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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승생 <제주 오름 10選>
2009년 06월30일 (화) / 서재철
 
 
맑은 날 비행기를 타고 제주공항에 내려서 청사 밖으로 나서면 백록담을 정상으로 한 한라산 스카이라인이 동서로 대칭을 이루며 부드럽게 뻗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곡선의 스카이라인 서쪽으로 여인의 가슴처럼 불쑥 솟아오른 산세를 보게 됩니다.

이 봉우리가 제주도의 기생화산 중에서 가장 몸체가 큰 어승생(御乘生) 오름입니다. 해발 높이는 1,169미터, 오름 바로 밑에서 정상까지 높이가 350미터나 되며, 밑지름이 2킬로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봉우리입니다.

육지에서 오는 많은 관광객이 한라산을 등반하기 위해 ‘어리목’코스를 택합니다. 어승생 오름은 바로 어리목 광장에서 서북쪽에 솟아있습니다. 그러나 한라산 등반객들은 백록담만 생각하기 때문에 바로 옆에 있는 이 오름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어리목광장 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서 어승생 정상까지는 40분 정도 걸립니다. 수림으로 빽빽한 숲길을 따라 올라가면 숲이 확 벗겨지면서 정상이 눈앞에 나오지요. 정상에 올라서면 화구호(火口湖)가 서쪽방향으로 비스듬히 형성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가뭄이 심하지 않을 때에는 분화구에 물이 고여 있습니다.

어승생 정상에서 올라서면 제주도의 절반이 보입니다. 남동쪽으로 백록담 화구호 절벽이 눈앞에 다가섭니다. 동쪽을 바라보면 제주도의 많은 신화와 전설을 탄생시킨 아흔아홉골이 손에 잡힐 듯이 내려다 보입니다. 서쪽으로 눈을 돌리면 제주도의 서쪽 해안선과 하늘높이 떠 오른 수평선을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오름도 마찬가지지만 어승생 오름은 그 정취가 날마다 다르고 계절마다 다릅니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는 구름의 아름다움을 가장 즐길 수 있는 곳도 어승생 정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주도는 몽골시대부터 말의 고장입니다. 어승생(御乘生) 오름이란 지명에서 우리는 말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어승생오름은 예부터 명마(名馬)의 산지로 소문났고, 임금이 타는 어승마(御乘馬)가 산 밑에서 났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명도 어승생이라 부른다는 게 정설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어승생 오름도 여러 가지로 불려왔습니다. 지금은 어승생 또는 어승생악(御乘生岳)이란 지명 외에도 어스생이, 어시싱, 어스승, 어스솜오름, 얼시심오름, 오름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이처럼 호칭이 많으나 서로 엇비슷합니다. 나비학자로 유명한 석주명(石宙明)은 ‘어스솜’이 몽골식 지명이라고 보았고, 시인 이은상(李殷相)은 ‘얼시심’을 ‘‘에서 나온 것으로 보았습니다. ’‘은 ’’ ‘‘과 함께 고문화사상(古文化史上)인명·지명에 흔히 쓰여졌던 말이며 신성(神聖)·광명(光明)·통어(統禦)등의 뜻을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 주장에 따르면 이 오름이 원명은 ‘어스솜오름’이거나 ‘얼시심오름’ 또는 ’오름‘이 됩니다.

옛날에 명마의 산지로 이름을 날렸던 어승생 오름은 오늘날 제주시민의 상수원으로 가치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오름 밑에 제주도 최대의 ‘한밝저수지’가 있습니다. 외도천 상류, 흔히 Y계곡으로 불리는 어승생 남동쪽 민대가리동산 밑에서 두 가닥의 골짜기가 Y자형으로 합류하는데 이 계곡에서 솟아난 생수가 한밝저수지에 흘러들어 제주도민의 식수가 되고 있지요.

한라산기슭은 화산토로 덮여 있어서 많은 비가 내려도 모두 지하수로 스며드는 데 이곳에서만은 한라산 지표수가 흐릅니다. 삼다수를 마시는 서울 사람들은 한라산의 지하수를 마시고, 제주도 사람들은 어승생 오름의 지표수를 마시는 셈입니다.

어승생 오름은 이렇게 아름다운 면만 간직한 것은 아닙니다. 오름 정상 조금아래 쪽에는 태평양전쟁말기 일본군이 구축해 놓은 콘크리트 토치카가 두개가 남아 있습니다. 일본 본토 사수를 위해 제주섬을 최후의 방어 진지로 만들기 위해 일본은 제주도내 오름이며 해안을 군사기지화 하여 수많은 굴을 뚫어 놓았습니다. 어승생오름 곳곳에도 진지 동굴을 마치 나사처럼 뚫어 놓았습니다.

어승생 오름은 속세를 잊게 하는 아흔아홉골의 신비로움이나 다양한 식생 등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자태도 유명하지만, 한라산의 물이 모여드는 수자원 함양 지역으로 제주도의 귀중한 보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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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리
(219.XXX.XXX.166)
2009-07-08 22:55:30
아름다운 사진.
사진에 매혹당하였습니다.
항상 좋은 사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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