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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꽃 (미나리아재비과) Anemone narcissiflora L.
2015년 07월02일 (목) / 박대문
 
 
설악산 서북능선 대승령에서 만난 바람꽃입니다.

유달리 심한 올해의 영동지역 가뭄에
설악산 일대의 꽃들도 온통 가뭄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꽃들이 가뭄 속에서 어렵사리 꽃을 피웠지만
미처 결실에 이르지 못하고 말라 비틀어져가는 상태를 보니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이토록 심한 가뭄 속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때 이른 바람꽃을
서북능선에서 만났습니다.
대승령과 큰감투봉 사이에서 만난 딱 한 개체였습니다.
꽃도 잎도 아직은 생생하고 생기가 있었습니다.
흙 한 점 안 보이는 바위틈새에 뿌리를 박고 꽃을 피워낸
질기고 모진 생명력에 절로 머리가 숙어졌습니다.
제대로 결실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염원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서 따뜻한 봄의 기운을 재빠르게 감지하고
이른 봄, 이 땅에 가장 먼저 봄소식을 알리는 꽃이 바람꽃 식구들입니다.
변산바람꽃, 너도바람꽃이 복수초보다도 더 먼저 꽃을 피우고 나면
뒤를 이어 홀아비바람꽃, 꿩의바람꽃, 세바람꽃, 만주바람꽃, 회리바람꽃 등
다양한 바람꽃 식구들이 연달아 화려한 봄의 꽃 잔치를 벌입니다.

그러나 변산, 너도, 홀아비 등과 같은 아무런 접두사가 없는 ‘바람꽃’은
야생의 봄, 여름꽃이 다투어 피다가 꽃 피움이 약간 주춤한
7~8월에 가장 화려하게 피기 때문에
바람꽃류의 대미를 장식하는 꽃이라 하겠습니다.

몇 해 전 한여름, 설악산 공룡능선에서
현란한 바람꽃의 무리를 만난 이후 처음 만난 바람꽃입니다.
바람꽃 하면 공룡능선을 연상하리만큼

다른 곳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꽃입니다.

바람꽃의 학명 Anemone (아네모네)는
그리스어의 anemos(바람)가 어원입니다.
아네모네는 꽃의 여신 플로라(Flore)의 시녀였는데,
플로라의 연인이며 바람의 신인 제피로스(Zephyros)가
아네모네를 사랑하게 되자 질투를 참지 못한 플로라가
아네모네를 한 송이 꽃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바람꽃이 ‘허무한 사랑’,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슬픈 꽃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신화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입니다.

(2015. 6. 13 설악산 서북능선 대승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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