶으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가지치기에 나섭니다. 물론 외국의 아름다운 도시에서도 가지가 잘린 가로수를 텔레비전 뉴스에서 보긴 보았지만 우리나라의 전지 작업은 해도 너무한 것 같습니다.

공원이 부족하니 그 역할을 가로수들이 대신하는 것인데 봄이 오기 전에 몸통만 남기고 끔찍하게 전부 잘라버리는 것이죠. 그렇게 잘린 나무들은 제 또래와는 달리 한참 후에야 잎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식물이기 망정이지…

여의도 광장이 약 23만 평방미터의 여의도공원으로 바뀐 지도 꽤 오래되었습니다. 민주당의 조순 시장 시절에 단행한 것이죠.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역시 왕성한 식생(植生)보다는 조경의 멋스러운 배열에 더 중점을 둔 듯이 보입니다.

나무가 도심의 탄산가스를 흡수하는 정화 작용을 감안한다면 좀 더 빽빽이 심어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공해 내음에 가려 피톤치드를 발산할 수는 없을지라도 몇 십년 뒤에는 하늘 정도는 가릴 수 있게 말입니다.

최근 시청 앞의 잔디로 조성한 서울광장이 몸살을 알고 있다고 합니다. 가끔 그 곁을 가보았지만 잔디를 밟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녹색이 손상될까 걱정했지요. 그러나 서울광장은 요즘 공원적인 기능보다는 좌파 우파가 교대로 갖는 시국행사장 쯤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도심 한복판인데다가 넓고 교통 편리하니 모이기가 쉽고 게다가 권부에서도 가까운 곳이니 소리치기도 좋아서 그런 것일까요?

그러나 요즘 광장은 고대 로마의 광장(forum)이 행한 역할이 부끄럽게 찬반 토론자가 함께 나와 의견을 수렴해가는 통합의 장이 아니라 다른 의견을 봉쇄하고 공격하는 분열과 비난의 공간으로 추락한 느낌이 듭니다

수백만원을 들여 깔아놓은 광장 절반 크기의 타원형 잔디밭(6,449평방미터)도 무참한 발길에 짓밟혀 죽고 있습니다. 그것은 뿌리기가 무섭게 폐지로 변해 노인들이 지하철에서 수거하는 무가지(無價紙)나, 바위를 산정(山頂)에 올리면 다시 굴러 떨어지는 시시포스 신화의 비극을 연상시킵니다.

서울광장에 잔디 대신에 나무를 심으면 어떨까요? 관광객이 밀집하는 지역이니 쉼터도 될 겁니다. 물론 중앙의 작은 부분은 흙으로 놓아두어 소규모 집회는 가능하도록 하고요. 온라인 만능 시대에 물리력으로 흐르기 쉬운 오프라인 시위도 자제시킬 겸 말입니다.

우리 선거법은 많게는 100만 명까지 모였다는 지난 시대의 군중몰이 유세(遊說)를 이미 ‘졸업’시켰는데 정보통신 강국을 자랑하는 이 나라에 웬 오프라인 정치성 집회가 그렇게 자주 필요하다는 것인지 한국 사회의 역설입니다.

나무를 심어놓으면 콘크리트 숲속의 잿빛 서울도 조금은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시민들의 격한 감정도 조금은 누그러들지 모르죠. 게다가 녹색은 이제 지구촌의 대명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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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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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jk (121.XXX.XXX.250)
여의도 광장을 여의도 공원으로 바꾸려는 조순시장의 시도에 반대했던 기억이 생각나네. 여의도 광장은 서울시민 모두의 광장이었는데 여의도 공원은 잘은 모르겠으나 여의도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용도가 축소되진 않았는지. 여의도 아파트 값 올리는데도 일정부분 기여했을테고. 여의도 광장을 남겨뒀다면 모든 정치성 집회는 그곳서 하게하고, 서울광장에선 문화공연만 하도록 법으로 묶어두어도 좋지 않았을까. 만명만 모여도 교통이 막히는 곳에서 집회를 하겠다는 것은 시위집단들이 시민의 짜증을 돋우고, 단속경찰과의 싸우는 모습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를 과시하려는 의도 외에 무어겠어. 여의도 광장은 백만명도 수용했던 광장이니 그곳에다 멍석을 깔라해도 들었을 것 같진 않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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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2 15:3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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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34)
잔듸 광장 주변을 경찰차로 바리케이트 친 꼴을 보면서 그대로 나머지 임기 채우면 비무장 지대 처럼 숲도 우거지고 노루 사슴도 뛰어놀겠다!!! 싶었는데, 역시 국민의 힘이 만만찮았는지 지금은 경찰차가 철수 했더군요.
그 경찰차 곳곳에 붙은 표어 보셨나요? 너무 역겨워서 실소를 하지않을 수 없습니다. 몽둥이 들고 달려들면서도 '민중의 지팡이 어쩌고....... 민중을 패는 지팡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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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9 13: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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