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차별을 당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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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차별을 당한 경험

황경춘

2009년 09월 11일 (금) 00:53:46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 이것은 우리가 인권, 평등, 차별 등을 논할 때 흔히 인용하는 말입니다. 그러나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이것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이상에 불과하고 인간사회에서 차별이란 어쩔 수 없는 영원의 숙제인 것 같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빈부, 귀천, 계급, 출신지역 등 많이 경험하는 차별 중에서도 민족차별처럼 당하는 사람으로서 말할 수 없는 모욕감과 정신적 상처를 받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당당한 세계 일류 독립국가로 성장한 대한민국 국민이니까 사업상 외국인과 접촉하거나 해외로 이민 간 사람들만이 이런 마음 아픈 경험을 가지겠지만, 경술국치 후 나라를 강탈당한 조선민족은 광복될 때까지 35 년간을 ‘2등 국민’으로서 일본의 차별정치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 당시에 우리 동포가 당한 차별은 현재 우리 국민이 국내나 해외에서 경험하는 인종차별(racial segregation)과는 그 정신적 상처의 깊이를 비교할 수 없는 복잡한 것이었습니다.

1930년대 초 저는 서부 일본의 어느 탄광마을에서 소학교(초등학교)에 다녔습니다. 일본 탄광회사가 위촉해서 조선인 독신 노동자의 공동숙소를 운영하던 부모와 같이 살던 어린 저로선 민족차별을 별 모르고 살았습니다.

2학년을 마치자, 아버지는 저 혼자를 외가가 있는 경남 한려수도의 한 섬 학교로 전학시켰습니다. 2~3 년 뒤에는 부모도 귀향해 다시 행복한 가정생활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겨울 날 저는 난생 처음으로 민족차별이 어떤 것인지를 경험했습니다.

그날은 아침부터 함박눈이 내리는 궂은 날씨여서 저는 검은 망토와 그에 달린 두건을 깊이 쓰고 발에는 긴 장화를 신고 학교에 갔습니다. 그 당시 시골에서는 보기 드문 예쁜 색깔의 책가방 외에 일본에서 가져온 색다른 문방구를 많이 가져 저는 ‘왜놈새끼’라고 친구들의 짓궂은 놀림을 많이 받던 시절입니다.

점심시간에 담임의 심부름으로 가까운 우체국에 갔습니다. 눈이 쌓인 망토를 털지도 않고 우체국 현관을 들어서자 마침 거기에 서있던 젊은 일본 여인이 저를 보고 “아 귀여워, 누구 집 아이지”하며 망토 앞가슴에 흰 실로 새겨진 이름을 보더니 소스라치게 놀라며 실망한 표정으로 “아니 조선 애 아냐!”하며 저만치 저를 밀쳤습니다. 어린 저는 복잡한 수치감과 모멸감을 느꼈습니다. 일본에서는 물론 고향에 돌아와서도 처음 가진 경험이었습니다.

그 당시 군청소재지인 이 고을에는 일본인의 수가 극히 적었습니다만 그들의 소학교는 따로 있었고 우리와 일본인과의 접촉은 거의 없었습니다. 제가 다닌 열두 학급의 학교에도 교장선생과 6학년 담임선생 등 두 사람만이 일본인이었습니다.

열두세 살의 어린 나이에 받은 이때의 마음상처는 광복 후 반세기가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뚜렷하게 제 기억 속에 살아있습니다. 그 뒤 이와 비슷한 민족차별의 사례가 몇 번 있기는 했지만 순진한 어린 가슴에 처음 당한 이때의 모욕감이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습니다.

광복 후 줄곧 미국기관에서 일한 저는 이 민족차별 문제에 유별하게 민감해서 직장에서 “역시 한국사람이니까...”라는 차별의식이 깔린 불평이 저 때문에 생기지 않도록 각별한 노력을 했습니다. 영어로써 원어민을 이길 수는 없겠지만 한국인으로서 인격적으로 도덕적으로 흠 잡히지 않도록 항상 주의했습니다.

