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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남길과 원균장군묘
고영회 2016년 08월 08일 (월) 01:26:26

온 나라가 불볕더위에 여기저기에서 아우성이 나옵니다. 올해 더위는 좀 별난 것 같습니다. 이번 여름 휴가를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가, 이리저리 걷고 다니는 걸 꿈꿔 왔는데, 이번에 행동에 옮겨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뒤에 휴일을 끼우면 9일 기간이 마련되기에, 이 기간에 걸어보자는 것으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걷기는 2010년 6월에 ‘걸어서 진주까지’라고 외치며 걸어본 적이 있었습니다(http://www.freecolum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18). 이때는 넷이서 걷고, 또 진주라는 목표가 분명했습니다. 이번에는 집에서 걸어 나서서 가는 데까지 가보자, 내가 정말 걷기를 좋아하는지를 알아보고, 스스로를 절제하지 못하고 살아온 탓에 건강에 빨간 등(몸무게, 혈압, 혈당, 고지혈)이 켜졌고, 건강 문제를 풀어봐야 겠다는 목적도 담겨있었습니다. 어느 여행기에서 본 적이 있는, 삼남길을 따라가 보자는 쪽으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삼남길은 옛날 지방에서 서울로 과거보러 오던 사람들이 걸었던 길을 재현했나 봅니다. 삼남길은 제1길 한양도성길은 과천에서 시작하여, 인덕원 모락산을 거쳐 수원 지지대 고개를 넘어 서호, 서호천을 따라 내려가는 길입니다. 경기도에서는 삼남길을 자세히 안내해 뒀습니다. 그런데, 안내표지가 길을 찾기 헷갈리게 표시된 곳도 자주 눈에 띕니다. 특히 갈림길에서는 세심하게 안내해야 하는데, 안내가 잘못된 것인지, 표지를 잘못 읽은 탓인지 자주 길을 잘못 들었습니다. 안내 표지는 길을 걷는 사람 눈높이에 맞춰야 하겠더군요.

삼남길 9번 진위마을길은 오산 맑음터공원에서 원균장군묘까지 이어집니다. 안내지도를 보면서, 원균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을 모함하였다고 역사책에서 배웠는데, 느닷없이 원균장군묘가 나타났습니다, 안내문에는 원균이 장한 일을 하여 상을 받은 공적들이 기록되어 있다고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역사를 잘못 공부한 것인가 하는 의아심이 생겼습니다. 주변에 사는 주민 얘기를 들었더니, 그 주민은 ‘말도 안 된다. 원균 사당이 웬 말이냐, 이것은 역사 왜곡이다. 영향력이 있는 후손이 끼워넣은 것이다! 거기에 갈 필요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저렇게 역사의 흐름과 다르게 꾸며두면 시간이 흘러가면 후대 사람들은 ‘원균이 우리 역사에 도움이 된 인물이었다.’고 평가할 것입니다. 그 시대에 수군을 통제할 자리에 올랐으니 일반 사람보다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겠지요. 우리 역사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큰 시련을 안기는 데 기여한 사람을 인물로 숭상하도록 한 것은 곤란합니다. 구한말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도 개인 능력은 뛰어난 사람이었고,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제법 공적도 있었을 겁니다. 나라를 팔아먹는 데 앞장 선 일을 잊고, 자잘하게 기여했던 일을 일반 대중에게 알린다면, 일반 국민은 시각을 잘못 가질 수 있습니다. 원균 사당이 삼남길에 주요한 표지가 되게 설계한 것은 잘못됐습니다. 후손들이 율곡 이이의 10만 양병설을 만들어내고, 송시열을 북진론을 주장했던 애국자로 변모시켰다는 어느 역사 해설을 본 적이 있어서 정나미가 떨어졌습니다. 삼남길에 흥미를 잃었고, 삼남길을 따라 내려가려던 계획을 바꾸었습니다.

