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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자작나무과)
2014년 02월26일 (수) / 박대문
 
 
자작나무 숲에 하얀 눈이 내렸습니다.

이토록 하얀 눈이 펑펑 쏟아져
자작나무 숲이 백설의 세계에 갇힐 때에는
살빛 어리는 하얀 나무껍질에 따스함이 감돌고
맑은 영혼이 충만한 정령(精靈)의 숨결이 느껴집니다.
하얀 줄기의 까만 무늬가 검은 눈동자처럼 영롱해 보입니다.

풍성한 나뭇잎, 화려한 단풍잎 모두 떨구고
벌거벗은 하얀 알몸으로 두 팔 벌려
하늘 떠받들어 섬기는 한겨울 자작나무의 동안거(冬安居).
순수하고 맑은 정기(精氣)가 감도는 하얀 가지 끝에
스치는 바람 따라 잔가지 흔들릴 때마다
하얀 눈송이가 은빛 되어 흩어집니다.

자작나무는 한대림 수종으로 북유럽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데
나무를 태우면 자작자작 소리가 난다 하여 붙은 이름으로
나무껍질은 하얗고 윤이 나며 옆으로 얇게 종이처럼 벗겨집니다.
껍질에 기름기가 많아 천 년이 지나도 썩지를 않고 습기에도 강해
그림을 그리고 글씨도 쓰는 등 다양하게 쓰였다고 합니다.

경주 천마총 자작나무 채화판에 그려진 천마도는
천백여 년 전에 그려진 것이라고 알려졌으며
해인사 팔만대장경 경판도 산벚나무와 자작나무가 재료였다고 합니다.

자작나무는 백설처럼 하얀 껍질과
줄기에 박힌 쐐기 모양의 강렬한 검은 무늬가 인상적이며
시원스레 곧게 뻗은 나무 높이가 25m나 됩니다.

늦가을이 되면 더욱 눈부신 흰색 나신(裸身)을 드러내어
서양에서는 ‘겨울 숲의 귀부인’, ‘숲 속의 여왕’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자작나무 숲에서- 운정(雲亭)


눈부신 청잣빛 가을 하늘 아래
샛노란 단풍잎 그리도 곱더니
떨구고 비우니
무상의 세월 속
한 줄기 하얀 그림자인 것을.

한 점 꾸밈없는 순수
벌거벗은 몸통이 이리도 고울손가?
백옥같은 수피에 어리는 살결 무늬
따스한 정감이 뚝뚝 묻어나는
순백으로 빛나는 해맑은 영혼이어라.

속속들이 드러난 하얀 알몸
스치는 바람에 내맡긴 채
팔 벌려 하늘 섬긴 하얀 겸손
맑고도 고운 정령(精靈)을 보았네.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감추랴!
털고 벗고 버리거라.
못 이룬 꿈도 미련도 모두가
빈 가지 끝 한 줌의 눈송이요
스쳐가는 한 줄기 바람인 것을.
한순간에 날려 갈 잠시 머묾에
그리도 붙잡고 떨며 몸부림이었던가?

훠이 훠이 날려 보내라.
백설의 숲 속 하얀 자작나무처럼
드러난 알몸에 따스함 흐르고
삶과 주위의 모든 인연을
맑고 고운 영혼으로 받들어 섬기는
벌거벗은 하얀 자작나무가 되거라.


(2014.2.9 백설 쌓인 자작나무 숲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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