1954년 여름 저는 직장일로 수개 월 미국 각지를 여행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 당시에 같은 미국국민인 흑인이 백인으로부터 받는 차별은 현재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참혹한 것이었습니다. 같은 황색인종의 조선인이 일본인에게서 받은 민족차별과는 또 다른 인종차별을 목도하는 현장이었습니다.

그 후 미국에서는 법적으로 인종차별이 금지되고 금년에는 건국 이래 처음으로 흑인출신 대통령까지 탄생했습니다. 그러나 인간사회에서 인종차별을 비롯한 모든 차별행위를 법으로 근절하는 것은 다른 범죄와 마찬가지로 불가능한 일인 모양입니다.

제2차대전의 패전국인 일본의 일부 우파 정치가나 평론가들이 아직도 한국인이나 중국인에 대해 여전한 민족차별의식을 버리지 못해 이로 인한 외교 분쟁이 가끔 일어나는 실정입니다.

베스트셀러 소설가에서 정치가로 변신한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동경도지사는 ‘제3국인’ 발언으로 전후 일본에 남게 된 한국인과 중국인을 비하(卑下)하는 발언을 하였으며, 아소 타로(麻生太郞) 총리가 창씨개명(創氏改名)발언으로 우리 민족을 중상한 것은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옛말 그대로이지만, 한편 민족차별 감정이 일부 일본인 지식층에도 얼마나 뿌리 깊게 스며들어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다음 주에 일본의 새 총리로 지명될 하토야마 이치로(鳩山一郞)의 모친과 부인은 한국문화를 애호하는 지한가(知韓家)라 하니 민족감정 문제에서도 두 나라 사이에 좋은 앞날이 펼쳐지기를 기대합니다.

버스 안에서 인도인을 더럽다고 모욕한 30대 남성이 우리나라에선 최초로 인종차별 혐의로 기소되었다고 합니다. 인종차별처벌법이 따로 없어 일반법으로 다스린다고 하는데, 이런 문제는 법도 중요하지만 종교나 사회단체 등에서 대대적으로 양식(良識)에 호소하는 사회운동을 펼치는 것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일본 주오(中央)대 법과 중퇴
-주한 미국 대사관 신문과 번역사, 과장
-AP통신 서울지국 특파원, 지국장
-TIME 서울지국 기자
-Fortune 등 미국 잡지 프리 랜서 역임

다비 (99.XXX.XXX.163)

공감이 절로 가는 글을 올려주신 키스타님
참으로 감사합니다.

저도 이곳에서 국회의원들이 멱살을 잡고 싸우고 부시고
린치를 당해 뼈가 부셔지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솔직이 나는 Korean이 아닙니다, 라고 숨기고 싶습니다. 정치인 뿐만이 아니라 이곳에 사는 교포들 조차도 감사함에 편지한장, 카드 한장 할 줄 모릅니다. 여기서 교육받고 있는 그 자녀들 조차도 카드 한장 하지를 않습니다.

부강한 한국이라 자랑하지 말고, 우선 기본 예의나 인성교육에 치중하여 선진국민으로 먼저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다시는 인종, 민족 차별 받지 않고 무시당하지 않는 나라의 국민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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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2 05:4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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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 (99.XXX.XXX.163)

인종 차별, 민족차별은 당해 본 사람만이 그것이 얼마나 뼈아프고 서러운건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단기 여행가는 한국인은 모르지만 일본에 거주하거나 자주 일본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일본인이 한국인을 차별함을 느낄 것입니다. 스시바 일본식당에만 가도 확연합니다. 거기에다 한인들이 더욱 예의없는 행동을 하니 존중을 받을 수 없음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수십년 전만 하여도 황인종이 (일본인만 제함) 얼마나 무시당했는지 가슴아픈 일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답니다.

우리가 차별당한 슬픔을 잊지말고 우리의 민도를 높여 더이상 무시 당하지 않도록 세계인으로서의 한국인의 모습을 정립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오늘 훌륭하신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건강하시오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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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1 10:4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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