수원 오산 평택 더 아래로 내려가 아산 예산 보령 즉 경기도와 충청도를 걸으면 무궁화를 심은 곳이 많았습니다. 우리나라 꽃은 무궁화라고 하면서, 현실에서는 일본 꽃인 벚꽃 거리를 여기저기 만드는 곳이 한국입니다. 경기와 충청에서 무궁화를 가로수에 많이 심은 것은 애국 활동을 많이 했던 곳이라 그런지 무궁화를 많이 볼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셋째 날에 무리하여 걷고, 그리고 발바닥에 생긴 물집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바람에 4일째부터 무척 괴로웠습니다. 발바닥이 조금 아픈 것은 몸 전체로 보면 별 것 아닙니다. 그런데, 걷는데 가장 기본은 발바닥 상태입니다. 발바닥이 아픈 채로 제대로 걸을 수 없습니다. 기초가 흔들리니 전체 일정이 흔들렸습니다. 우리 삶에서, 우리 사회에서 기본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되짚어봐야겠습니다. 기초가 흔들리니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는 말이 비단 걷기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9일 동안 270여 킬로미터를 걸어가면서 여러 가지를 많이 느꼈습니다. 햇볕을 뜨거웠지만 길은 걸으면서 얻은 보람도 많았습니다. 시간 낼 수 있는 독자님, 한번 도전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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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9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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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9.XXX.XXX.232)
If your articles 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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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5 16:20:35
0 0
김은영 (223.XXX.XXX.114)
대단하십니다~
평택에서 걷기 응원 하며 발에 물집잡혔다 해서 걱정했는데 그래도 무시히 건강하게 마치셨내요 항상 모범이 되어 주시는 회장님 멋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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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2 15:11:21
0 0
고영회 (119.XXX.XXX.232)
평택에서 응원, 참 고마웠습니다^^
열심히 사는 모습도 참 보기 좋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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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3 12:09:04
0 0
김자연 (121.XXX.XXX.110)
걷는 길에 역사왜곡의 현장을 목격하셨군요.
저도 글에서 더러 그런 곳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회장님의 올바른 역사 인식에 공감합니다.
270여 킬로미터를 걸으면서 얻었을 보람을 한류걷기모임 때
하나씩 풀어 펼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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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2 15:11:19
0 0
고영회 (119.XXX.XXX.232)
네, 좋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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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3 12:09:41
0 0
유춘환 (180.XXX.XXX.98)
무사히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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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2 14:50:26
0 0
고영회 (119.XXX.XXX.232)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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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3 12:10:06
0 0
오마리 (24.XXX.XXX.23)
뙤약볕에 고생 많으셨습니다
삼복 더위에...
그런 오류가 그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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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1 17:51:52
0 0
고영회 (119.XXX.XXX.232)
즐겁게 걸었습니다^^
네, 널려 있는 잘못은 하나씩 바로잡아야죠.
여름, 건강 잘 챙기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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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3 12:18:59
0 0
신아연 (112.XXX.XXX.128)
'삼남길은 제1길 한양도성길은 과천에서 시작하여,'

위의 단락에 문법적 오류가 있네요.

