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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솔 (돌나물과) Orostachys japonicus
2015년 11월11일 (수) / 박대문
 
 
벽에 걸린 두툼했던 달력이 달랑 두 장 남고
줄기와 뿌리로부터 작별을 준비하는 초목의 푸른 잎이
한 해의 마무리 빛인 듯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물들어
헤어짐의 서글픔을 차라리 아름답게 장식하는 11월의 첫날,
문무왕 12년(672년) 의상대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해지는
안동시 서후면 천등산 자락에 자리 잡은 봉정사를 찾아갔습니다.

천년고찰 봉정사는 통일신라 시대의 사찰로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이 있으며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가장 한국적인 것을 보고 싶다며 방문한 곳으로
안동 하회마을과 함께 세계적으로 알려진 명소가 되었다고 합니다.

봉정사는 천등산 자락 숲 속에 자리 잡은 고즈넉한 사찰로서
주변에 오래된 참나무 숲이 현란하지도 않으면서
노란색과 갈색이 어우러지고 아직 연초록색이 함께 있는
은근하게 밝고 아름다운 가을빛에 싸여 있었습니다.

은은히 밝게 빛나는 참나무 단풍과 푸른 소나무 사이에 있는
봉정사 일주문을 지나면서 일주문 지붕에 자라고 있는 바위솔을 보았습니다.
낙엽과 흙먼지가 쌓인 기왓장 위에서 뿌리를 내리고
비바람에 시달리고 가뭄에 메말라가면서 생을 이어온 바위솔이
주변의 단풍 빛 따라 함께 연분홍빛이 되어가면서 피워 올린
가냘프고 호리호리한 꽃대를 보며 애잔한 마음이 울컥 밀려 왔습니다.
바위솔은 다년초이지만 꽃이 피면 열매를 맺고 죽고 마는데
이곳 일주문 위의 바위솔 모두가 꽃이 피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와지붕 위에 자라는 바위솔을 속칭 와송(瓦松)이라고도 합니다.
바위솔은 주로 산지의 바위 겉에 붙어서 자라는데
오래된 사찰의 부식된 기와지붕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깊은 산 속 유서 깊은 천년고찰 일주문 지붕에서
어렵고 험난한 생육환경 속에서 자라온 바위솔이
한 생을 마감하는 마지막 열정의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
꽃과 함께 사라져 가는 연분홍빛 바위솔 꽃대를
한 해가 저물어 가는 늦가을 산사에서 보며
천지 만물이 제행무상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2015.11.1 안동 봉정사 일주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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