아마도 '한양도성길인'이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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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0 13:33:08
0 0
고영회 (119.XXX.XXX.232)
줄여쓰다보니 꼬였나 봅니다.
"삼남길은, 제1길 한양도성길이 과천에서 시작하여...내려가는 길입니다." 이렇게 고치는 게 더 낫겠군요.
가리켜주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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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0 16:43:55
0 0
신아연 (112.XXX.XXX.128)
몸과 마음으로 걸으신 길을 저는 마음만 따라 갔네요. 잘 읽었습니다. 이 무더위에 큰 도전을 하셨습니다. 글에 쓰신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얻은 시간이 되었을 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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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0 13:29:42
0 0
고영회 (119.XXX.XXX.232)
그게 그게... 머쓱하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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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0 17:01:41
0 0
유희열 (119.XXX.XXX.232)
대단하십니다
발의 물집은 나았지요?
원균 같은 간신을 우상 숭배하더니 한수 더 떠 평택에서 축제까지 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얼빠진 자들이 있으니 말해 뭣하겠습니까? 역사인식이 이정도인 데다가 국사교과서까지 한다는 얼빠진 현실입니다
삼남길은 처음 들었는데 더위 지나고 자리하면서 좋은 여행담 들려주세요. 폭염에 건강 유의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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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0 08:50:52
0 0
변우찬 (175.XXX.XXX.214)
대단하십니다.
많이 알고 배웠습니다.
참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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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9 11:24:37
0 0
고영회 (119.XXX.XXX.232)
뭐 대단한 것 아닙니다.
시간 낼 수 있을 때, 함 해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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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0 08:51:32
0 0
자작나무 (221.XXX.XXX.190)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안내표지판은 제작자의 편의가
아니라,사용자(특히 초행자)의 편의의
관점에서 만들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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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8 12:47:44
0 0
고영회 (119.XXX.XXX.232)
네, 그렇습니다.
의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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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8 15:5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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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팡세 (118.XXX.XXX.250)
대단하십니다. 걷기는 곧 철학의 실천이라고 합니다. 우리 역사의 상처를 거짓으로 봉합한 흔적이 어디 한두 곳이겠습니까? 원균의 후손들은 자랑스럽겠지만 제가 볼때는 사서 욕을 먹는다고 생각합니다. 사당을 만들지 않으면 평소에는 생각하지 않을 것 아닙니까? 사당을 만들어 둠으로써 2016년까지 욕을 먹고 있는 겁니다. 그 단순한 진리를 모르니까 사당을 만들었겠죠.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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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8 11:50:14
0 0
신아연 (112.XXX.XXX.128)
한 팡세님, 공감가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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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0 13:30:39
0 0
고영회 (119.XXX.XXX.232)
왜 그런 일을 벌리는지 이해하기 어렵더군요. 그런다고 역사가 바뀌는 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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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8 15:56:50
0 0
imjk (121.XXX.XXX.85)
보령 아래로 270km라면 서천의 우리집 앞도 지나셨겠네요. 미리 알았더라면 밥집과 잠집을 소개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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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8 09: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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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19.XXX.XXX.232)
제가 미리 소문을 냈더라면,
운치있게 자고, 맛을 즐길 수 있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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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8 15:5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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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남 (220.XXX.XXX.175)
걷기가 그냥 걷기가 아니었던 모먕입니다.
과거는 지난 오늘이고, 미래는 다가올 오늘이라 그랬지요.
이 땅에 지고 배인 얼룩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 상처투성이 땅을 보듬어 안고 살아야 하는 삶의 지혜까지도 얻으셨으리라 믿습니다.
짧지 않은 기간 짧지 않은 거리 그래도 일사병 아닌 발바닥 물집이어서 다행입니다.
폭염 속 우리 산하를 걸으신 그 얘기 앞으로 계속 좀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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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8 09: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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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19.XXX.XXX.232)
다른 것은 당해보지 않아 모르겠고요,
걸어야 하는데 발바닥에 물집은... 참 괴로웠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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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8 15:59:02
0 0
이승주 (119.XXX.XXX.232)
더운 여름 걷기는 정신력과 체력에 도전입니다. 멋지게 성공축하합니다. 제대로 된 역사를 알려주는 것이 현시대를 살아가는 어른들이 할 일이 아닌가 합니다. 길 이름 하나, 표지판 하나 어떻게 전해지고 알려질 것인지 미리 내다보고 설계할 안목이 행정하는 분께 필요한게 아닐런지요. 다르면 고치고 아니면 이 길이라고 안내할 여론과 댓글은 우리가 만들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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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8 09:07:49
0 0
고영회 (119.XXX.XXX.2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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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8 15:5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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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두 (1.XXX.XXX.213)
긴 여정 건강하게 다녀오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아무런 강제없이 그러한 여정을 선택하고, 실행에 옮기는게 정말 어려운 일인데...무한한 부러움과 존경을 보냅니다. 칼럼은 항상 재미있게 읽고있습니다. 이번 칼럼의 제목이 오타가 나서 잠시 헷갈렸네요 ^^ 삼님길? 삼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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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8 08:42:03
0 0
고영회 (119.XXX.XXX.232)
네, 고맙습니다.
제목에 오타가 생겨... 죄송합니다.
요즘 오타가 참 자주 생겨 고민입니다.
나이 탓?
아니면 자판 배열이 잘못된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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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8 16:01:07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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